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May 18. 2017

독일 초등학교의 수업 대신 서커스

초등학교 아이들의 서커스 공연


독일의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는 일주일 동안

학교 정규 수업을 대신 해서 프로젝트 주간 Projektwoche 이였다.

테마는 서커스 배워서 공연 하기

독일에서는 교실에 앉아서 하는 정규 수업 외에도 때로는 숲으로 어느 때는 물놀이 공원에서... 자연이 책이 되고 놀이가 공부가 되는 특별수업들이 다양 하게 이루어 진다.

그래서 학교수업 대신에 다른 것을 배우러 학교를 간데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요 그것이 수업 대신 서커스 공연을 한다고 해도 마찬 가지다.

다채로운 활동 들이 수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이곳 학교 문화에서 자주 만나 지는 자연스러운 일들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서커스의 곡예 을 배워 봐야 뭘 얼마나 하랴 싶어 사실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늘 그렇듯 독일식의 소박하다 못해 "니들 연습은 한 거니?"싶던 공연을 상상하며

공 몇 개 들었다 놨다 돌리고 비틀비틀 외발 자전거 타고... 뭐 그런 정도의

다른 때도 선보이던 서툴고 순박한 아이들의 공연을 생각하며 학교에 도착한 나는 눈이

휘둥그래 졌다.


보통, 진짜 서커스 구경 갈 때나 볼 수 있는 커다란 텐트가 평소 아이들이 뛰어노는 학교 뒷마당

척 하니 새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예사롭지 않은 포스에 "오호 생각했던 거보다 공연이 크려나 보네?"하며

학교 안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학교 앞마당에는 서커스 단원들이 그동안

아이들 에게 여러 파트의 곡예 기술을 지도해 주며 숙식을 했던 커다란 캠핑카 들이 서 있고

평소 우리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은

분장 대기실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각자 맡은 역할에 맞추어 옷을 갈아 입고 분장을 했다.

아이들이 리허설 준비를 하는 사이 돌아본 학교는

일주일 동안 아이들의 서커스 공연을 위해 멋지게 변신 해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오늘 우리 집 막내가 맡은 저글링 .던져 받...집에서도 사과와 배를 공 삼아 던지느라

갈색이 되게 하시고 풍선에 쌀 담아 같은 무게의 공을 만든다고 바닥을 쌀로 까시더니

오늘 그 진정한 공 던져 받는 모습을 보여줄 모양이다.

그런데 어째 서커스 야광 옷이 튼실한 우리 아들에게 조금 낑긴다.



공연 시작 20분 전 줄 서서 5유로짜리 표를 사고 들어온 서커스 공연안은 밖에서 볼때 보다 훨씬더 그럴듯했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함께 관람표도 팔고.. 팝콘,솜사탕, 반짝이 공, 사탕 등의 간식도 팔고..

오늘 모인 모든 기금은 (서커스 단원들 수고비를 제외한) 학교 운영 후원 기금으로 들어간다.

그러므로 평소 잘 먹지 않는 팝콘에 솜사탕 콜라를 양손가득 사들었다.


관객석 뒤쪽에는 공연 순서가 나중인 단체 팀들이 자리를 하고 선생님들 엄마,빠,할머니,할아버지 언니 ,동생 ,동네 주민들... 그야말로.... 학교 전체 행사라는 것이 실감 나도록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로 그 넓던 자리가 어느새 꽉 찼다.

공연을 알리는 딩동댕 소리와 드라이아이스 녹는 슈슈슉 소리에 모두들 기대에 찬 눈으로 무대 중앙을 바라보았다.


4학년 언니, 오빠의 의젓한 사회로 공연이 시작되고 (대부분의 독일 초등학교는 4학년 까지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렁찬 박수로 아이들을 맞았다.


