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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ug 25. 2017

레안드로네 미니 정원과 우리집 텃밭

독일 사람들의 취미 생활 정원 가꾸기


레안드로네의 정원하우스 와 우리집 텃밭

노란 수선화가 수줍게 고개 들던 눈부신 어느 봄날 우리 집 막내와 친구 페터는

겨우내 벌판 같던 우리 집 정원에 꽃을 심고 채소씨 들을 뿌려 작은 텃밭을 일구기 위해 뭉쳤다.

우리의 아파트 같이 마당이 없는 보눙에 사는 친구 페터는 정원일을 아주 좋아한다.

이렇게 독일 사람들 중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정원일 하는 것을 즐거워하며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이들이 많은데 그런 독일에서 우리의 아파트 같은 보눙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동네마다 정원 하우스라는 것이 있다.

나무로 만든 정원용 집이 하나 씩 들어 가 있고 일정 크기의 땅을 나누어 각자 미니정원을 만들 수 있게

땅을 빌려 주는 곳이다.  

매달 방세를 내듯 세를 내고 (월세와 계약 조건 등은 동네마다 다르다)일년 이이년 던 간에 계약을 하면 허용된 땅에 집에서 마당만 따로 옮겨 놓은 듯 나무로 만든 작은집과 아이들 그네, 미끄럼틀, 미니풀장 들을 가져다 놓고 채소도 심고 꽃도 심고 가꾸며 그릴도 하고 생일 파티도 한다.

한마디로 살고 있는 집 따로 마당 따로인 셈이다.

이렇게 나란히 나지막한 울타리 너머로 각 정원 하우스마다 개성도 다양하게 정원 들을 꾸며 놓았다.

친구 레안드로네의 정원 하우스

우리 가족이 주말에 자주 산책 나가는 길 중에 하나가 아돌프 스트라쎄 뒤쪽에 정원 하우스들이 있는 길이다.

막내의 친구 레안드로 네도 이곳에 정원 하우스를 하나 가지고 있어 만나면 축구도 하고

남의 집 꽃구경도 하고 농사지은 채소들 구경도 하고는 하는데 이쪽 길은 자동차들이

들어올 수 없게 되어 있어 아이들과 산책 하기에 아주 그만이다.

물론 남의 집 정원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따라 하기에도 좋고 말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면 온갖 정성 다 들여 정원 하우스를 가꾸는 집들도 보이고 벌써 콜라비에 호박에 주렁주렁 탐 스러이 열린 채소들과 사과 자두 등의 과일을 수확할 때가 다 되어 보이는 집들도 보인다.

또 온실, 미니 모종을 내는 밭을 따로 두고 아주 농사를 제대로 짓고 있는 정원 집들 또한 보인다.

이런 정원 집 들을 보다 보면 우리 집 정원은 그저 우리 아이들이 재미 삼아 심어놓은 그리고 우리가 그까거 대충 묻어 버리듯 심어 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비주얼 차이가 좀 나지만...

뭐 어떤가 어쨌든지간에 정원이 아니던가. 처음보다는 그래도 많이 업그레이드  

용 됬으므로 봐줄만은 하다.

그 따사롭던 봄날 두 아이는 포근포근한 흙을 두 손 가득 묻혀 가며 정원에서 꽃도 심고 씨도 뿌려가며 봄을 만끽했더랬다.

(그 놀이 삼아 씨 뿌리기는 지들이 하고 나중에 물 주고 가꾸는 노동은 주로 엄마 아빠의 몫이었으나 말이다..)

작년에 독일로 놀러 오신 외할머니 가 꽃씨 뿌려 만들어 주신 꽃밭 바로 옆에

상추, 허브, 당근, 호박, 빨간 무, 깻잎 등의 채소 씨들을 솔솔 뿌려서 작은 채소 텃밭을 일구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고 어느 날인가 푸른 새싹이 뾰족뾰족 아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커다란 잎이 되고 어여쁜 꽃을 피웠고 수확을 할 때가 다 되어 간다. 언제나 소리 없이 정직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과 때 되면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알아서 바뀌는 계절처럼 말이다.

그런데... 정말이지 뿌린 대로 거두리라 인데...

중요한 것은 이 풍성한 텃밭을 일구기 전에 하나하나 이름표를 만들어 씨를 뿌리려던

계획과는 달리 땅 파고 씨 뿌려 가며 흙을 만지는 것에 재미가 들린 아이들이 나중에는  서로 경쟁하듯이 정신없이 씨를 뿌려 대느라.. 장갑 가져다 손에 끼워주고.. 삽 가져다주고 등등을 해주며 옆에 있던 내가 아차 하는 순간에 재배 장소들이 섞여 버렸다. 아주 골고루...

그래서 깻잎, 감자, 당근, 호박, 빨간 무 등 보기에도 표가 나게 다른 채소 들 외에 주로 초록의 잎사귀 채소들은 그 거이 그거로 보이는 관계로다가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먹거리임은 분명하다.

매일 수북해지고 있는 그 정체불명의 아이들을

쳐다보며 열매를 맺어야 알 수 있으려나... 구시렁대며 물을 주었다

그야말로 비밀 투성이인 텃밭에 대고 조용히 묻는 것도 잊지 않은 체 말이다.

니들 이름은 뭘까요? 어따 쓰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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