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Mar 11. 2017

매 순간 후회 없이 사랑하며...



다시 찾아온 또 다른 금요일..어찌나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지

돌아서면 한주 다시 돌아서면 또 한주가 소리 없이 지나간다.

누가 그랬던가? 젊은 시절의 시간은 걷는 것 같이 마냥 더디게 가는 것 같아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뛰는 듯하다 자동차 타고 달리는 듯하다가 어느새 기차 타고 휙휙 지나 가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에는 비행기 타고 날아가는 것처럼 빠르게 흘러만 간다고 말이다.

우리 동네 장 서는날... 친구 들과 여지없이 우리의 참새 방앗간 같은 빵집에 둘러앉아 서로 그간의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아침저녁으로는 여전히 춥지만 제법 푸근 해 지고 있는 날씨 이야기부터

하이케의 새로 맞춘 안경, 하네 노아의 손자 들을 위한 부활절 선물 준비...

엘피의 체조교실 이야기.. 등등 서로의 일상 속에서 벌어진 작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느라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얼마 전 남편의 한국행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시아버님의 기일...

한국의 제사 문화, 추도 예배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와 문화가 많이 다른 독일에서는 기일, 제삿날이라는 것이 따로 없다.

기도교적 연례행사로 죽음을 생각하고 차분히 보내며 우리로 하자면 성묘도 가는

Buss und Wettag이라는 날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기일 과는 의미가 다르다.

가족들이 수시로 꽃 도 심어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동네 공원 산책 가듯

묘지를 방문하는 독일 사람 들 에게 일 년에 하루 돌아가신 날 그렇게 온 가족이 모여

돌아가신 분을 기린다는 우리의 기일이 특별하게 다가오는지 이런저런 질문들을 해 온다.

계속 이야기가 그쪽으로만 흐르다 보니 왠지 무거워지는 것 같아 살짝 방향을 틀어

다른 일상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묘하게도 요사이 장례식에 참여한

친구들이 많았다.

하네로 아 도 엊그제 친구의 남편 장례식에 다녀왔다고 하면서 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장례식에 사용되는 노란 국화나 하얀 국화 가 아니라

온갖 화려한 색의 꽃들로 장식된 예쁜 꽃들 속에 유독 눈에 띄게 아름다운

분홍색 계열의 장미들로 만든 하트 모양의 꽃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그 분홍의 꽃장식은 하네로 아 의 친구가 남편의 무덤에 놓기 위해

직접 정성을 다해 손수 만들어 놓았단다.

나도 모르게 살아서나 죽어서나 사랑하겠다는 결혼 서약의 한 구절이

떠 오르는 순간이었다.


숙연 해진 분위기 가운데에 이번엔 하이케 가 절친했던 이웃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얼마 전

35세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는 아이 셋 의 젊은 엄마.

원래 지병이 있어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는 그 이웃은

하이케 가 병문안 갔던 날 퇴원하면 집으로 놀러 와서 찐한 커피 한잔 같이 하자며 환하게 웃었던 것이

그녀의 마지막 이였다고 한다.

장례식 장에서  "엄마 엄마를 외치며 발버둥 치고 울어대는 14세, 10세, 6세의 세 아이들 모습에

함께한 모든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도 먹먹해진 가슴으로 한동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마시던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촉촉이 젖은 목소리의 엘피가 이야기했다.

"우린 말이야 모두 아주 짧은 순간을 살아가는 거야.
그러니 매 순간 열심히 사랑하며
후회 없이 살아야 해 "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싶은 날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