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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26. 2017

온 가족이 즐거웠던 독일 초등학교의 파싱 파티


금요일 저녁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집 막내의 반에서는

학부모 들도 함께 했던 신나는 파싱 파티가 있었다.

잠깐 소개한 바 있듯이 파싱은 독일의 전통 축제 카니발의 다른 이름이다.

이맘때 독일에서는 동네마다 크고 작은 카니발이 열린다.

카네발, 또는 파싱이라 부르는 이 축제는
재의 수요일로 시작되는 사순절이 기 전에

미리 먹고 마시고 즐긴다는 독일의 풍습과 기독교적 배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오랜 세월

이어 오고 있는 독일의 대표 전통 축제 중에 하나라 하겠다.

독일은 축제의 모습도 주마다 도시마다 다른데 그중에서도 카니발 하면

쾰른, 뒤셀도르프 등의 라인 강을 끼고 있는 도시들이 유명하다.

이도시들에서는 카니발 축제를 징하게 제대로 즐기는데

오죽하면 그 동네는 카니발 기간에는 일가친척도 연락이 안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쪽 동네보다는 다소 조용한 편인 독일 중부의 우리 동네는 보통 로젠몬탁이라 부르는

장미 월요일이 가장 크게 파싱 파티를 하는 날이다. (올해 에는 2월 27일 이 로젠몬탁이다)

그날은 유치원, 학교 등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고 코스튬 파티를 하는데

이번에 우리 반은 금요일 저녁 학부모들과 아이들 함께 모여 장미 월요일 전야제? 쯤으로

파싱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애 하나 뭘로 변신시키나? 도 고민스러운우리까지 덩달아

도대체 뭘 입고 가야 한다냐?로 며칠간 머리에 쥐가 났었다.

물론 처음엔 에이, 설마 다 꾸미고 오겠어. 걍 여자 사람, 남자 사람으로 평소 모습으로 갈까? 하다... 다른 학부형들이 누구는 해적으로 또 어떤 이는 카우보이로 변신해서 온다길래 우리도 무언가 되기는 돼야 겠구나 싶어... 생각난 것이

얼마 전 딸내미랑 시내 나갔다가 재미있어하던 의상을 준비해서 내가 하루 입고

딸내미 주면 되겠다 싶어 덜컥 결정을 내렸다. 무엇으로? 튼튼한 맥주통~!

그러면 남편은 뭘로 만드나 하다? 가장 손이 덜 가고 돈이 덜 드는 망토 하나 에 큰아들 모자 빌려 쓰면 되는 멕시코 아저씨 그리하여
우리는 결전의 날...

멕시코 아저씨가 맥주통을 들고 호위무사로 닌자까지 데리고 파싱 파티를 갔다.


금요일 저녁 6시 아무도 없는 조용한 학교 에는 마녀로 변장한 엄마들부터.

죄수로 변장한 아빠, 토끼, 피에로, 마술사, 요리사, 파일럿, 우주인, 공주, 레고, 요정

천사로 변신한 아기들, 로빈훗, 카우보이, 이제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공룡까지 실로 다양한 의상과 분장으로 온갗정성으로 꾸미고 온 우리 반 학부형 들과

형제자매들이 있었다.세상에나...

만약 우리가 평소처럼 평범하게 그냥 갔더라면 눈에 팍팍 띌 뻔했다. ㅎㅎㅎ

만나는 학부형들마다 서로의 의상과 분장을 친창 해 주기 바빴고

또는 무슨 콘셉트로  변신했는지 재미있어하며 웃기 바빴다.

어느 학부형이 멕시코 아저씨로 변신한 남편을 요셉으로 변신한 줄

알았단다. 그래서 나를 보며 "그럼 네가 마리아? "라고 묻는 것이다.

딱 봐도 맥주통 인 나를 보고 웃으며 하는 그녀의 발랄한 농담에

나는 상콤하게 맞받아쳐 주었다.

"맥주 마시는 마리아 봤니?"ㅋㅋㅋ

이번엔 내가 어느 학부형에게 물었다. 크리스마스 방학에 두바이를 다녀오셔서 기념품으로

사들고 온 머리 터번을 하고 본인이 알리바바라고 우기는 어느 학부형에게

"그럼, 40명의 도적은 어디 갔니?"그랬더니 그 학부형 씩~웃으며 가쁜 이 대답한다.

"음 요즘 독일 날씨 구려서 휴가 보냈어"

요거이  요즘 우리반 남자 아이들이 눈만 뜨면 잘때까지 돌려 댄다는 불굴의 디아블로 되것다. ㅎㅎㅎ
아이들이 타다 끌다 다시 타다를 반복 하던 외발 자전거 어쨋든 조런 장애물 놓고 돌며 탔다는 거이 중요 했다 ㅎㅎㅎ

중세의 마법사로 변신하신 담임 선생님의 인사 말씀으로 시작된 아이들의 특별 공연 시간..

오늘의 사회자 페터와 에마가 멋드러 지게 소개한 첫 순서는 남자아이들의 디아블로 돌리기였는데

가느다란 줄을 가운데 걸고 플라스틱의 미니 장구처럼 생긴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 색색의

디아블로를 높이 던졌다 받고 다시 낮게 돌리다 던지는 수준급?묘기 가 펼쳐졌다.

