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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17. 2017

독일 사람들의 봄맞이 주말 행사  

Hauptspeise 본 요리 25.

1. 독일 봄 날씨와 우리 집 정원 이야기

살랑살랑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이젠 봄이라 말하는 듯 포근한 날이다.

우리 집 화단에도 이웃집 마당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을 맞이 하듯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그사이를 오가는 작은 새 들의 청아한 지저귐도

윙윙 소리를 내며 이 꽃 저 꽃 사이를 누비는 꿀벌들의 힘찬 움직임도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물이 흘러내릴듯한 파란 하늘도...

어느 것 하나 이젠 정말 봄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판타스틱한 날씨를 독일에서는 Traumhaftig 트라움하프티히 하다고 한다.

꿈처럼 믿기 어려울 만큼 근사한 날씨라는 뜻이다.

이런 날 독일 주택(Haus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정원 일 되시겠다.

워낙에 정원 가꾸는 것을 좋아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라 일 년 내내 철마다 바꿔 가며 꽃이며 나무며

신경 써서 심고 다듬고 하지만 특히나 긴 겨울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이 집 저 집 할 것 없이

이웃들이 죄다 나와 앉아서 땅 파고 꽃 심고 가꾸느라 바쁘다.


그 분위기에 못 이겨 등 떠밀려? 우리도 봄 되면 정원 가꾸기에 함류 한지 몇 년 된다.

사실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 까지는 우리의 아파트 같은 보눙 Wohnung에서 살았기 때문에

가끔 베란다에 화분 한두 개 놓고 살았던 것이 다였고.... 새들새들하던 꽃도 식물도

손만 대면 예쁘게 가꿔지는 그린핑거인 친정엄마 와는 반대로 잊은 듯 살다가 한 번씩 물만 주면 된다는

선인장도 고이 보내 시는 블랙 핑거? 인 나는 정원 가꾸기는 남의 일이었다.

그런데

마당 딸린 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연인즉슨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예전 우리 동네에서 꽤나 유명했던 독일식 맛집이었다.

우리로 하자면 소문난 할머니 보쌈집? 정도 되려나... 게다가 우리 마당은 이 동네 주민 여러분 들이 누구나

한 번쯤은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맥주 한잔 기울이며 만남을 가졌던 사랑방 같던 Biergarten비어가르텐이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 에게 우리 집 정원은 여전히 누구네 집의 마당이 아니라 추억 속의 만남의 장소 다.

어느 날 이삿짐 트럭이 부르릉 턱 하니 들어오더니 낯선 눈 쭉 찢어진 동양 아이들이

하나~ 둘~셋이나 뽀잉 뽀잉 튀어나와 공놀이를 하고 있지를 않나 왠 조그맣고 동그란 아줌마가

소리 꽥꽥 ~질러 대며 낯선 언어로 샬라 샬라 애들아 밥 먹자~를 외쳐 대니

우리의 친절한? 이웃들과 동네 사람들 에게는 이 낯선 가족이 도대체 이 정원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가 최대 관심사였고 오며 가며 느무느무 궁금한 일이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남의 일에 잘 참견하지 않는 독일 사람들이 대 놓고

"너네 정원 언젠가는 푸르게 가꿀 꺼지"?

또는"도움 필요하면 이야기해 내 생각에는 여기는 이렇게 조기는 저렇게 꾸미면 좋을 것 같아"라는 둥

좋게 말해 관심 폭발 이요~ 그냥 이야기하자면 오며 가며 온갖 참견 다하는 분들이 많으셨다.

거기다가 우리 집 은 위치상으로 벨하이데 라는 지역 주택가 중에서 위 , 아래,를 이어 주는 사거리이며

큰길 한 복판 이여서 동네 사람들이 시내를 가기 위해서 또는 아이들 학교, 유치원을 바래다주고 데려 오기

위해서 거쳐 가야 하는 큰길 중에 하나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마치 동네 공원을 거닐듯 우리 집 낮은 울타리 너머를 눈으로 훑어보며 걷고,

또는 자전거를 타고 바람같이 지나가며 눈으로 빠르게 우리 집 정원을 스캔하시는 이들....

"어머 요새 정원이 많이 이뻐졌어요.". "보기 좋아요.."  등등 의 말들을 꼭 한마디 씩 날리시며 말이다.

당근~ 나는 우리 집 거실에서 머리 풀어헤치고 잠옷 바람으로는 문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며 깨끗하게 세수 라도 하고 머리 라도 단정히 빗고 고개를 내밀어야 오가는 사람들

놀라게 하지 않고 손이라도 흔들어 줄 수 있다

그래서 가끔은 집에서도 계속 주욱~일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2. 독일 정원 용품 백화점에서

어쨌거나 동네 주민들의 따땃한 관심을 해가 뜨나, 눈이 오나 ,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같이 받다 보니 우리의 휑한 정원을 그냥 방치? 해 둘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바빠서 헐레벌떡 뛰어 다니 면서도 틈만 나면 열심히 삽질?을 했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이 좋은 봄날 주말에 몇 시간씩 정원에 쪼그리고 앉아 삽질?을 하나

생각했었는데 정원 일이라는 것이 하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 난다.

땅에 꽃씨를 뿌려 놓으면 하나 둘 꽃을 피우고 채소 모종을 심으면 열매를 맺어 가는 그 보람찬 과정 이란....

우리는 어느새 정원 가꾸기라는 취미의 무한 매력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비록 등 떠밀려 얼떨결에 생긴 취미 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난 주말에도 소풍 다녀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우리는 여지없이 정원 용품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주말이라 정원에 심을 봄맞이 꽃들을 사러 나온 아이들을 동반한 독일 가족들이 많았다.

우리도 이쪽저쪽을 둘러보며 정원에 심을 꽃들을 고르는데 고르는 재미가 솔솔 했다.

주로 59센트짜리들 우리로 하면 600원 정도 하는 꽃들을 색깔 별로 골라서 구색을 맞추고

어느 쪽에다 심으면 겁나 이쁘게 보이려나 계획하면서 말이다.

독일에는 이렇게 꽃, 과일나무, 채소 모종, 씨앗, 흙, 화분 등등 정원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전문상점인 일명 정원 백화점이 따로 있다.

여기 오면 온통 정원에 심을 꽃과 모종들이 천지다.

게 중에 잘 고르면 세일하는 것으로 골라 담아 동네 마트 등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싸고 싱싱한

것들을 살 수가 있다.

거기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정원 나무 꽃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라 간단한 어드바이스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 다.

전문가 들 에게 하는 나의 질문의 대부분은 어떤 꽃들이 손이 덜 가고 길게 가는가?

예를 들어 물을 주는 텀이 길고 비료 또는 영양제 뿌리는 텀 또한 긴 것으로다가 봄에 심어서 가을까지 가는

키우기 까다롭지 않은 종류들.... 그중에 세일 품목.... 요기에 딱 부합되는 꽃들 중에 하나가 제라늄 종류들

이였다

사람들은 이렇게 색색의 제라늄 등의 봄꽃 들과 토마토 등의 채소 모종 들을 한 바구니 골라 담으며

날씨 좋은 봄날 주말 정원에 나와 앉아 땅 파고 심고 할 봄맞이 주말 행사 준비를 한다.


이렇게 우리로 하면 만 오천 원어치 꽃들을
신나게 골라 담아 차에 싣는 것은
이 집 아줌마 몫이고
집에 와서 허벌라게 심는 것은
이 집 두남정네의 몫이라는 것은 비밀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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