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의 나는 평온했다.
폭풍우 오기 전의 밤바다처럼...
그저 눈빛 속에 네가 죽고 잡지? 하는
메시지만을 묵묵히 담은 채 딱 한마디 했을 뿐이다
"그. 래?"
나의 너무도 담백한 한마디와 쌀 벌한 눈초리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남편은 순간
띠굴럭 떼굴럭 굴리던 커다란 눈을 꼭 감은채 외쳤다
"죽여줘..."
그렇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대강 눈치 깔? 만한 상황
우리의 결혼 20주면 기념일은
이미 지난달에 후딱 하니 지나갔던 것이었다.
장미 꽃잎과 달콤한 시간은커녕
소리 소문 없이.....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모르며 멘붕이던 남편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나 기특하지 않냐?
어쩐지...
지난달에 너한테 자꾸 이것저것 선물을 하게 되더라고
핸디도 바꿔 주고... 자전거도 사주고..
본능이 알고 있었던 거지, 본능이.."
본능 같은 소리 한다,
인간아 애쓴다 왜 십 년 전에 산 냉장고는 거기 안 넣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