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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09. 2017

도둑님은 흔적을 남기시고...


아침 부터 창밖의 나뭇가지들이 휘어 지게 찬바람이 불고 비가 흩뿌리는 으시시한 날씨로 주말이 시작 됬다.

안그래도 거울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던 일자 머리는 자고 일어나니 사방 팔방 뻐칠대로 뻣쳐 예전 어릴때 우리집 마당 쓸던 빗자루의 몰골을 하고 있었다.

이번주 학회로 바쁜 남편은 마눌의 놀랍게 변화된 헤어스타일을 보고 내뱉은 첫마디가

감탄사도 위로의 말도 아닌  " 어쩌다 그랬어?.. 잘 하는데 가서 하지"..였다.

이론 된쟝....나는 "지발 고따구 말은 진지한 표정으로 하지 말아 줄래?"라며 자동으로 입이 댓발 나오자

남편은 급하게 "아냐 뒤에서 보면 고딩 같애" ...란다 나는 남편이 어려 보인다는 말을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이라 애써 믿고 있는데 남편이 예의 그 진지하신 표정으로 결정타를 날리신다. "근데 요즘 고딩은 세련 됬지..."


날씨도 꿀꿀하고 누구는 헤어스타일이 그사람의 분위기를 90프로 씩이나 좌우 한다고도 이야기 하는데...

있을 스타일도 없다만 그나마 촌발 날려로 업그레이드 시켰으니 기분도 다운되고 ....

비와서 갈데도 없는 주말인데 ...밝고 뽀송뽀송 하게 놀아도 도서관 가서 책속에 파묻혀서 놀자고

막내를 꼬득여서 시내에 시립도서관으로 향했다.

(물론 막내는 책이 좋아서 따라 나선 것이 아니라 그앞 핏자 가게 에서 핏자를 사준다고 꼬셨다.)

주말 아침 그것도 바람 불고 비까지 와 주시니 시립 도서관 안에는 몇 사람 되지 않고

넓고, 밝고 ..책들도 많은 도서관을 우리집 서재 인양 필요한 책들 모두 펼쳐 놓고 신나게

읽어 댔다.

거기다 60센트 짜리 맛난 자판기 커피 까지 크흐 이보다 더 좋을수 없다.

10분에 한번 꼴로 몇시야... 언제 갈거야..를 묻는 막내를 기다려 조금만 있으면 핏자 먹으러

갈거야 라는 달콤한 제안으로 조용히 시키고 나는 가을 채소, 음식에 관한 책들, 정원 데코레이션에

관한 책들 등등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행복해 지는 책들을 꺼내 들고 포근함을 만끽 했다.


드디어 막내와 약속한 시간이 되고 ..몇 권의 책을 대여 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아까 입구 우산 꽃는 통에 잘 꽂아 두었던 막내와 내가 각각 쓰고 들어 왔던 검정색

남색 접는 우산 두개가 감쪽 같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나는 혹시 내가 다른 쪽에 두고 그런것이 아닌가 싶어 가방 그리고 주변 까지 다 둘러 보았는데

그 어디에도 우산들은 없었고...분명 우리는 젖은 우산이라 도서관 입구 우산꽂는 통에 꽂아 두고

들어 왔다.

그앞에서 직원들이 책의 대여와 반납을 받고 있는 곳이여서 직원들에게 혹시 이곳에 있던 우산 두개를  본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동안 우산이 많아져 직원들이 정리 하느라 다른쪽으로 옮겼나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 직원 한명이 "혹시 우산이 검정색 접는거에요?" 한다.

"네 ..그리고 남색 하나 더" 라고 이야기 했더니 "남색은 모르겠구요 검정색 접는 우산이 1층 엘레베이터 앞에 펼쳐져 있어서 왜 이런데 우산이 떨어져 있지? 누가 잊어 버렸나? 했어요"하는 것이 아닌가....

 

직원을 따라 내려간 시립도서관 1층 엘레베이터 앞에서 우리는 저렇게 펼쳐져 자빠져?있는 우리의 검정색 우산을 발견 했다.

그렇다 분명 누군가 남의 우산을 가지고 내려 와서 우산을 펴 보니 우산살이 이리 저리 삐죽 솟고 고장이 나 있으니 팽겨쳐 두고 간것 같았다.

그시간 비가 마구 쏟아 지고 있는 상황도 아니 였고...

우산살이 삐쳐 나와 있기는 하지만 아주 못쓰는 것은 아니기에 쓰고 다녔던 것인데 ..

도둑님 께서는 이 우산은 마다 하시고 멀쩡해 보이는 남색 우산을 들고 가셨다.

그러나 나는 도둑님께 이야기 하고 싶다.

"너님이 가져 가신 그 남색 우산도 바람 불면 뒤짚어 진다."

에라이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보너스
비포, 에프터
같은자리 다른모습

애정 하는 독자님중에 한분 께서 머리 자른 모습을 보시고 싶다 하시길래 뽀나스 로다가 올려 드립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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