봄이 왔네 봄이 와 ~로 시작되는 흥겨운 봄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아침이다.
이제 독일도 봄이 왔노라 이야기하려는 듯 동네 길목마다 목련과 개나리 등의 분홍색, 하얀색, 노란색
꽃들이 흐드러 지게 피었고..
정원 있는 집집마다 노란 수련화와 색색의 튤립 들이 앞다투어 봄을 알리고 있다
날도 포근해졌고 해도 길어졌다. 지난 주말부터 서머타임도 시작되었다.
언제 피려나 기다리던 우리 집 정원 울타리에 동백꽃도 하얗고 붉게 피어났고 튤립도 하나둘 초록의 고개를 내밀더니 빨갛게 피어났다.
이렇게 소리 없이 봄이 찾아올 때면 고운 꽃들 뿐만 아니라 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동네 독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소스 다
이름 하여 Grüne Soße 그뤼네 쏘제
이름도 심플한 그린소스는 딱 요맘때 주로 부활절 전후로 즐겨 먹는 소스 되겠다
우리로 하면 달래 냉이 씀바귀 같은 봄나물 또는 봄동의 느낌 이라고나 할까?
그린소스에 대한 썰은 여러 가지가 있다.
혹자는 부활절에 계란을 많이 삶다 보니 남는 계란을 찍어 먹을 소스가 필요해 봄에 가장 많이 나는 허브들을 넣고 소스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여러 썰들이 있지만 시기가 맞아 떨어져서 인지 어쩐지 그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 프랑크푸르트 그린소스가 원조다 북부헤센 그린소스가 원조다 허브 중에 딜을 넣거나 마요네즈를 넣으면 오리지널이 아니다 말들이 많다.
오래된 것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누가 처음 만들어 냈는지 어쩌다 만들게 되었는지 어디가 원조 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독일식 그린소스는 누구나 7가지의 허브들과 삶은 계란과 감자만 있다면 손쉽게 그린소스를 만들 수 있고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하다.
부활절 전후 많은 가정들이 그린소스를 만들고는 한다. 그래서 독일의 봄에 떠오르는 소스는 단연 그린소스 라고 할 수 있겠다
독일에서 이맘때(부활절 전후) 장에 가면 저렇게 종이봉투에 담아? 아니 말아 그린소스용 허브를 따로 판매한다.
우리로 하자면 닭만 사다가 넣으면 되도록 삼, 대추, 밤 등이 들어간 삼계탕 세트 갔다고나 할까?
7가지의 허브들이 들어간 허브세트는 200g짜리 하나에 3유로 99이지만 (*한화로 약 5천7백 원가량 한다)
우리 집은 해마다 마트에 나와 있는 그린소스용 허브 한 봉지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각각의 허브를 따로 사도 더 저렴하기 어렵고 7가지를 다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독일 사람들이 한번 만드는 그린소스 레시피 에는
두 봉지 즉 400g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많지만 우리는 200g짜리 한 봉지면 충분하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비슷한 허브들로 따라 해 보셔도 좋겠고 독일에 계신 분들은
Tegut 또는 Rewe 마트에서 준비하시면 됩니다.
자 그러면 독일식 봄내음 가득 담은 그린소스 만들어 볼까요~!
마트에서 산 허브 봉투를 열면 요렇게 7가지의 허브들이 나온다.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뺀 허브들을 파슬리 등 딱딱한 대가 있는 것들은 대를 자르고
잘게 잘라 담는다.
모든 허브들을 잘게 잘라서 믹서기에 넣고
소금 작은 술, (티스푼 기준)
후추 작은 술
설탕 작은 술
겨자 작은 술
사워크림 100g
그리고 물 3큰술 을 넣고 돌려줍니다(*원래 오리지널 독일 레시피에는 물이 들어가지 않지만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저는 조금 넣습니다)
그러면 믹서기에서 녹즙 같은 색의 것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취향에 따라 소스를 조금 꾸덕하게 드시고 싶은 분들은 허브들을 더 잘게 자르고 물 없이 분량의 재료들과 함께 돌리시면 됩니다)
믹서 기에 담긴 녹즙 같은 색의 소스를 커다란 볼에 담고 그 위에 분량의 내추럴 푸어 요크루트를 넣고 잘 섞어 주면 끝~! 정말 간단하지요~!
(*기호에 따라 소금 후추 등을 더 넣을지 말지는 간을 보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그린소스가 준비되면 큰 접시에 미리 준비해 둔 삶은 계란과 감자를 올리고 그 옆에 그린소스를 담아 두면 독일식 봄 식탁 완성~!
(*여기다 연어 구이 또는 소시지 등을 곁들여 드셔도 맛납니다.)
이렇게 봄을 가득 담은 주말 점심 식탁을 차리고 있는데 어느새 밖에 나갔다 온 남편이 뭔가를 내민다.
마치 백점 맞은 시험지 들고 칭찬을 기다리는 아이의 눈을 해서는...
그렇다 그날은 독일의 부활절 연휴의 시작이자 우리의 27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은혼식도 간단히 잊어버리던 남편이 용케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기는 했다만
그게 하필 부활절 연휴와 겹쳐 시장도 상점도 몽땅 문을 닫은 공휴일이지 뭔가
난감했던 남편은 독일의 24시간 편의점 같은 주유소에 들러서는 마누라를 위해 꽃다발과 커피 한잔을 테이크 아웃 해 왔다.
비록 부활절 콘셉트의 꽃다발 이어서 달걀의 엄마인 닭을 연상케 하는 깃털들과 새둥지 그리고 토끼도 숨어 있었지만..
이게 어딘가 결혼기념일을 처음으로 잊지 않고 당일에 그것도 꽃다발을 선물했으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결혼기념일, 생일 등을 홀라당 까먹고 눈치가 보여서 등떠밀려 벌금 내듯이 사들고 온 꽃다발이 아닌 자발적으로 들고 온 꽃다발이 아니던가
아마도 30년 전 마눌을 꼬시기 위해 들고 온 장미꽃 이후에 처음이 아닐까? 싶다.
역시나 남편은 엉뚱하지만 기발했고 선물은 받아야 맛이다.
어느새 내 마음에도 봄바람 한 자락이 초록색감으로 포근히 내려 앉았다 보드라운 깃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