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설 명절이 시작되었다.
한인교회에서 얻어 온 한국 달력에는 음력도 쓰여 있고 27,28,29,30 금, 토, 일, 월 빨간색으로 되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는 한국 뉴스 기사 들에는 민족 대 이동이라는 문구와 함께
한국의 고속도로 사진 이 포함된 교통 정보부터 설 인사말, 명절 음식 등 설날에 관한 기사 들로 가득하다.
넷상으로만 보아도 명절 분위기가 확연하다.
늘 그렇듯... 한국의 명절을 함께 싶은 마음을 애써 달래며 인터넷 세상을 기웃기웃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은 음력이라는 것이 없다. 그러니 설 명절 또한 없으며
이번 주말도 당연히 연휴가 아닌 그냥 평범한 주말이 되겠지만 옹기종기 모여 계신 한국의 가족들과 전화 통화하며 그리운 목소리 들을 듣고 그간 밀린 서로의 안부를 나누게 되리라.
독일 가정은 연휴에 무엇을 하고 지낼까?
연휴.. 를 생각하다 보니 언젠가 어느 분이 독일 가정은 연휴 때는 무엇을 하느냐? 고 궁금해하셨던 것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독일에서는 추석이나 설 등의 명절 연휴는 없지만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의 종교적 공휴일과 주말이 맞물려 3박 4일 명절 연휴가 되는 경우는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독일 가정이라면 삼사일 명절 연휴 동안 가장 많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1. 책 읽기가 될 것 같다.
독일 사람들의 책 읽는 양은 어마 무시하다. 요즘은 핸디로도 책을 볼 수 있고 책 전용의 전자 제품 들도
나와 있지만 아직 까지는 어디서나 책을 펼쳐 들고 읽고 있는 독일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여행 갈 때도 읽을 책들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가는데....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독일 친구 들과 삼박 사일 놀러를 갔는데 옷, 세면도구 등 필수품 빼고
내 가방에는 주로 먹을 것들... 독일 친구들 가방에는 주로 책들... 이름 안 써 놔도 가방 바뀔 염려 없었다.
독일은 책값이 비교적 비싸기 때문에 서점에 앉아 책을 읽는 이들도 많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거나, 또는
벼룩시장 그리고 책 기증 코너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2. 가족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 하기
독일은 집 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산책할 공원과 숲이 많다.
나무와 숲을 벗 삼아 아이들과 개들도 데리고 산책 들을 참 많이 한다. 평소 주말에도 그렇지만 이삼일 연휴면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산책을 간다.
짧은 산책로 들도 곳곳에 있지만 독일 사람들은 산책하면 서로 이야기 나누며 좀 길게 몇 시간씩 가기도 한다
날씨가 추워도 모자 쓰고 장갑 끼고 완전 무장? 한 체 한두 시간쯤 길게 산책을 하기도 하는데....
지금 이야 여기식 산책을 좋아라 하지만 처음에 독일 친구들이 산책 가자고 해서 뭣도 모르고 따라나섰다가
동네 한 바퀴 돌고 금방 돌아오겠지 싶었던 산책이 계속 길어 지자 중간에 체력이 달려 헉헉 거리 고는 그다음부터 산책 가자면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가지 않았다.
3. 수영장....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씨가 좋으나 연휴에도 독일 가정 들이 가족과 함께 제일 쉽게
많이들 가는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수영장 일 것이다.
독일은 수영장이 우리의 찜질방이나 목욕탕만큼 동네마다 있고 날씨 상관없이, 연령대 상관없이
온 가족이 이용 하기에 무리 없이 편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저귀 찬 아기들도 수영장에 많이들 데리고 온다.
또 날씨와 계절 상관없이 온 가족이 갈 수 있는 볼링장, 실내 놀이터.....
그 외에도 날씨가 좋을 때는 온 가족이 야외에서 그릴, 피크닉, 자전거 하이킹, 동물원 나들이
미니골프, 등을 한다.
4. 박물관, 미술관, 영화관 탐방 등등....
독일은 동네마다 박물관, 미술관이 활성화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한 전시 프로그램
들도 많이 있고 박물관, 미술관에서 하는 생일 파티도 있으며 연휴 또는 공휴일 에는 온 가족이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시회 가족 카드 들도 있어서 매번 새로운 기획전 들을 꾸준히
관람하는 가족 들도 많이 있다. 요즘 우리 동네 자연 박물관에서 기획한 3D 공룡전이
대박이 나서 연휴 에는 가족 들로 가득하다.
그 밖에도 극장에서 영화 감상, 연극 관람, 음악회 또는 박람회, 서커스 관람 등이
있겠는데 독일에서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영화는 연휴가 아니어도 종종 보러 가는 편이고 (예를 들어 도시마다 일명 Kino Tag 영화관의 날로 요일이 정해져 있어 그날은 할인 혜택을 받는다.)
서커스 공연이나 박람회 관람 은 독일의 모든 도시에서 일 년 내내 하는 것이 아니라
서커스와 박람회가 기획되는 도시에서 그 기간 동안만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휴에 맞추어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연휴와 공연 시간이 맞으면 독일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나들이로 좋아하는 일들 중에 하나다.
5. 집 안과 밖의 공사 및 정리
독일은 우리의 작은 아파트처럼 생긴 보눙과 우리로 하면 가정 주택인 하우스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회사에서 또는 개인이 하는 보눙에 세를 들어 살 경우 필요한 집수리를 회사 또는 집주인이 맡아해 주지만
개인 집일 경우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데 인건비가 비싸고 기술 분야 별로 아주 세분화되어 있어 필요한 곳에 각각의 기술자들을 모셔다 공사 하기가 만만치 않다.
해서 웬만한 간단? 한 것들은 자급자족들을 한다. 예를 들어 벽에 새로 페인트 칠을 한다 거나 부엌의 보수 공사를 한다거나 등등의 일들을 가족 또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진행하기도 하는데
바우하우스 또는 오비 같은 건축 재료 마트를 가면 집 공사에 필요한 거의 모든 용품 들을
구할 수가 있다.
그래서 조금의 손재주와 경험이 있다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고들 이야기한다.
때문에 정원 잔디를 깎고, 커다란 가위로 나뭇가지 들을 손질하고 작업복 입고 집 안팎으로 이곳저곳 손 보아야 할 곳들을 삽 들고, 또는 기계 들고 다니며 직접 일 하고 있는 이웃 독일 아저씨, 아줌마 들을
연휴 에는 더 자주 보게 된다.
6. 맛난 것 먹으러.. 외식, 그리고 카드 게임....
연휴 에는 가족 친지들이 모여 맛난 것을 먹으러 가는 독일 가정 들이 많은데
독일 사람들은 소문난 맛집 찾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먹으러 가는 것보다 주로 평소에 자주 가는 곳으로 가기를 좋아한다. 가족 또는 친구 중 누구 생일 파티 때 또는 모임으로 즐겨 갔던 곳에서 즐겨 먹던 메뉴로...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것이 독일 사람들의 특징적인 모습 중에 하나다.
그래서 우리 같으면 "어머 이번에 새로 생긴 거기가 그렇게 맛나 다네 "라며 여기저기 식당을 다녀 볼 텐데
독일 사람들은 주로 단골로 갔던 곳으로 계속 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우노, 쿠한델 같은 카드게임 등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할 수 있는 놀이 들을 좋아한다.
이밖에도 사람에 따라 연휴 동안 하는 일들 중에 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오늘은 보통의 연휴 때 독일 가정에서 제일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추려 보았다.
한국에서 식구들 모여 왁자지껄 하고 화기애애했던 어린 시절의 설날을
떠올려 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