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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13. 2017

독일 종합병원 수술실 앞 회복실에서...

오렌지주스와 8시간 의 기다림


어디선가 매미가 맴맴 맴 하고 울어 댄다면 영락없는 한국의 여름 같던 지난주 월요일 딸아이는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번엔.. 예전 어느 날인가 처럼

친구 집에 놀러 갔던 아이가 다쳐서 지금 응급실에 있노라 갑작스레 연락을 받은 것도 아니요

미리 정해진 날짜에 간단하다고 알고 있는 수술 이였지만 의서에 서명할 때 거의 일어날일 없지만 드물게 생기는 일들이다 라고.. 들었던 친절한 설명 들이 순간순간 마음 한가운데에서 유유히 떠다니고 혹시나... 하는 팻말을 든 체.. 몽글몽글 피어 올라오던 괜한 걱정 들과 새벽부터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내리 굶긴 아이를 홀로 수술실로 들여보내야 하는 안쓰러움이 비벼진 마음은 무겁고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온갖 것 다 넣어 혼자서는 메기도 어렵던 배낭을 메고 길도 모르는 낯선 곳을 휘청 거리며 걷던 어느 여행지 에서의 막막하던 순간처럼....

거기다...


7시 30분에 수술을 위한 준비 절차가 모두 끝나고 원래 8시 수술 이였던 것이 갑자기 밀려들어온 응급 수술들 때문에 딸아이는 11시가 되어서야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밤잠을 설친 대다가 오랜 시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아이가

어두침침한 수술실 앞 복도에서 혼자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뾰족해져 있던 내게 남편은

에서 교통사고가 났나 보다고 이야기했다.

안다..... 잘 안다...

독일의 종합병원에서는 갑자기 후송된 응급 환자들 수술로 잡혀 있던 수술시간들이 줄줄이 변경되거나 하는 일등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고 그 시간에도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며...

그러니 우리 아이 수술 이야 초를 다투는 것도 아니니 몇 시간 늦어진다 해도 안전하게 제대로 진행 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알면서도 엄마 마음이 어디 그런가.... 입으나 마나 한 홑껍데기 같은 수술복 하나 입고 들어 누워 허연 천정 바라보며 생애 처음 받는 수술에 잔뜩 졸아 있을 딸내미가 못내 안쓰럽고 걱정 되는 것을....

그래서... 그깟 밥 한두 끼쯤 이야 무에 문제 겠는가... 하면서도 나는 아이가 수술이 끝난 후 회복실에서 입원실로 올라오면 꼭 먹고 싶다던 빵과 오렌지주스를 챙겨 놓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큰 사명이라도 되는 양 말이다.


그렇게 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은 흔적 없이 흘러갔고...드디어...

왜 이리 오래 걸리나....했더니 수술은

애초에 뒤로 밀린 수술 시간 인 11시 보다도 훨씬 더 늦게 시작되었고 원래 예상 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지만 잘 끝났으며 조금전에 딸내미가 수실실 앞 회복실로 옮겨졌다는 이야기를 의료진에게 전해 들을수 있었다.

그후 한숨 돌리고 난 온가족이 10층 외과 입원 병동 안의 휴게실에 마주 앉아  책을 읽으며.. 게임을 하며... 핸디를 보고.. 서로 에게 안마를 해 주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회복실로 옮겨졌다는 아이는 입원실로 올라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마취가 깨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만 그 전날 밤 못 잔 잠을 보충이라도 하듯 아예 푹 자고 있는 것인지...

회복실에서 입원실로 올라오는 것조차 너무 늦어지는 것에 걱정을 바리바리 하고 있던 그때 회복실에서 연락이 왔다.

독일 종합병원 외과 병동 옥상 헬기 착륙장

아이가 깨어나기는 했으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진통제로는 되지 않으니 아무래도

다리에 직접 관을 꽂는 카테터로 진통 수액을 투여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원한다면 보호자가 내려와도 좋다는 의료진의 한마디에

나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이방인처럼 허둥지둥 수술실 앞 외과 수술 환자들의 회복실로 뛰어갔다.

수술실 앞 회복실에서...

의식은 있으나 신음하는 또는 의식이 없는 수술 후의 수많은 외과 환자들 사이에서

기계에 이것저것 꼽고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체 누워 있는 딸내미를 수술실로 보낸 지

8시간 만에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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