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초등학교 에는 맞벌이 부부 또는 싱글맘 들을 위해 방과 후 초등학생 대상의 보육기관인 Hort 호르트 가 있다.
아이들의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점심을 챙겨 주고
숙제하는 것을 돌봐 주며, 그 밖의 특별활동 또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오후 시간을 책임져 준다.
물론 학부모들이 식비 포함 매월 학원비 내듯 그 비용을 내고는 있지만(*개인 비용은 호르트 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보다 소속되어 있는 각 기관에서 보조받는 것이 사실상 더 큰 역할을 한다.
보육기관 호르트는 주정부, 시, 종교단체 등 다양한 기관에서 관장하는데 우리 학교의 경우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 시 소속의 보육 기관이며 학교 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파견되는 대부분의 보육교사들은 모두 시소 속의 교육 공무원 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보육 교사들은 우리 학교의 교사들이 연수 등의 프로그램으로 정규 수업 진행이 어려울 때 또는 누군가 병가로 갑자기 결원이 생겼을 때 그 자리를 대신해 임시 교사직을 수행하기도 하며 아이들의 개인별 숙제 해결 상황이나 또는 교우 관계에 있어서도 담당 보육교사와 학교 교사들 과의 원활한 의견교환과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엄마 마음에 100명이 넘는 많은 아이들을 13명의 보육교사 들이 맡고 있는 호르트에 대해 조금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보내고 보니 걱정과는 다르게
그룹별로 3명의 교사들이 교사 한 명당 아이들 8명 에서 10명 정도를 맡고 있는 것이라 큰 문제가 없었으며 중간중간 투입되는 실습 교사들까지 충분한 인원이 늘 확보되어 있었고
언제나 열정적인 보육교사 들과 그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프로그램 진행은 매번 대만족이었다.
그러니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막내의 경우 호르트 가 없는 주말은 너무 심심하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그 호르트에서 보육교사 들이 아이들과 간단한 브런치 그리고 연극 공연 깜짝 행사 등을
준비하여 학부모 들을 초대한 브런치 파티가 있었다.
지난주까지 참석할 수 있는 학부모 들은 미리 신청을 하고 참가비 5유로 한화로 약 7천 원
의 참가비를 미리 냈다. 그것으로 보육교사 들이 식재료 장을 보아 맛난 뷔페 상을 차리고
남은 모든 수익금은 호르트에서 우리 아이들 교재비 또는 간식비로 지출될 예정이다.
남자 보육교사 들인 부카르트, 스테판을 중심으로 모니카, 클라우디아 들이 아침 일찍부터
앞치마 두르고 부엌에서 열심히 학부모 들과 아이들을 위한 브런치를 준비하고 있다.
브런치 메뉴로 는 주로 다양한 빵 들과, 빵에 넣어 먹을 소시지, 치즈 류, 버터, 쨈,
치즈와 과일꽃이, 계란 오믈렛, 여러 가지 샐러드, 아이들을 위한 캘로그, 와플 등등 다양하다.
평소 우리 아이들이 방과 후에 점심을 먹는 곳에 브런치 뷔페 상이 차려졌고
각자 접시에 먹을 만큼 담아 다가 보통 우리 아이들이 방과 후에 점심 먹고 숙제하고 나서
만들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하는 방에서 다른 학부모 들과 함께 둘러앉아 화려한? 브런치를 했다.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며 어른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는 동안
아이들은 호르트 안을 누비며 자기들끼리 신나게 놀다 또 조각 케이크 등의 간식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보육 교사 들은 수시로 커피와 차를 끓여 나르며 학부모 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들을 나누었다.
짜자짠~나는 오늘 독일 파티 속에서 특별한 깜짝 순서를 맡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양면 색종이에 붓글씨 펜으로 주말 인사를 적어 보육교사 들과
학부모들에게 손글씨 한글 카드 선물하는 행사~
한글로 이 거이 주말 인사 중에 하나라고 설명해 주고 각자의 이름과 함께 적어 차례로 나누어 주었더니 다들 좋아라 하며 액자 만들어 걸어 놔야겠단다.
모두 선물 받은 한글이 적혀 있는 색종이 카드를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자기 이름이 한글로 쓰면 요렇게 생겼구나~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손은 하나이니 쓰다 보면 글씨가 도레미파솔라시도 올라가기도 하고
조금 비뚤어지기도 했으나 어쨌거나 비싼? 손글씨 아니던가? 그것도 한글로 된~!
사람들은 알파벳과는 너무나 다르게 생긴 한글을 보고 마냥 신기해했다.
이미 학교, 유치원 등에서 한글 이름 써 주기 행사를 자주 했던 나는 빛의 속도로
주말 인사와 받을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수십 장의 색종이를 선물하며
한글로 쓰지 못하는 독일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뿌듯했다.
색종이에 한글로 이름 써 주기 행사를 마치고 난 우리는 음악실에 모여 아이들과 교사들이 준비한
연극을 관람했다.
지금 까지 부엌에서 종횡무진 일 하던 보육교사들 중 원장의 일을 맡아하고 있는 부카르트 가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아이들과 공연 준비를 한다.
기타로 반주를 하며 아이들과 연극의 배경 음악이 될 노래를 불러 주었는데 아주 실험 정신 있게
음~이탈을 동반한 판타스틱한 노래였다.
내~니들을 독일의 고음불가 팀이라 불러 주마 ㅋㅋㅋ
공연이 시작되고 학부모 들은 사진 찍기에 바빴고 아이 들은 친구들과 보육교사 들이 함께 하는
조금 엉성? 하지만 열심히 준비한 재미난 연극을 몰입해서 보고 있다.
뭐 대사가 틀려도 걱정 없다 앞에 앉아 있는 다른 아이들이 다 가르쳐 준다.
영화 촬영할 때 스텝들이 대사 불러 주듯이....
각자 다른 박자로 노래해 돌림 노래가 되어도 좋다 그래서 모두가 따라 부르니 더 즐겁다.
분명히 어디서 많이 들어봄직한 모두 아는 노래를 완젼~다르게 부를 수 있는
우리 아이들 만의 탁월한 재주와 보육교사들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에
공연장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아이들의 즐거운 연극 공연은 열화 같은 박수 속에서 계속 진행되고
연극 안에서... 저 긴 모자 쓰고 감자를 손에 든 마법사가 "감자가 꽃이 되어라~" 하고
악을 악을 쓰며 주문을 외웠는데 한~~~ 참 만에 꽃으로 보이는 종이가 무대 뒤에서
날아 왔다.칠푸덕이....
그 모습에 모두 또 배꼽을 잡았다. 원래는 마법사가 주문을 걸고 감자를 무대 뒤에
살짝 던지는 것과 동시에 무대 뒤에서 종이로 만든 꽃을 들고 있던 다른 아이가 무대 밖으로
던져 주기로 되어 있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 마치 슬로비디오처럼 되었던 것이다.
이날 연극 무대에 사용된 배경부터 연극, 합창, 분장 등 모든 것을 보육교사 들과
아이들이 함께 연습하고 준비했다.
공연 전까지 학부모 들 에게 공연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며 심혈을 기해 준비했던
실수 만발 이여서 더 사랑스럽고 웃음 끊이지 않던 연극을 끝으로
수수하고 정스런 호르트의 브런치 파티가
막을 내렸다.
아이들이 순수하고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 주는 것에
학교 교사들 뿐만 아니라 방과 후 보육교사 들의 아이 들을 향한 애정 어린 관심과
노력 들이 밑거름이 되고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되는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