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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02. 2017

나를 위로 하는 10가지 방법

위로받기 좋은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창문에 톡톡 맺힐 만큼이 아니라 온 땅을 적시며 주룩 주룩....

허구한 날 비가 오는 독일이지만 오늘만큼은 이 비가 반갑다.

정원에 꽃, 나무에 물 안 줘도 되는 것은 보너스고 센티멘탈 랑꼴리 하고 싶은 날

비까지 내려 주니 분위기 딱이다.

오늘 나는 원 없이 실망하고 마음껏 위로받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 있어 무언가를 준비해서 단번에 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

기적처럼,... 놀랍게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등의 형용사를 쓸 일이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열심히 번 돈에서 적금 떼어 붓듯 언제나 노력한 만큼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그만큼만 유지되어도 감사한 일인데 말이다.

보통은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의 십 분의 일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일들이 대부분 이었고

기대했던 기대 하지 않았던 되지 않은 일들이 수두룩 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느새 요샛말로 프로 실 패러 가 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실망 전문가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타공인 위로 고수 가 되었다.

오늘도 나만의 매뉴얼대로 비까지 와 주시는 위로받기 좋은 나 자신을 기쁘게 위로하고 있다.


나를 위로하는 10 가지 방법


1. 라테 한잔에 설탕 하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홀로 따끈한 라테 한잔을 마셔 준다.

설탕 한 스푼 꼭 넣어서...

평소 살찔 까 봐 또는 건강에 안 좋아서 되도록 넣지 않는 설탕을 이런 날은

꼭 한 스푼 넣어서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를 즐기며 마음껏 실망한다.

생겨 먹기가 뒤끝 작렬인데 실망스럽고 속상한 마음을 일부러 아닌 척 털어 버린 척하면 저 마음

밑바닥에 만리장성처럼 쌓인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실망하고 표 나게 속상해한다.

마음이 풀릴 때까지... 퇴근한 남편이 "또 안됬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을 만큼...


2. 나만을 위한 작은 선물


무엇인가를 열심히 준비했는데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해서 실망스럽지만 그 노력의 대가는 꼭 필요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이만큼이나 노력했는데... 그럼 된 거다 스스로 에게 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을 샀다.

그 선물이 언젠가는 예쁜 빛깔의 립스틱이 될 수도 있고, 달콤한 간식이 될 수도 있으며 또 어느 때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비키니가 될 수도 있고 귀여운 액세서리가 될 수도, 야시시하고 샬랄라 한 속옷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작고 예쁜 것으로 그동안 준비하느라 정말 애썼어 라며 쓰담 쓰담 스스로 에게 작은 위로를 전한다. 행복하게....

 

3. 보드랍고 포근한 수면 양말


편안한 옷을 입고 최대한 말랑말랑 하게 보낸다.

나는 이런 날 집에 있을 때 제일 편하게 입는 빨간 운동복 바지를 입고 수면양말을 신은 체 언젠가 재밌게 보았던 레젼드 드라마 들을 다시 보기 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나 도깨비 등은 대사를 외울 지경이고 이미 장면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빠져들어 보다 보면 결말을 모르는 것 처럼 설레이며 보게 된다.


4. 로맨틱 소설 읽으며  라면 한 젓가락


예전에 즐겨 보았던 달달 하고 간질간질 한 로맨스 소설 또는 순정만화를 다시 본다. 라면까지 끓여 먹어 가며...

마치 그 옛날 만화방 에서 친구들과 만화책 돌려 보며 함께 킥킥 거리다 배고파 지면 라면 사먹던 여고 시절 때 처럼...

한 젓가락의 라면과 그 알콩 달콩 함은 매번 그래 인생 뭐 있어하며 나를 말랑말랑 하게 해 준다.


5. 친구들과  안부 인사 또는  폭풍 수다 


사느라 바빠... 프로젝트 또는 그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한동안 연락 두절 상태로 지내던 가까운

지인들에게 살아 있음을 전화로 또는 SnS를 통해 전 한다. 누구는 그사이 아이를 가졌고 또 누구는 어디론가 다시 떠나갈 때가 되었고 어느 집 아이는 이렇게나 훌쩍 컸고 등등... SNS상에서 나누는 서로의 평범한 안부 인사들 속에서.. 지금 이 순간 나의 별것 없음이 때로는 다른 이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그 위로를 내가 되돌려 받기도 한다.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은 어느 곳에 특별히 고여 있지도 누구 에게만 따로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매 순간 열심히 하면 된다 위로하는 것도 위로받는 것도....  



