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다섯 개야?
라고 막내가 내게 물었다.
무심코 내려다본 내 손에는 다섯 개의 숟가락이 들려 있었다.
큰아들이 미국으로 대학을 가고 벌써 몇 개월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 식사를 차리거나 식구들 과일 또는 간식을 챙겨 주거나 할 때도 나도 모르게 다섯 개씩 챙겨 들고는 한다.
지금 집에 있는 식구들은 넷인데도 우리 가족은 다섯이니까 늘 다섯을 챙겼던 것이 거의 버릇처럼 되어 버려서 무의식 적으로 그리 되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아이들 어렸을 때 유모차에 태워 다닐 때는 쇼핑센터의 회전문으로 다니지 못하고 언제나 공간 넓은 옆 쪽문으로 다녔던 것이 습관이 되어 어느 순간 아이들이 다 자라서 더 이상 유모차를 타지 않을 때도 한동안 회전문을 통해서 다니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요즘은 시절이 좋아져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예전처럼 국제 전화 한번 하려면 마음먹고 해야 할 필요 없이 목소리도 자주 들을 수 있고 꼭꼭 눌러쓴 편지지 곱게 접어 봉투에 넣어 보내면 일주일 넘게 걸려 받아 볼 수 있었던 그 옛날에 비해 앉은자리에서 바로 문자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함께 있지 못해 그리운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독일에서 미국까지 소포를 보내려면..
우체국에서 제법 큰 소포 통 하나를 샀다. 크리스마스 방학 때는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 져서 집에 가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며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내년 봄 부활절 방학 때나 집에 오겠다는 큰아들에게 지가 필요하다는 것과 먹고 싶다는 것들을 챙겨 넣어 크리스마스 선물로 소포 하나를 보낼 요량으로 말이다.
집에 있는 더 큰 통을 써도 되겠지만 우체국에서 맞추어 놓은 규격에 맞는 통을 사용하면 좀 더 편하게 무게 초과하지 않고 맞추어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독일 사람들은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들을 보내느라 우체국에 크리스마스용 소포 통들이 나와 있는데 유치해 보여도 누런 소포 통 보다 훨씬 깜찍한 통이어서 만족하며 들고 왔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소포를 보내려면 규격에 맞는 소포 길이 60cm, 너비 30cm, 높이 1,5 cm 무게 5KG 까지는 37.99 유로 (독일에서 한국으로 보낼 때는 같은 규격에 5kg 까지는 46.99 유로 가 든다.) 한화로 약 사만 오천 원가량이 우편 비용으로 드는 셈이다.
독일 우체국에서 보통은 독일에서 미국까지 또는 독일에서 한국까지 우편물이 10일 에서 12일 정도 걸린 다고 되어 있지만 지금처럼 크리스마스 전에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엄마의 마음은 똑같아....
친구들과 나누어 먹을 한국 과자들.. 독일 초콜릿..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컵라면, 요즘 새로 나왔다는 컵 비빔밥..몇 가지 담지도 않았는데 벌써 통 가득 들어 차고 있는 먹거리 들을 조금이라도 더 넣어 보려고 이렇게 담았다 저렇게 담았다 해가며.. 이 안에 미국에서도 살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집에서 온 엄마한테 받은 건 다르잖아" 해가며 슬며시 미소 지으며 친구 엘피를 떠올렸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미국에 이민을 해서 살고 있는 친구 엘피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전에 소포를 보낸다.
특히나 아들이 좋아하는 엄마표 특제 크리스마스 과자는 가루가 나지 않고 잘 도착할 수 있도록 포장에 심혈을 기울여서 넣고 독일 고향의 맛을 그리워할 아들을 위해 요것조것 하나하나 챙겨 담는다고 했다.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은 한국 엄마나 독일 엄마나 그 아들이 몇 살이건 집을 떠난 지 얼마가 되었건 중요하지 않다 자식을 보고 싶어 하고 생각하는 모든 엄마의 마음은 똑같은 것이다.
이렇게 담았다 저렇게 담았다 쌌다 풀었다 를 반복했어도 정해져 있는 자리는 그렇게 금세 채워지고 만다.
아쉽게도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한국 과자들 중에 몇 가지와 김자반 등을 빼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아들이 좋아하는 건데 저것도 아들이 맛나게 먹던 건데.. 싶은 것들 뿐이지만 어쩔 수 없다.
어떻게 던 통에 더 넣어 보려고 끙끙 대는 내 모습을 보며 남편이 한마디 한다.
"미국에 한국사람들이 더 많이 사는데 한국 식품들이 좀 많이 나와 있겠니 아들한테 사서 먹으라고 하면 되지"
그래, 나도 안다. 요즘 들어 독일에서도 구할 수 있는 한국식품들이 점점 늘고 있고 과자들도 매우 다양하게 들어오는데 한국 동포들과 유학생들이 여기보다 훨씬 많은 미국은 얼마나 더 많겠는가..
게다가 한국에서 독일로 들어온 것을 사서 다시 미국으로 보낸 다고 생각하니 웃기기도 하다.
그래도 아들 녀석이 지 용돈으로 이것저것 사서 먹고 있겠는가 싶어 하나 라도 더 챙기고 싶은 것은 엄마의 마음 인 것을...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소포 통을 닫은 체 꼼꼼히 통에 테이프를 붙였다.
요즘 독일에서 구할 수 있는 한국 과자들..
아들에게 보내줄 소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았던 아시아 식품점은 평소 한국요리 강습 전에 장을 자주 보러 가는 곳이다.
그래서 새로운 한국식품 또는 과자 등 이 들어오면 바로 알 수 있고 자주 다니다 보니 친해진 주인아주머니 아저씨도 "이거 새로 들어온 한국 거예요 " 라며 내게 이야기해 주고는 하는데 요즘은 한국에서 새로 나온 지 얼마 안 된 식품 들도 많이 들어온다.
예를 들어 불닭면, 컵 비빔밥 등등....
그리고 예전에 한국 과자라고 하면 새우깡, 초코파이 정도가 다였던 아시아 식품점에 요즘은 고소미, 강냉이, 초코칩, 마가렛트, 구운 감자, 꼬깔콘, 쵸코 송이, 꿀꽈배기, 칸쵸, 양파링, 쌀과자, 꿈틀이, 포도 사탕... 등등 샐 수 없이 많은 한국 과자 와 간식 들이 들어온다.
참 편리 해진 세상이다. 이제 웬만한 한국 먹거리들은 독일에서도 구할 수 있다. 그럼 에도 우리 친청 엄마는 대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나이 든 딸을 위해 한국에서 독일로 또 소포를 챙겨 보내신다.
나도 언젠가 우리 애들이 다른 곳에 살고 있다면 또 그렇게 소포를 보내고 있겠지....
엄마는 언제나 자식들 에게는 엄마이기 때문일 거다. 그 자식이 몇 살이 되었든지 간에 말이다.
아들에게 보낼 소포를 챙기며 한국에 계신 엄마도, 미국에 있는 아들도 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