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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21. 2017

아들의 첫번째 러브레터

겁나 감추는 아들 열라 찾는 엄마


오늘 아침 일이다.

학교 갈 준비를 하느라 바쁘던 막내가

나가야 할 시간이 다 되도록 뭔가 가져와야 할 것이

있다고 뭉기적 거리고 있었다.

얼른 나가야 하는데 마음은 급하고 애는 빨리빨리 안 하고

슬슬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이제 나가자며 책가방을 메고 신발을 신던 아들의 손에는

뭔가 하얀 것이 들려 있었다.

나는 "아들 그건 뭐야? 누구한테 생일 초대장 받았어?"

라고 물었다.

서둘러 나가면서도 아들은 "아무것도 아냐 근데 이거 누가 읽어 봤어?

한다

오호 요놈 보게... 세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나는 수많은 경험상

애들이 굳이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늘  틀림없이 뭔가 있다로 해석해야

함을 이미 알고 있다.

또, 누가 읽어 보았냐니? 그 안에 무엇이 있길래?


혹시나 엄마, 아빠 또는 누나가 읽어 까? 싶어 노심초사 학교까지 들고 가시는 저 카드 같이 생긴 것 안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다는 말인가?
너무 궁금해진 나는

아이를 학교로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아들 빨리 그거 줘봐 뭐 쓰여있어 엉? 누가 줬는데?

라며 속사포로 물어보고 싶은 속마음을 꾹 누른 체  

엄마는 정말 지인짜 관심이 없다만 네가 원한다면

이야기해도 돼..뭐 함 들어줄게.. 하는 제스처로

담담하게 물었다.

"근데 그건 뭐야 ?카드 니?네가 쓴 거야 아니면 누가 또 줬어?"

그랬더니 "아니 주웠어?"라는 거다

호호 요거 봐라... 짐작은 간다만... 시침 뚝 떼고

"그래 카드를 주웠어? 그럼 주인 찾아 줘야지.

그 카드에 이름 안 쓰여 있어?"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감추려 버티던 아들이 급기야는

"내 이름 쓰여 있어서 내가 주워 왔어" 란다.

"그래? 누가 니 이름을 써서 만든 카드를 흘렸을까?

거기 누가 준다는 거는 안 쓰여 있어?"


머뭇 거리던 아들이 어쩔 수 없이 털어놓는다.

"미람..."

ㅋㅋㅋ아, 또 그 애 구나...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추고

"그렇구나 친구가 너를 위해 만든 카드 니까

잃어버리거나 버리고 오면 안 돼 "라는 말을 하며

막내를 학교로 들여보냈다.

우리의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남편에게

나는 실은 막내가 얼마 전 발렌타인데이 때

지네반 여자 아이한테 예쁜 러브 카드를 받았는데

그 아이가 이번에도 다른 러브 카드를 또 주었나 보다 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짜리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마냥 아기 같기만 하던 우리 막내둥이가 점점 남자, 여자, 첫사랑, 사춘기

이런 단어 들과 무관 하지 않겠구나 싶어서 말이다.


나는 남편에게 막내가 받은

아기자기 한 글씨로 사랑하는 민진 에게... 사랑을 담뿍 담아서

사랑과 행운 이 넘치는 발렌타인데이가 되기를 바래.. 너의 미람..

이라 적혀 있는 빨간 하트가 뿅뿅 그려진 아들의 예쁜 카드를 보여 주었다.

카드를 펴 보던 남편은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머금고

" 아식 아빠보다 났네.." 하며 부러움과 대견함이 묻어 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근데 미람이 누구야? 이뻐?"한다

첫마디가 이뻐? 라니 하여간 남자 들이란
나이 상관없이 어찌나 한결 같으신지 ㅎㅎㅎ

나는 "아니 나도 어떤 애 인지 아직 몰라 얼마 전에 전학 온 애야 "

라고 대답하며 머릿속으로는 계속

아까 그 카드에는 뭐가 적혀 있을까? 뭐라 적혀 있길래 막내가

우리가 읽어 볼까? 싶어 허둥지둥 학교에 들고 갔을까? 완전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이따 학교에서 돌아오면 살살 털어 봐야겠다.

(확보되는 대로 속보로 올릴게요 ㅎㅎㅎ)

이번 주 금요일에 학교에서 우리 반 파싱 파티가 있다.

그때 가서 미람이 어떻게 생긴 아이인지 자세히 봐야겠다.

어떻게든 감추려는 아들과 우쨌든지 알아 내려는 엄마의 팽팽한 신경전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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