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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08. 2024

카카오톡이 타임머신 된 순간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 침대 옆 탁자 위에놓여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시간도 확인할 겸 잠도 깰 겸 늘 그렇듯 습관 같은 동작이었다.

밝아진 핸드폰 안에는 밤사이 밀려온 메일 들과 문자들…

예약된 일정 알람들이 차례로 깜박이며 모습을 드러 냈다

그중에서 유난히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친구로부터 날아든 카톡 알림 이였다.

음? 이 시간에? 어쩐 일이지? 반가움이 포근히 밀려들었다.


내겐 아주 특별한 친구가 하나 있다

4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고 있으니 오랜 친구고 기나긴 세월 독일에 살면서 연락이 끊기지 않은 유일한 고향 친구 이기도 하다.

그동안 친구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연락이 끊길 위기는 늘 있었다.

이사를 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갑작스레 연락처가 바뀌게 되는 경우는 허다하기 때문이다.

어느 때는 핸드폰 고장으로 연락할새 없이 새 번호를 갖게 되어 서로의 연락처도 모르고 몇 년이 흐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어찌어찌 연락이 되고는 했다.

몇 년 전 에는 브런치를 통해 친구와 다시 연락이 되었다


듬성듬성 소식이 오가도 한국에 갈 때면 꼭 만나게 되는 친구..

수년간 만나지 못하고 살았어도 마치 며칠 전 보았던 것 같은 친구..

그 한결같은 친구가 한국 시간으로 새벽이었을 시간에 카톡을 보내왔다

뭔 일인가 싶어 침대에서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톡을 켰다.

작디작은 내 눈이 동그래지고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고 있었다.

화면 안에는 삼십여 년 전 우리의 모습이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보내온 카톡 안에는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연결해서 만든 2분 남짓 되는 짧은 영상이었다.

비트 있는 배경 음악이 깔려 있고 넘겨지는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친구의 마음을 담은

위트 넘치는 멘트와 귀여운 이모티콘이 함께 지나갔다.

덕분에 마치 그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하나둘 선명해지는 예전 추억들과 마주 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있었던 어제 같은 그 시간들과 말이다


흘러가는 사진 속에는 즉석떡볶이와 순정만화를 좋아하던 열일곱의 친구들과 내가 그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수학여행에서... 집 앞 놀이터에서... 동네 대학교 운동장 벤치에서... 친구들의 아지트갔던 우리 집에서...학교 올라가는 길에서..

그 어디에서도 우리는 두 눈이 접히게 웃고 있었다.

친구의 멘트처럼 그때 우린 별것 아닌 것에도 빵빵 터져 뒤집어지게 웃고는 했다.

뭐가 그리도 재미나는 것이 많았던지...

또 사진 안에는 지금의 나 보다 훨씬 젊은 친정 엄마도 곱디 고운 얼굴로 웃고 계셨다.


언제 이런 사진을 찍었지? 이런 사진 들은 대체 어디서 찾았대?

싶게 잊고 있었던 오래된 사진들...

낡고 색 바랜 필름 사진이지만 순간을 고스란히 포착하고 있는 다양한 표정들..

하나 하나 지켜보고 있자니 마치 지나온 우리의 세월이 손에 잡힐 듯했다.


샐 수 없이 많은 꿈을 꾸며 반짝이던 우리의20대...

큰 키에 환하게 웃는 얼굴이 귀염상이던 친구는 영어를 꽤 잘했다.

스튜어디스가 되어 비행기를 타고 세계곳곳을 누비고 싶어 했다.

나는 커다란 카메라 들고 렌즈 안에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으며 작가로 살고 싶었다.

시간이 조금? 흘렀고 둘 다 꿈꾸었던 것 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아들 딸 시집 장가 보낼때 다된 지금이나 그때나 우리는 여전히 달라진 것 없는 친구 사이다.


생일 축하 한다며 깜짝 생일 선물로 보내온 친구의 동영상 안에는 우리의 젊은 시절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인 서로의 가족사진..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우리의 낭만 여행과 추억이 한 편의 단편 영화처럼 녹아 있었다.

나는 시차를 뚫고 날아온 친구의 정성스러운 카카오톡 생일 선물 덕분에 타임머신을 탄 듯 현재와 과거를 오갔다.


그리고 또 소소한 미래를 꿈꾼다.

언젠가 친구가 우리 동네로 놀러를 오면 금요일에 동네 장 서는 곳도 데려가고..

독일의 오래된 빵집도 데려가고..

동화로 유명한 그림형제의 박물관도 데려가고..

그 그림형제에게 세상의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 주었던 아주머니 도로테아가

살았던 양조장에서 이 동네 맥주와 독일식 돈가스 슈니첼도 먹여 주고...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을 무한반복 상상하며 말이다.


"친구야 고맙다 니 덕분에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생일 전날 아침을 보냈다.

우리 다음번 여름은 꼭 독일에서 만나자꾸나! 독일 삼겹살과 소시지 그릴 해서 정원 텃밭에서 키운 상추와 깻잎 따고 바로 쌈싸먹게 해 준다.당근이 독일 맥주 종류대로 마시게 해 줄것이고~^^

크흐… 상상 만으로도 즐거워 진다 친구야

우리 집 정원에서 텃밭 가꾸며 네가 놀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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