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날아 든 기쁜 소식 두 가지
독일은 해마다 5월 둘째 줄 일요일을 어머니날 Muttertag으로 보낸다.
이날 독일 사람들은 어머니들을 위해 꽃을 선물하고 맛난 곳에서 함께 식사 들을 한다.
언제나 5월 초부터 백화점 등에서 어머니 날을 겨냥한 이벤트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건만
사정상 또는 잊어버려서 선물과 꽃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일요일 이어도 문을 열고
영업 중이신 꽃집들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맛난 것을 집에서 만들어 어머니께 대접하는 집들도 있지만 대부분 좋은 곳에서 가족
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덕분에 이날 유명한 레스토랑 들은 미어터진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식사하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다. 한마디로 레스토랑들은 그날 대목인 셈이다.
또, 독일에서는 종교적으로는 예수 승천일 인 Christi Himmelfahrt를 아버지 날 Vatertag이라고 한다.
우리처럼 한날 어버이날이라 정하지 않고 이렇게 따로따로 하는 것은
아이를 낳고 키우고 고생한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 어머니 날이 공식적으로 생겨 나자
아버지들이 우리도 아이들 만들고? 키우느라 고생했는데.. 왜 우리는 아버지 날이 없나? 라며 섭섭해해서
어차피 노는 날인 종교적 공휴일인 예수 승천일에 그냥 아버지 날이라 불러 주고 아빠들 위해 그릴 해서 고기 굽고 맥주 마시는 날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5월 25일 목요일인 오늘은 예수 승천일 Christi Himmelfahrt 이자 독일의 일명 아버지 날이다.
날씨도 좋고 종교적 공휴일 이여서 많은 가족들이 야외에서 그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집은 그릴 하고 축하받아야 할 아빠가 학회 때문에 다른 도시에 가 있어서 막내와 둘이
돈가스나 구워 먹으며 집에서 뒹굴 뒹굴 할 예정 이다.
초등학생인 막내는 공휴일인 목요일부터 금요일은 샌드위치 데이..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까지
긴 주말을 맞이 했다.
그래서 나는 이 긴 시간을 무얼 하며 놀아 주어야 하나 고민 중에 있다.
한편, 작년 아버지 날 때 학교에서 막내가 아빠를 위해 준비 해 들고 온 선물은 그릴 할 때 불 붙일 성냥이 담긴 이쁘게 그림 그린 성냥갑과 나무로 만든 맥주 따개였다.
한 뼘은 더 훌쩍 큰 초등학교 3학년 짜리 들이 준비한 올해의 아버지 날 선물은 유용한 셀프 쿠폰 꾸러미와 카드였다.
청소할 때 도와주기, 세차할 때 도와주기 , 정원 정리할 때 도와주기 등등...
아이들은 평소 집에서 아빠를 위해 도왔던 여러 가지 아이템 들을 색종이 하나하나에 적어 언제든 아빠가 원한다면 사용 할수 있는 쿠폰으로 만들어 냈다.
그 쿠폰들과 카드를 잘 포장해서 아빠에게 오늘 짜잔 하고 주고 싶어 했는데 원래 예정 대로 라면
이번 주 일요일이나 되어야 아빠 손에 막내가 만든 아버지 날 선물이 전해 질 것이라 아쉬워 하고 이었다.
그. 런. 데
아침 일찍 남편으로부터 까톡 하고 카톡 이 날아 왔다.
오늘 일정이 오후 4시면 끝날 것 같고 그 이후에 집에 와서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고 그다음 날인
내일 아침 일찍 다시 학회로 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카톡을 본 나는
지금 남편이 있는 곳에서 여기까지 차로 2시간 도 넘게 걸리는데 오며 가며 피곤하지 않을까?
그리고 혹시라도 긴 주말을 이용해 사람들이 동시에 여기저기서 움직 인다면
아우토반 상황이 녹록지 않을 터인데.. 등의 걱정이 앞섰지만 ...그것은 잠깐이고
우리끼리 보내게 될 것이라 시무룩했던 아버지 날에 남편이 집에 들리겠다는 깜짝 소식은
막내와 나를 기쁘게 하기에 충분했다.
잘 포장해 놓은 선물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는 귀여운 막내를 쳐다보며 나는 남편이 집에
도착하면 저녁 시간 일 터라 그릴 은 할 수 없겠고 김치찌개 보글보글 끓여 놓고 기다려야겠다며
머릿속으로 분주히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그렇게 기뻐하고 있는 내게 알림 창에 뜬 또 다른 소식이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얼마 전 브런치에 꿈을 이루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때 어느 젊은 맘이 댓글을 달아 주셨는데 글 속에 소개되었던 예전의 나처럼 육아와 자신의 미래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 그 댓글에 내가 답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응원한다 뿐이었다.
어디까지나 결정은 본인의 몫이므로 제삼자인 내가 그분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손뼉 쳐 주는 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분이 원하던 그러나 고민하던 새로운 분야의 일에서 당당히 첫발을 내디디셨노라는 소식을
감사하게 댓글로 전해 왔다.
나는 그 순간 마치 내 가족의 일인 양 햇살이 퍼지듯 가슴 한켠 에서 부터 행복한 마음이 잔잔히 퍼져 왔다.
핑크팬더님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
시작이 반입니다.
가다 보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은 순간도
내가 왜 이 길을 선택 했던가?라는
후회의 순간이 찾아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당신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독일에서 언제나 응원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