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만 3세 미만의 유아 들은 거의 모든 것을 입으로 맛보고 느껴보며 그것을 통해 오미, 오감 들을 하나하나 일깨우고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배운다.
그렇기 때문에 만 3세 미만의 유아 들은 장난감 또는 무엇인가를 입으로 가져다가 삼키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또는 세제, 물감 등의 유해한 것을 입에 넣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의 중부 도시 카셀에서는 시의 지원을 받는 문화센터 Kulturzentrum schlachthof 슐락트호프, Wesertor 베저토어 등에서 저소득층, 망명자, 난민 등을 위한 재능기부 봉사 프로그램 들이 활발하다.
서양 회화를 전공한 나는 요리강습이 없는 날이면, 초등학교 아이들 에게는 미술 창작반을 그리고 3세 미만의 유아들을 위한 친환경 미술반을 맡아 짬짬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는 한다.
그 시작은 이러했다.
세 아이의 엄마인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집에서 큰 아이들이 물감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할 때 작은 아이는 그 근처에 못 오게 하고 아이는 궁금해하며 해보고 싶어서 안달복달
울고불고 했던 기억들이 있다.
또는 아이들 유치원, 학교 에서 여름 축제 등의 행사 프로그램 으로 미술 활동을 함께 진행하다 보면 자주 보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같이 따라온 형제 들 중에 어린 유아 들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로 사용되어지는 물감들이 아크릴, 또는 수채화 물감 등이어서 유아들이 입에 넣거나 빨아먹으면 유해한 것 들이라 함께 할 수가 없었다.
지켜보던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일단 입에 넣고 보는 유아 들과도
고민 없이 함께 그림을 그려 볼까 궁리 하던 끝에
어느 날 요리강습 중에 썰어 놓은 빨간 피망, 당근 등의 식재료에서 예쁘게 우러난 색감들이 쪼로롱 고여 있는 하얀 접시를 쳐다보다
"아 , 그래 우리가 자주 접하는 먹거리에서 만나지는 색감 들로 천연 물감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했다.
먹을수 있는 것들 이니 아기들이 만져도 삼켜도 안전하고 그림도 그릴 수 있겠구나 싶어 식재료 들로 진한색 옅은색 톤을 조절해 가며 색색의 천연 물감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별거 아닌 내 아이디어를 접한 시의 문화부 담당자가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해서 일명 엄마와 아기들의 천연 물감 체험반 친환경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물론 유아 들의 집중 시간은 짧고 아직 무언가의 형태를 제대로 그려 낼 수는 없었지만
파프리카, 당근, 블루베리, 키위 , 망고 등을 갈아서 만든 물감을 먹어가며, 손가락으로 종이에 찍어 바르기도 하고 붓으로 휘휘 저어 보기도 하며 마셔도 보고 엎지르기도 하고 엄마 얼굴에 마사지도 해 줘 가며 다양한 시도로 자유롭고 안전하게 판타지 가득한 그림을 그렸다.
종이에, 옷에, 얼굴에, 바닥에....
아기들의 젖은 옷들을 갈아 입히고 그다음 시간으로는 자연 물감으로 빚은 자연 찱흑 을 만들어 보았다.
아이들 정서 발달에도 좋고 감각을 키워 주기에도 그만인 입에 넣어도 괜찮은 천연 색감 찰흙 그것은
쉽게 이야기해서 시금치, 당근 등으로 색을 낸 수제비 반죽을 떠올리면 된다.
아이들은 밀가루와 쌀가루에 망고, 시금치, 로테베테, 키위, 딸기, 파프리카 등으로 색을 내어 만든 천연 찱흑을 냄새도 맡아 보고 맛도 보고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도 보고 나무주걱, 또는 뾰족하지 않은 나무젓가락과 나무 포크 등의 친환경 도구들을 이용해 무늬도 넣어 보고 색색의 찰흙들을 가지고 마음껏 주무르며 입에도 넣어 보며 느낌 대로 재미있는 모양 , 예쁜 모양 들을 종이 접시 위에 표현하며 즐거워했다.
이날 사용되었던 모든 색깔 찰흙 들은 빨간색 찰흙은 딸기와 독일의 빨간 사탕무인 로테베테
를 갈아 그 물만 체에 걸러 밀가루와 쌀가루에 반죽해서 만든 것이고
초록색은 시금치와 그리고 키위를 같은 방법으로
주황색은 당근과 토마토를 노란색은 망고와 노란색 파프리카를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이때 두 가지 색은 조금 질게, 나머지 색은 조금 딱딱하게 반죽을 해서
아이들이 반죽의 농도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을 체험하게 했으며
두 가지 다른 반죽의 정도에 따라 만들기와 그림 그리기를 나누어 할 수 있었다.
독일 엄마들은 평소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어린이 찰흙은 특유의 냄새도 진하고
유아들이 마음 놓고 사용하기가 어려웠는데 달콤한 과일 냄새와 채소 냄새가 솔솔 나는 자연 찱흑은 아무리 생각해도 굿 아이디어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짜잔~~ 요 거이 엄마와 함께한 18개월 된 유아의 작품이다.
꽃 모양은 한국에서 절편 틀로 사용되는 전통 나무틀을 엄마와 아기가 함께 체험해 보았고 나머지 색감이 절묘하고 멋들어진 그라디에이션 은 아기와 엄마가 손가락과 뭉툭한 나무 포크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덕분에 아기 들과 덩달아 즐거워했던 독일 엄마들에게 한국에서 모셔 온 전통 문양이 담긴 나무틀을 설명 해 주며 한국 음식 이 얼마나 친환경 적이고 자연과 교감하는 멋진 먹거리 인지 또 한 번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렇게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물감 또는 찱흑 을 만들어 유아들이 마음 놓고 재료를 만지고 맛보고 그림 그릴 수 있는 친환경 천연 교구 들은 사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넘치게 찾아 낼수 있다.평소 집에서 수제비 반죽할 때 작은 반죽덩어리를 살짝 떼어내 쓰다 남은 야채로 색을 내고 아이와 함께 조물락조물락 나비와 꽃을 만들어 본다 던가,남은 야채의 귀퉁이를 곱게 갈아서 채에 걸러서 천연 물감을 만들어 아이의 손가락에 콕콕 묻혀 가며 종이 위에 또는 가제수건 위에 그려 보아도 아이들의 색감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키워 주는 멋진 미술교육이 될 수 있다.
오늘도 육아와 가사로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