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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ug 29. 2017

독일 직장인 들의 파티 문화

완벽했던 여름 파티.. 그리고 남겨진 것들....


독일의 직장인들은 일 년에 두 번 부서별로 모여 1. 여름 파티 Sommerfest 와 크리스마스 파티 Weihnachtsfest를 한다.

직장마다 부서마다 2. 직원들이 원하는 일정에 따라 여름 파티를 한여름에 또는 모두가 휴가 다녀온 후인 가을에 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크리스마스 시즌에 하기도 하고 바쁜 시기 지나 해넘겨 연초에 하기도 하며 3. 파티의 내용도 케겔(독일식 볼링) 그릴 파티, 자전거 하이킹 요리강습(한식 강습을 직장 파티를 겸해서 받으러 오는 팀들이 많다)등등 다양한데 그중 크리스마스 파티는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하는 경우가 많고 여름 파티는 그릴 파티가 많은 편이다. 그때 파티를 야외에서 하기도 하고 서로 돌아가며 누구의 집에서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파티를 위해 4. 파티 장소를 아예 하루 빌리기도 하는데 독일에서는 결혼 피로연, 그릴 파티, 생일 파티 등을 위해 빌리 쓰는 장소 들로 동네마다 있는 시민회관, 청소년회관, 교회 파티 공간, 그릴 휴테(그릴도 할 수 있고 파티도 할 수 있게 준비된 공간), 등등 여러 곳이 있다.

물론 그를 위해 하루 빌리는데 적게는 50유로 에서 가장 보편적인 사용료로 100유로 그리고 많게는 200유로 사이 가 되는 사용료를 지불한다.

(파티 공간의 크기 부엌 또는 사용 가능한 전자제품 그릇, 와인잔 등에 따라 그리고 사용자의 숫자에 따라 사용료가 달라질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용 후 정리정돈과 미리 보증금을 내는 등의 여러 가지 옵션과 조건들이 장소마다 다르다.

평소 다용도실로 애용되는 우리집 지하실..비오거나 추운 겨울.. 밖에서 운동 할수 없을때 지하실에서 탁구는 매우 유용하다.
독일에서 그릴파티 때는 샐러드, 푸딩, 빵, 케잌, 머핀, 과자, 음료수 등 각자 하나씩 들고 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작년 여름 파티 때 그릴휴테를 빌려서 그릴 파티를 했던 남편의 직장 동료 팀들은 올여름 그릴 파티 장소를 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용감한 울 남편님께서는 내게 묻지도 않고 마땅한 장소 안 나오면 우리 집으로 하자라고 손들어 자진납세했고 그에 동료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 사용했던 그릴 장소가 비용이 비싸기도 했을뿐더러 차로 이동해서 가야 하는 곳이라 오가는데 걸리시간도 만만치 않았으며 조금 멀리 사는 직원들이 오기 또한 쉽지 않았던 거다.

거기다가 예전에 이 동네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이던 우리 집이 가정집으로 그동안 얼마나 변모했는지 몇몇 와본 직원 들도 있었지만 아직 못 와본 동료들이 너무도 궁금했던 것이었다.

(독일 레스토랑을 가정집으로 *궁금 한 분들은 요기 클릭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 만나고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는 마누라가 당연히 신나 할 것이라 고 일을 확 저질러 버린 남편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문제는 청소였다.

겨우내 탁구 하거나 축구할 때 잠깐씩 외에는 내려가지 않은 지하실을 파티 룸으로 환골탈태 시키려면 쓸고 닦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은 데다가 집에서 여는 가든파티이니 정원 정리에 집안 청소까지 정리하고 치워야 할 것들이 줄을 슨 거다.

학기가 시작되어 강습 스케줄도 챙겨야 하고 준비도 해야 해서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파티까지 떠맡게 되어 난감해하는 내게 남편은 자기가 퇴근하고 틈틈이 청소를 도와줄 것이며 정원과 지하실 그리고 그곳에 딸린 화장실 외에는 특별히 사용되지 않을 것이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짬짬이 며칠을 집안 구석구석 청소 해 놓고 그릴 파티를 틈틈이 준비하던 우리는 그럼 에도

파티 전날 맥주에 음료수, 탁자에 꽃을 꽃 , 냅킨... 기타 등등 파티를 준비하느라 마트만 오밤중까지 세 번을 들락 거려야 했고 드디어 파티 당일 올여름은 쓰지 않고 고이 모셔 놓았던 그릴기 에 먼지를 털고 정원용 탁자와 의자를 꺼내 닦고... 탁자보를 씌우고 파티룸으로 사용될 지하실에 뷔페 상과 탁자들.. 위에 탁자보를 씌우고 꽃을 놓고... 음식 접시, 케이크 접시, 푸딩용 그릇, 음료수 유리컵, 음식용 나이프와 포크, 케이크용 포크 와 푸딩용 커피용 티스푼 등을 내려다 놓고... 커피를 끓이고.... 음악을 틀어 놓고... 아슬아슬 파티 시간에 맞추어 준비가 끝나갈 때 즈음.

그릴에 맞는 샐러드를 하나 준비하려고 주방을 오가다 파티 준비를 하느라 정작 잊고 한옆에 쌓아 두었던 엊저녁 썼던 큰 냄비 들과 그릇들 아침을 먹었던 접시 등의 설거지 거리들이 살포시 눈에 들어왔다.

요런 날 부지런 떨며 일찍 오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건데... 설거지를 하고 나머지를 할 것인지..

