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Sep 21. 2016

마누라 죽이기 프로젝트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따사롭고 불어오는 바람은 청명 하며

나뭇잎은 하나 둘 가을 색으로 물들어 가는 초가을 어느날 이었다.

이런 날은 야외에서 무언가를 해 줘야 예의? 라는 남편의 부추김에

막내와 집에 있던 연을 챙겨 들고 부랴 부랴 오게 된 곳은

가을 냄새 짙게 깔리고 있는 가을 산이었다.

독일의 산은 언뜻 보기에는 평평한 언덕 같아 보이지만 해발 600미터가 넘는 곳들이 많다.산세가 뾰족하지 않고 둥근 능선 같은 곳들이 대부분이다. 분명 이 곳은 동화작가로 유명한 그림형제가 산책을 하며 영감을 많이 받았다는 산이다.

한국으로 하면 동네 뒷동산 보다 조금 높은 해발 600m의 산이지만 나무도 공기도 평지와는 다르다.


거기서 뭐 했냐고 물으신 다면 연 날릴 장소 찾아다녔다

말씀드리겠다.


남편의 제안은 이랬다.바람이 많은 곳에 가서 파란 가을 하늘에 멋지게 연을

날리 자는 것이었다.

높이 높이...그런데 왜 난데없이 산 이냐 하면 저 산 너머에 연 날리기에 딱~인

바람 많은 환상적인 평지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도 가도 그눔의 바람에 연을 날릴 기막힌 평지가 나오지를 않는 거다.

진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 이 아닌가.

나는 원래 운동 신경도 둔한 편인 데다 운동을 그리 좋아 하지도

않으며 이 정도 움직여 준 걸로도 1년 치? 운동은 다 했다 싶은

사람이다.그 말로만 듣던 연 날리기 딱 좋다는 평지가

아무리 가도 안 나오는 거다  

비록 가파르지는 않아 보여도 그래도 얘도 산인데 평소 운동부족의 내게는 이미 차고 넘치게 힘들었다.

숨을 헐떡이며 "헉 헉 얼마나 남았어 여보야?~"

라며 묻는 내게 남편은 장난꾸러기 초딩 같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나 믿지? ~좀만 더 가면 나올 거야"


이론 니미럴 오빠 믿지? 하는 놈 치고 진짜 믿을 놈 없다는데

그 말은 진리? 였던 거다.  

한참을 그렇게 돌아 돌아 우리가 찾은 것은 환상적인 평지가 아니라

판타스틱해서 뚜껑 열리게 생긴 돌무더기가 널려 있는

돌산이었다.


어쩌라고?

돌산에서 어떻게 연을 날리니?

남편은 코뿔소처럼 콧김을 뿜어 대고 있는 내게 여기까지 온 김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디가 평지 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겠냐며 막내를 꼬드겨 돌산을 먼저 마구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째 낚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산을 오르는 것이 나보다

훨씬 빠른 다람쥐 같은 막내가 기대찬 눈으로 "엄마 왜 안 와?" 하는 데

엄마는 더는 못 가겠다 할 수는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기다시피 올라가는 나를 내려다보며

남편은 "예전에 암벽 등반했다며 실력 발휘 좀 해봐 ~"

라며 제대로 염장을 지르신다.

이 사람이...

예전에 무늬만 산악 동아리였던 내가 암벽 등반 팀에서

줄곧 밥만 했던걸 알면서.....


그렇게 엉금엉금 기여 가던 내 앞에 왠 독일 아주머니 한 분이 넙적한 바위에 주저앉아서 구시렁 거리고 있었다.

어디 결혼식 이라도 다녀온듯한 뾰족구두를 신은 산과는 전혀 어울 리지 않는 복장을 한 아주머니였다.


순간,나와 눈이 마주친 아주머니에게 나는 멋적은듯 웃으며 날씨가 정말 좋아요 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네는 저쪽 아랫동네에서 놀러 왔는데

남편이 어디서 듣기로는 이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동화 속에나 등장할 만큼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오래된 교회 일명 난쟁이 교회를 볼 수 있다고 했다는 거다.

그렇게 얼떨결에 따라와서 산 올라가다 심장 마비 걸리기 일보 직전이라고

씩씩 거리며 하소연을 하셨다.  

어째 오늘 이산에서 남편에게 낚여 산 타는 아낙네들 계모임 하게 생겼다.

비슷한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무서워 벌벌 떨며 산을 오르는 모습이 어찌 이리 똑같나 싶어 동지 의식까지 느끼게 해 주는 아주머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돌산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한 참을 같이 이야기하며 올라가던 아주머니가 내게 자기는 더 이상 못 간다 는 거다.

자기 남편이 오늘 자기를 죽이려 계획한 게 틀림없다며 입에 불을 뿜고 있는 아주머니를 더 이상 설득할 수가 없어 먼저 간다는 인사를 남긴체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간신히 기어 올라간 돌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산 아래는 기대 이상으로 멋지구리 했다.

비록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은 가빴으나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과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전경에 마음이 벅차 왔다

왜 사람들이 산꼭대기에 올라 가면 꼭 야호~~를 외치는지 알 것 같았다.


신이 나서 이리저리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가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내려 가지?




흡사 구르다시피 해서 겨우 내려간 산 밑 에는 시원스레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 런. 데.멀리서 마치 영화 촬영이라도 있는 듯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딱~ 감이 오지 않나? 카메라 슛 들어가면 훈훈한 남자 주인공 이 쉑쉬구리한 여자 주인공을 들고 가듯 해서 가까스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슝~날아오르고

그 뒤를 잡을 수 있는 거리 인데도 불구하고 자빠져 가며 못 잡고

땅을 치며 아쉬워하는 악의 무리들~~ 끝!


뭐 이런 되지도 않는 시나리오를 생각 하며 도착한 그곳에는

구경 나온 아그들만 쪼.로. 미

있었다.


손가락 빨며 아기 들이 멍~하니 구경하고 있는 이 곳은

사설 비행장이었다.

그곳에서는 바람의 힘으로 날아오르는 경 비행기

동호회의  비행이 있었다.

영화감독과 카메라 팀이 있을 것으로 상상했던 곳은 미니 관재탑이었고

스텝들 일 것이라 생각했던 차량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대기하고 있는 우송 차량이었다.


그럼 연 날리기는?

텄다...

엄한 데 가서 산 타게 해놓고 팔다리 후들거리게 하더니 겨우 연 날리 겠다고 찾은 평지는 비행기 날아오르는 활주로 란다.

안 그래도 힘들고 약 올라 죽겠는 내게 남편의 결정타를 날리 셨다.

"비행기 한번 타 볼래? 혹시 비행기 날다 바람이 없어

떨어지면 애들 셋은 내가 잘 키워 줄게" 란다

이거 나 보내 버리려는 거 맞지?

그럼 오늘 하루 종일 했던 게 마누라 죽이기 프로젝트?

꿈 깨라 남편아 내는 얇고 길게 살 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