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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29. 2017

우린 그렇게 다시 다섯이 되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입국장 앞에서....


지난 주말의 일이었다.

그동안 미국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딸내미가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바로 옆에 이웃한 주 비슷한 크기의 도시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큰아이 때와는 동네만 비슷했지 모든 것이 달랐던 딸내미의 교환학생 일 년은 스펙터클하고 스페셜 했다.

크리스마스 전에 다리를 다쳐 병원에도 바로 가지 못하고 애태 웠던일....

결국 중간에 다친 다리로 비행기를 타야 해서 영화 공공칠에서 작전 수행이라도 하듯 긴급했던 상황들....

그 이후에 어렵게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처음 교환 학생으로 딸내미를 받아 주었던 집과 여러 가지가 맞지 않아 새로운 호스트 패밀리를 찾아 이사했던 일... 은행 카드에서 현금 인출이 안되어 애태우던 일... 등등 의 일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눈앞을 스쳐 갔다.

큰아이 때에 비해 드라마틱한 일이 많았던 딸내미가 그럼에도 모든 프로그램을 극적으로 마치고 독일 집으로 돌아온다 하니...

딸내미를 데리러 공항으로 가는 날

아침부터 식구 들은 마중 나갈 준비분주했다.

남편은 그간 비워 두었던 딸내미 방을 쓸고 닦고 침대보를 새것으로 다시 한번 바꿔 두고.....

나는 딸내미를 데리고 집에 오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나게 먹을 저녁 식사 준비를 미리 해두고....

두 아들은 하얀 도화지에 일명 환영 플랜 카드를 만들었다.

웰컴 투 저머니~~! 우리는 너를 사랑해~~! 등의 평소 라면 절대 사용하지 않을 여행사 팸플릿 에서나 등장할 문구들과 오글거리는 문장들을 동원해 가며 말이다.


그렇게 바쁘게 마중 나가던 길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아우토반 가득 차들로 혼잡했고 중간중간 교통체증 상황을 알리는 알림이 내비게이션에 뜨고 있었다.

어쩌지.. 딸내미의 도착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마음은 진작에 공항에 도착했건만 늘어선 차들은 쉽사리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러다 도착한 아이가 밖으로 나와 보니 아무도 없고... 혼자 덩그러니 기다리고 있겠다 싶어 마음이 급해진 나는 안 되겠다 싶어

우선 딸내미에게 "우리 지금 가고 있으니 네가 먼저 입국장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게 되면 어딘가에 앉아서 기다려"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헐래 벌떡 달려간 입국장 밖에는 아직 나오지 않은 가족, 친구 들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우리 딸내미를 태우고 온 비행기는 도착했으나 아직 가방을 찾고 나오는데 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메시지가 딸내미에게서 디리링 하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그날 프랑크푸르트 공항 안에 같은 시간대 도착한 비행기가 많은 듯했다.

그때 어디선가 오늘 교환 학생 프로그램 끝내고 귀국하는 아이들이 꽤 많은가 보다 라는 말들이 들려와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아들 들의 정성스레 도화지 위에 휘갈긴? 환영 플래카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커다란

환영 플래카드를 쭈르미 들고 일렬로 도열해 있는 아이들과 하트 모양의 이름 적힌 풍선들을 들고 서있는 아이들까지 십 대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이 나와 있었고 입국장 문이 좌르륵 열릴 때마다 "나오는 거 아니야?

저기 오는 거 아니야? 해가며 오두방정을 떨어 댔다.

문이 열릴 때마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나오던 사람들을 쳐다보며 저절로 몸이 앞으로 쏠리며 수선스배웅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쳐다며 뭐지?하는 눈으로 스캔 하던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어우 나도 저런 거 받아 보고 싶어" 라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친구를 향한 그 순수한 마음이 너무 귀여워 잔잔한 엄마 미소를 짓기도 했다.

우리 집 남정네 들은 그 중간에 끼여 서서 가져간 플래카드를 박쥐가 날개를 펴듯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언제든 딸내미가 나오면 바로 펴서 흔들어 주리라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으나

사실은 저 커다란 플래카드에 비해 빈약해? 보이는 비주얼이 조금 창피해 서가 아녔을까 싶다.


어쨌거나 남편과 큰아들이 도화지로 만든 아담한 우리의 플래카드를 접었다 폈다 하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사이에

막내와 나는 입국장 문이 열리면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문틈 사이에 서서 딸내미가 이제나 오려나 저제나 오려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우리 옆에서 부르르 떨어 대며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기다리던 티미라는 아이의 친구로 보이는 아이가 "어 저기 티미 나온다"라며 플래카드를 들고 일렬로 서 있던 친구 무리 에게 수신호를 암호처럼 날리고 모든 아이들이 숨을 죽이고 티미라는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숨 가쁜 몇 초의 찰나가 지나며 티미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가방을 밀며 나오자 일렬로 서있던 아이들이 공항이 떠나가라 한 목소리로 발을 구르며 티미~~! 하고 소리쳤다.

서로 얼싸안고 반가워하는 아이들의 훈훈한 모습을 보며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마치 다큐멘터리의 감동적인 한 장면을 보듯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순간 그와 중에도 꿋꿋하게 보초를 서듯 입국장 안을 문틈 사이로 들여다보던 막내가

누나 온다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걸어 나오는 딸내미를 환호하며 맞이 했다.

조금은 쑥스러운 듯 그러나 식구들 만났다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딸내미의 얼굴을 마주하며

드디어 울 딸내미 집에 왔구나 하는 뭉클함으로 서있던 남편과 나 그리고 왔냐 하는 시크한 미소를 날리는 큰아들을 대신해서

우리 집 꼬맹이 막내가 반가움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이제 다 모였네" 한다.

... 우린 그렇게 다시 다섯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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