첫 순서는 여자 아이들 팀이 우르르 쏟어져 나와서는 인간 탑을 쌓는 것처럼 한 명 두 명 쌓아 높이 올라가곡예를 보여 주고 공중에 매달린 링에 층층이 매달려 함께 동작을 하며 올라가는 링곡예를 연출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정도면 일주일 배웠다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 임이 분명하다.

마치, 몇 년간 응원단 연습과 링에 매달려 온 아이들처럼 유연하고 멋지게 해 낸다. 이런 것이 전문가의 힘이 던가?


이번엔 남자아이들의 귀여운 마술 코너

아이들은 진짜 칼처럼 번쩍번쩍 날카로워 보이는 칼들을 들고

네모난 박스에 망설임 없이 돌려 꼽는다.


관람석에 앉아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배꼽 댄스팀 아이들도 숨을 죽이고 쳐다본다.

저 안에 진짜 사람이 있을까? 하고...


찔러 넣었던 장난감 칼들을 그럴 듯 한 리엑션으로 모두 다시 뽑은 아이들은 관객을 향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박스의 뚜껑을 연다.

다음 순간 짜짜잔 하는 표정의 귀여운 아이가 툭하고 튀어나온다.

아무 일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수순 이였음에도 관객 들은 이럴 줄 몰랐다는 듯 환호하며 휘파람과 박수를 쳐 준다.

이럴 때 보면 부모 들의 연기력 또한 수준급이라 하겠다.


아이들의 발랄한 공연들 사이에 프로페셔널한 냄새가 팍팍 풍기는 서커스 단원

불 뿜기...

보기만 해도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를 삼켰다 뱉었다 자유자재로 하신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입을 쩍 벌리고 쳐다보았다.

아이들 공연에 업된 분위기가 최고조를 달하는 순간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아이들의 장난감 철판 위에 올라 서기, 깜찍한 힘겨루기, 배꼽댄스,

그리고 광대 피에로 들의 재미난 청소 시간이 이어졌다.

맨 앞줄에 앉아 있던 내게 지나가던 학부형이 웃으며 꼭 맨 앞줄에 앉고 싶니?라는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더랬다.

그 이유를 빨간 코의 광대 피에로들이 무대에 등장하면서 알게 되었다.

손에 들린 청소 도구 들로 관객석 맨 앞줄의 어른들을 깨끗이 닦고 털고 난리가 났다.

아이들은 성심성의껏 털어 댔고 어른들은 그 자리에서 웃으며 탈탈 털렸다.


드디어 내겐 오늘의 하이라이트 울 아들이 나오는 던져 던져 공 던졌다 받기 저글링 시간이 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드라이아이스 푸시시 푸시시 뿌려 가며 어두침침해진 무대 위에서

신나는 디스코 음악에 맞춰 번쩍번쩍 하는 디스코 조명 아래 똑같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야광공을

정신없이 던졌다 받는 것이라 누가 우리 아이인지 몇 번째 공  던져 받기 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울 아들 에게는 오늘 서커스 공연 중에 저글링

공 던져 받기가 젤루 멋있었다고 이야기 하기는 했지만 어디서서 공을 몇 번이나 던졌다 받았는지 알 길은 없었다.

어쩌면 아이들이 공 던졌가 받기 전에  떨어 뜨린다 거나 하는 실수를 하면 의기소침해 질까 싶어 위장전술을 펼치려 일부러 정신 사나운?

조명을 쓴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살짝 들었다. 그런 거라면 먹혔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디스코 조명 덕분에 관객들은 한동안 눈 앞에서 계속 공이 오락가락 하는것 같은 3D적인 느낌 이였기 때문이다.

끝으로 공연했던 모든 아이들이 무대 위로 오르고 관객석에 앉은 선생님들 학부모들 동네 주민들 할 것 없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배우고 연습해서 직접 만든 서커스 공연은 세계적인 서커스팀의 공연보다

훨씬 더 멋지고 값진 경험 이기에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박수를 보내고 입술이 뒤집어지도록 휘파람을 날려 주기에 충분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유아들과 함께 친환경 미술 교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