아님 설거지 그릇들을 얼른 뒤에 있는 창고처럼 사용 중인 큰 부엌(예전 레스토랑일 때 부엌으로 사용되던 큰 부엌에는 평소 매일 쓰지 않는 큰 냄비 들과 밥솥, 프라이팬들.. 등의 살림살이 들과 간장통 고추장통 등의 큰 양념통들을 놓는 곳으로 창고처럼 사용 중이다)에 숨겨 놨다 나중에 하고 파티 준비를 마저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나는 빛의 속도로 설거지 그릇들을 큰 부엌에 옮겨 놓고 그래, 이따 어차피 치우고 정리해야 할 텐데.. 그때 후딱 하지 뭐..라고 간단히 넘겨 버리고 주방에서 샐러드를 만들고.. 파티 막바지 준비에 열과 성을 다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초를 다투어 준비한 남편 직장동료 들과의 그릴 파티는 성공적 이였다.

걱정스레 들쑥날쑥 하던 날씨도 하루 종일 해가 짱짱하며 여름 날씨를 선보였고 그 덕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그릴 고기와 소시지도 맛나게 먹을 수 있었고 각자 준비 해온 다양한 샐러드는 고기 없이 한 접시 먹어도 배부를 만큼 넉넉했고 결국 앉으라고 준비해 놓은 지하실 은 뷔페상차림으로만 사용되어지고 모두가 정원에 둘러앉아 따사로운 햇빛 받으며 달달한 브라우니, 머핀 등의 후식까지 커피에 곁들이며 배부르고 달콤한 즐거운 한때를 함께 했다.

시내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파티가 있다 보니 이미 퇴직한 예전 동료들 또한 참석해 주었고 남편 동료의 딸내미 2살배기 소피아는 정원에 풀 뜯어다 소꿉놀이도 하며 나와 절친이 되었다.

또, 동료 중에 트럼펫 연주를 멋지게 하는 사람이 있어 그 자리에서 라이브 콘서트가 열렸으며 분위기 또한 노곤노곤 말랑 말랑하니 더없이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동료의 집구경 좀 하고 싶다는 요청에 우리 식구들 에게는 갑자기 비상벨이 울렸다.

시간을 벌기 위해 지하실부터 보여 주라는 말을 남기고 딸내미는 자기 방으로 총총이 사라졌고

막내는 방문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걸어 붙였으며 나는 2층의 우리 방 앞에 널브러져 있던 빤쥬와 속옷들이 주렁주렁 널려 있던 빨래 걸이 들을 접어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그렇게 민방위 훈련 이라도 하듯 후다닥 각자 준비가 끝나 동료들의 집구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하실 파티 룸부터 그 뒤에 있는 내 아뜰리에 그리고 밑으로 한층 더 있는 지하실까지 모두 두루 구경한 동료들은 그 넓고 넓음에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양파 껍질 처럼 계속되는 이쪽저쪽 자투리 공간 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입을 모아 어떻게 치우고 사냐는 질문에 우리는 웃으며 농담인 듯 이야기했다.

안 치우고 살면 된다고.. 누가 올 때만 허벌라게 치운다는 비밀은 이야기하지 않은 체....

그리고 1층 거실과 주방.. 손님방과 화장실.... 을 거쳐 막내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 가 붙어있는 2층 공간은 살짝 패스해 주시고 그 앞 베란다 공간을 보면 서도 동료들은 여기까지 넓네.. 하며 혀를 내둘렀고 베란다 앞 작은 온실 같은 공간을 토마토 재배하는 데 사용하면 올해의 토마토 상은 따 놓은 당상 이라며 강추했고 줄을 서서 박물관 견학하는 학생들처럼 3층으로 올라갔다.

이윽고 막내는 장난감이 어질러져  있는 자기 방을 사람들이 보지 않고 올라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큰아들이 빠져나간 3층의 아들 방과 급하게 이불로 가려놓고 치운 딸내미 방을 보고는

아들 방에는 욕실과 화장실도 작은 미니 부엌도 달려 있으니 학생들에게 방을 세를 주어도 좋겠다고 입을 모았고 천정이 높고 방안에 나무 계단 위에 또 작은 공간이 나오는 산장 같은 분위기의 딸내미 방은 동화 속에 나오는 방 같다며 모두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정말 모든 것이 우리가 계획대로 순조로웠다.

그러데... 집안 구경을 끝냈다고 생각한 남편이 화장실 간 사이 내가 잠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이 오늘의 가장 비밀스러운 장소 들켜서는 절대 안 되었던 장소 바로 어제저녁과 오늘 아침 설거지 그릇들을 숨겨 놓았던 큰 부엌을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이어지는 감탄사에 저절로 신이 나신 우리 집 막내의 친절한 안내로 몇몇 동료들이 보고야 말았다.

그 믿을 수 없는 실제상황에 기막히고 허무함 이란....

그 후에는 어떻게 사람들과 파티를 마무리했는지 어쩌다 크리스마스 파티도 우리 집에서 한국요리강습 겸 하기로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설거지 쌓아 놓은 것을 들켰다는 사실에 너무 쪽팔려서 어떻게든 만회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누군가 우리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는 이 집 부엌도 넓은데 이 집 안주인에게 한국요리 강습받으며 하면 어때? 함께 만들고 먹고 하면 근사한 파티가 될 것 같은데 맨날 가는 케갤 (독일식 볼링) 보다 근사하지 않아? 하는 제안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때는 겁나 반짝반짝한 큰 부엌을 의 자태를 뽐내 주마하는 결의에 찬 마음에서 말이다.

어쨌거나 남편의 동료들과 함께한 여름 그릴 파티 가 지나고 남겨진 건 수북한 맥주병 들과 이 밤이 새도록 이불 킥을 해도 식지 않은 쪽팔림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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