물론 중간중간 땅에 한 번씩 떨궈 굴려 주시는 센스도 잊지 않았지만 말이다.

엄마 아빠들의 열화 같은 박수를 받으며 이어진 다음 순서는

두 여자 아이들의 박진감 넘치는 외발 자전거 타기~ 중심을 잘 잡아야 탈 수 있는 외발 자전거를

살 같이 타는 아이들의 솜씨에 사람들은 어느새 휘파람을 불어 대며 박수를 쳤다.

물론 서커스 에서나 나옴직한 외발자전거 타면서 머리 위에 접시 올리기 등의 고난도는 나오지

않았고 가끔 가다 서서 자전거를 끌고 가기도 하고 타다 말다 했지만 아이들이 저 정도 탈 수 있다는

것이 마냥 기특하고 멋져 보였다.

짧은 시간 부지런히 연습하고 어떤 것들을 공연할지 프로그램의 내용 또한 아이들끼리 의논하여 정했다는데... 어찌나 다양하신지..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쟤들 뭐하세요? 할런가 모르지만

부모들 눈에는 하나 같이 지금 막 전국순회공연을 간다 해도 무방할 묘기대행진 이었다.ㅋㅋㅋ


박수갈채를 받으며 이어지는 순서는 독일 학교에서 발표회 때나 공연이 있을 때 자주 등장하는 순서인

시낭송, 그리고 유머 외워서 발표 하기 ...
시는 그렇다 쳐도 유머는 아이들이 발표하다 지들이 생각해도

웃겼던지 먼저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으니 떨려서 평소보다 빨리 휘리릭 이야기하고 끝낼지라도 타이밍 절묘하게 빵~하고 제대로 터져 주는 리엑션은 관중의 몫이다.

어떻게 이야기해도 빵 터져 주기 전법 이라고나 할까?

이거 제대로 해줘야 아이들 기 팍팍 산다.


다음은 카메라 앵글 맞추며 숨죽여 기다리는 오늘의 마지막 무대....두구두구두구두....
여자 남자아이들 협동 공연인

훌라후프와 디아블로의  돌려~ 돌려~마구 돌려~  순서 되겠다.

어떤 아이들은 다닐 때도 흔들흔들 돌리며 다니는지.... 작고 가냘픈 몸에 걸친 훌라후프가

뱅글뱅글 돌아 바닥에 떨어 지지를 않는다.
물론 게 중에는 한두 바퀴 돌다 쭉 미끄러지고

바닥에 착지한 훌라후프를 빛의 속도로 주워 올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뭐 어떤가? 유연 하기가 통나무와 친구 하는 훌라후프 한 개도 제대로 못 돌리고 바닥에 철퍼덕 소리만 내는 나같은 어른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 아이들은 정말이지 놀랍지 않은가?ㅋㅋㅋ


아이들의 멋들어진 공연을 끝으로 우리는 각자 하나씩 들고 온 주로 간단한 핑거 푸드들과 간식거리 들로 차려진 뷔페를 행복하게 나누어 먹었다.

새우 춘권말이, 미니피자, 소시지 , 도넛, 과일꽂이, 채소 꽂이, 파스타... 등등 종류도 다채로웠고 푸짐했다.

매일 자기가 만든 음식을 주로 먹는 엄마들에겐 남이 해준 음식은 특별하고 맛나지 않은가?

어느 학부형이 새우 춘권말이를 손에 들고 너무 맛나다며 내게 물었다.

"이거 네가 해 온 거지?" 입안 가득 음식을 머금고 있던 내가 대답 대신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럴 줄 알았어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걸 할 수 있는 엄마는 우리 반에서 너뿐이지.."

라는 거다.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하나도 복잡하지 않아 며칠간 집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할 뿐이야"

라고 대답하며 속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얘야 내 다음번엔 대로 복잡한 한식의 세계로 너를 인도해 주마


모두가 배불리 먹고 난후, 그전에 아이들 공연이 있었던,번쩍이는 조명까지 돌아가는 초등학교 체육실에서 온 가족이 모여 음악 빵빵하게 틀어 놓고 무아지경 디스코 타임을 가졌다.

용감한 아빠들이 먼저 나가 스텝을 밟아 대며 아이들과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보다

어우 아자씨들 어릴 때 좀 놀았는데 ,,,해가며

이에 질 수 없다고 나선 엄마들 이 단체로 오~마가레타 ~!하는 댄스 뮤직에 맞춰

아까 먹은 것도 많은데 부위 별로 쏵다 빠질지어다를 외치며 욜라리 흔들어 주었다.

뭐니 뭐니 해도 오늘의 피날레는 온 가족이 모여 가진 댄스 타임이었던것 같다.

그 마지막 음악은 그 이름도 유명하신 한국 노래
오빠 강남스타일~되시겠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무슨 뜻인지는 모르오나 일단 신난다 하며...세계를 강타 했던 몇 년 전부터 줄곧 들어 귀에 익숙한 "어빠 깡남스타일"따라 외치며 사정 없이 흔들어 주셨고

어디서 본거는 있어 가지고

윙윙윙 뿌잉 뿌잉 하는 간주 음악 나올때 다리까지 제대로 떨어 주시며 말이다.

그렇게 온 가족이 즐거웠던 파싱 파티 진정한
불타는 금요일밤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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