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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09. 2024

한국 미용실 vs 독일 미용실

겁나 피곤 해도 머리는 하고 싶어!


고향 떠나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아무리 현지에 잘 적응해 산다 해도 어느 날 문득 그리워지는 것들이 있음을 말이다.

때마다 보고 싶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생각나는 그리운 음식들..

그 외에도 많지만...


그중 일상에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아마도 한국의 동네 미용실 일 것이다.

한 동네에만 해도 여러 개 있는 미용실..

예약이 없이도 조금만 기다리면

언제나 머리를 할 수 있는 동네 미용실...

머리를 하지 않아도 수다를 떨기 위해 그냥 들리는 그 동네 사랑방 같은 동네 미용실..

이번 한국행에서도 여지없이 어머니 사시는 동네 미용실을 방문했다. 그것도 가자마자!


보통은 한국에 도착해서 며칠 쉬고 여독이 풀린후에 미용실을 들르거나

독일로 돌아오기 직전에 머리를 새로 샥~하고 오기 마련이다

그래야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하루라도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워낙 일정이 짧아서 혹시나 미용실 들릴 시간마저 없을까 봐

한국에 도착한 날 밥도 거르고 잠도 안 자고 바로 미용실부터 달려갔다.  

아무리 피곤했어도 머리는 꼭 하고 싶었던 게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독일 중부 지방의 중소 도시에 속한다.

독일에서야 작지 않은 도시 지만 한국에서 보면 인구가

용인 정도 되는 작고 시골 스런곳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그중에서도 시내에 가까운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집 가까운 곳에 미용실이 딱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독일 미용사 아주머니가 하시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명의 독일 미용사들이 하는 곳이었는데 팬데믹 때 어려워져서 문을 닫았다.


그러다 얼마 전 이란 미용사들이 그 미용실을 접수? 하고 그 자리에서 다시 미용실을 오픈했다.

독일 에도 오픈발!이라는 것이 있는데 식당이나 가게들이 처음 문을 열면 어떤 곳인가?

하는 호기심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그래서 그 미용실도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다.

혹시 너무 머리를 못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두려움이 많은 독일 사람들 특히나 노인네 들이 지켜보는 시간 일명 짱보는 시간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감하게 남편이 시간 예약을 하고 먼저 시범 삼아 머리를 잘랐다.



새로 생긴 미용실은 화려한 미용실 분위기도 머리를 자르는 솜씨도 기존의

독일 미용실 과는 달랐다.

아무래도 동양 사람들은 머리형도 머릿발도 다르니 독일 미용사들에게는 어려운 과제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이란 미용사들은 그래도 엇비슷하게 맞춰 커트해 주니 확실히 그전보다는 나았다.

그 모습에 힘입어 사춘기라 스타일에 까다로운 막내도 그 미용실을 이용했다


나도 가끔은 변신이 하고 싶고 기분 전환으로 머리도 어떻게 해 보고 싶었건만

조금만 기다렸다 한국 가서 하자 하며 참았다.

여자 머리는 남자들에 비해 길이도 길고 손질도 더 많이 해야 해서

기본 커트 비용도 비싼데 펌 이라던가 스타일링이 들어가면 헤어 비용이

천정부지 쭉쭉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년 전에 그 앞에 미용실에서 커트를 했는데 나는 숱이 많고

긴 머리 다 보니 요금이 남편의 두 배가 나왔다.

똑같이 머리만 자르고 집에 와서 샴푸 하는 걸로 샴푸도 생략했는데

남편은 25유로 들었는데 나는 49유로 들었다.

샴푸도 드라이도 스타일링도 없이 그저 머리를 자르기만 한 것에 한화로 약

7만 3천 원을 주고 정직하게 똑단발이 된 나는

한동안 거울을 보며 내가 미쳤지 뭐 하러 독일에서 미용실을

갔던가를 읊조려야 했다.


그러다 작년 여름과 가을 두 번이나 한국 다녀올 일이 생겨

한국 미용실도 두 번이나 다녀왔다.

그 덕분에 일 년을 버티며 기다릴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번에 한국의 동네 미용실에 가서 새로 커트한 남편의 머리는

한 달 전 독일에서 커트한 것보다

비용은 절반인데 이전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염색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머리카락 그대로인데 어떻게 잘라 놓았는지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나다니 말이다

가격대비 너무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아닌가.

미용사 선생님이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고 스륵스륵 척척 잘라 주었는데

마치 마법을 부린 것처럼 남편의 머리는 달라져 있었다.


여자 머리는 길이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샴푸, 드라이, 스타일링을 하지 않아도 기본요금이 비싼 편이다. 독일에서 ab은부터를 말하는데 펌은 60유로부터 시작이다.

나는 그날 장장 네 시간에 거쳐 매직파마를 했다.

머리를 커트하고 숱을 쳐내고 가닥가닥 쫙쫙 펴서는 따땃한 것을 쬐며 풀었다 말았다

해야 해서 실로 오랜 인내의 시간이 걸렸다.

미용사 선생님은 퇴근시간도 미룬 체 숱 많고 정신없던 내 머리를 

깔끔하게 해결해 주셨다.그야말로 매직 이 아닌가~!

전체 비용은 십사만 원이 나왔다. 유로로 하면 95유로쯤 했을 것인데 너무 감사해서

커피 한잔값을 더 드렸다.


15만 원은 지금 환율로 유로로 계산하면 약 102유로 정도 나온다.

아마도 독일 우리 동네에서 똑같이 했다면 비용과 시간이 두 배는 더 들었을 것이다.

가뿐하고 찰랑찰랑 해진 머리를 보고 있자니 예전 독일에서 펌 했던 순간이 떠올라 감격스러웠다.


그 언젠가 독일 미용실 에서의 일이다.

한국에서 보다 두 배는 더 되는 비용을 지불하고 연신

숱이 겁나 많으시네요 남들보다 약이 두 배는 더 들겠어요

라는 미용사님의 힘겨운 한탄?을 들으며

숨 죽기 전의 배추 다발로 거듭나 본 적 있는가


해 본 사람만 안다 그 황당함과 가시지 않는 화남은...

헤어스타일을 바꾸었다 해서 본판이 바뀔리야 없겠지만은

최소한 머리가 가벼워지고 찰랑 거리는 느낌은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장 시간 걸려 독일 미용실에서 펌을 하고 나오던 날

한동안 앉으나 서나 꽃다발 인체 살아야 했다.

숱 많은 체로 어찌나 뽀글뽀글 나왔던지 헤어젤을 떡칠해도 스프레이를

에프킬라 뿌리듯 해도 도무지 숨이 죽지 않았더랬다.

앉으나 서나 꽃다발인체 살아본 사람으로 이 정도 비용의 이런 머리는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심란하던 머릿결이 어느새 차분하게 정리되어 마치 다른 사람 머리

같이 되어서는 역시나 한국 온 표를 뿜뿜 제대로 내고 있었다.

왼쪽 사진이 독일 미용실에서 머리 컷트 후 오른쪽 사진이 한국 미용실에서 머리 컷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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