6. 반신욕, 또는 사우나를 간다.


그전에 욕조가 있는 집에 살았을 적에는 반신욕을 즐겼다.

그것도 평상시에 아까워 잘 쓰지 않는 장미꽃잎  입욕제 라던가... 럭셔리 한 비누 팍팍 풀어가며...

공주가 된 기분으로 다가...

그런데 지금 사는 집에는 욕조가 원래부터 없었다.

해서 찜질방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 동네 없는 관계로 동네 온천을 가거나 여성전용인 요일에 사우나를 간다.

온탕 냉탕을 오가며 몸이 따뜻하다 못해 노골 노골 해 지면 마음이 저절로 포근해진다.


7. 감미로운 음악과 분위기 전환


음악을 틀어 놓고 정원을 꽃을 심거나 집안의 한 곳을 정리하거나 가구를 옮기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집안을 둘러보면 언젠가 정리해야지 하며 미뤄 두던 곳이 꼭 한 군데 이상은 있다.

그곳이 어느 때는 정원 일 때도, 옷장일 때도, 또는 냉장고 그리고 또 언제는 부엌의 서랍장, 등등될 수 있는데 그중에 한 군데를 집중적으로 정리를 한다.

그러다 마음이 내키면 소파 나 식탁의 위치를 바꾸어 집안의 분위기에 변화를 주어 보기도 한다.

그러면 왠지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마음 한 가득 들어찬다.



8. 눈물 쏙 빠지는 공포 영화 보며 매운 떡볶이

원래 겁이 많은 편이라 무서운 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 밤에 자다 영화보다 놀랐던 장면이 자꾸 떠오르면 화장실 가기도 겁나 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날은 용기를 내어 공포 영화 한 편을 틀어 놓고 매운 떡볶이를 곁들이면 궁합이 베리 굿이다. 눈물이 쏙 빠지도록 무서운 영화 일 수록 떡볶이가 혀가 얼얼하게 매울수록 더 좋다. 나중에는 무서워서 인지 매워서 인지 실망감 때문인지 눈물이 나는 이유가 헷갈리게 되기 딱 좋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진다.   


9. 아이스크림 한 스푼 추억 두 스푼

살아 가면서 하나 둘 쌓아 진 소소한 추억들은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그려 지게 만든다.그런 방울 방울진 추억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이 누군가는 사진첩이 되기도 하고 또는 꾹꾹 눌러쓴 손편지가 되기도 하며 또는 그무엇이 있을수 있다.

나에게는 그렇게 추억을 꺼내 볼수 있는 것들 중에 사진첩과 그때 적어 두었던 메모장 들 그리고 일기장 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그날 그날 있었던 일들을 간략 하게 메모해 두었던 메모장 들은 잊고 살았던 나의 작은 추억 들 까지도 순간 포착 된 폴로라이드 사진 한컷 처럼 그때의 일들을 하나 둘 떠올리게 해 주고는 한다.

아이스크림 한스푼 떠먹으며 그메모장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 짓으며 그때 그랬었지..그때의 나의 시간을 떠올리며 지금의 시간을 위로 받기도 하고 그때도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음에 힘을 얻기도 한다.

 

10. 케이크 한 조각 새로운 계획 한 장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 앞에 두고 무언가 새로운 흥미로운 일 들을 계획 하다 보면 어느새 또다시 달달한 열정이 샘솟는다.

찾아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도 세상에는 내가 하고 싶은 또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때로는 만사 귀찮을 때도 있지만 성격상 하루 신나게 놀고 나면 슬슬 뭔가 재미난 일을 꾸며 볼까

하는 호기심과 아이디어가 발동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내게 살면서 뭐 하나 똑소리 나게 제대로 끝내기도 어려운데 뭘 그리 여러 곳에 관심을 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하나만 죽자고 파지 않아서 나는 여전히 실망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나의 온갖 것에 두루 관심을 갖는 나의 잡다구리함을 애정 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작은 관심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런 관심들이 없었다면 시작 조차 못해 보았을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프로 실 패러 이자 프로 시작러 이다. 나는 언젠가는 나의 잡다한 관심에서 시작된 발상이 빛을 발할 날도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응원해 본다

창문에 매달려 또로롱 또로롱 굴러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가 쇼팽의 피아노곡처럼 감미로운 위로받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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