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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27. 2018

그녀를 찾아 주세요


그녀의 이름은 루씨

아직 5월이 다지나가지도 않았는데 낮기온 27도 28도 벌써 한여름날씨다.

집집 마다 그릴을 한다...정원 손질을 한다...해서 정원에 나와 있는 시간들이 부쩍 많아진

주말 오후 였다.

우리집 정원 울타리 너머로 옆집 파울네 아빠와 아들이 햇빛에 그을러 벌겋게 달아 오른 얼굴을 들이 밀며 혹시 자기네 루씨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어 왔다.

며칠째 집에 들어 오지 않고 있어서 온동네를 뒤지며 찾고 있노라 며 걱정이 잔뜩 베인 목소리로 말이다.

그모습이 영보기가 딱해서 우리는 지나 다니다가 동네 에서 혹시 루씨를 만나게 되면 꼭 알려 주겠노라 했다.

안그래도 얼마전 우리집 앞 에만났었는데....

그게 아마도 집 나가던 길이였던 모양이다.


하얗고 날렵한 얼굴에 쌀쌀맞은 눈매... 눈이 맞주쳐 인사를 해도 언제나 고개만 쓰윽 돌리고 마는 시크한 그녀의 이름은 루씨...

그녀와 나는 평소 별로 친하지는 않았다. 그럼 에도 울타리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이웃 이기에 살짝 걱정이 되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였다.

이 더운날 식구들이 저렇게 땀 나게 찾고 있는데 도대체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한가하고 빤한 동네

남편은 혹시 옆집 루씨가 교통 사고 라도 났으면 어쩌냐 고 걱정을 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는 주택가 들로 이어져 있어 오가는 차량도 많지 않고 늘 조용하고 한적한 편이다.

덕분에 동네 꼬마들이 자전거 타고 다니고 스케이트보드 타고 다니기에 그만인 동네다.

물론 우리집 앞쪽으로 해서 대로변 으로 이어지는 찻길이 있어 버스도 다니고 간혹 차들도 줄지어 다닐때가 있지만 그것 마저도 시내에 비하면 조용하고 한가로운 셈이다.


그래서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들이면 거의 모든 동네 사람들이 정원에 나와 앉아 있기 마련이고

워낙에 서로 서로 잘 아는 빤한 동네라... 

혹여라도 그런 일련의 사건이 벌어 졌다면 누구 눈에라도 띄여 벌써 신고가 들어 갔을 테다.

그럼 뭘까?남친 이라도 생긴 걸까?

하긴 허리도 잘록 하니 호리낭창 하게 생긴것이 그럴 나이도 되긴 했다..

그렇다고 걱정 바리 바리 하고 있을 식구 들은 생각 않고 집 을 나가 다니...발칙 한것 같으니라고..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건만 여우 같은?옆집 루씨가 남친이 생겨 집 을 나갔나 보다 상상 하던 나는 문득 동네에 종종 나붙던 누군가를 찾는 전단지를 떠올리며 이러다 옆집 식구들도 늘씬한 루씨의 사진이 들어 가고 그녀를 찾아 주세요 라는 문구 와 연락처가 들어간 전단지라도 만들어 여기 저기 붙이러 다니는게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우리의 걱정과 쓸데 없는 상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집 나갔다 며칠 만에 돌아 온것이 무색 하게 말짱한 모습으로 그녀가 돌아 왔다..루씨...



그녀가 돌아 왔다.

그녀를 발견 한건... 아침에 야외수영장 으로 주말 알바를 나가는 딸내미 데려다 주고 마침 쓰레기 버리러 나가던 길 에서 였다.

우리집 울타리를 돌아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을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가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하얗고 긴 것이 여유롭게 우리집 정원을 거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너는...우리 옆집 식구 들이 그리도 애타게 찾던 그녀가 아니던가....

나는 여전히 쓰레기 봉투를 손에 꽉 틀어 쥔체 이번엔 절대 너를 놓칠수 없다 하는 의지를 불태우며 결의에 찬 눈초리로...

누군가 저를 발견 하고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사이 루씨가 다른 곳으로 도망이라도 갈쎄라.....

특공대 출신 져라가라로 민첩하게 몸을 납작 엎드려 울타리 너머 루씨의 동태를 살피며.....

뒤이어 밖으로 나오던 남편에게 빨리 옆집 파울네 이야기 해 주라며 치어리더 언니들 응원 할때 털어 대듯 들고 있던 쓰레기 봉투를 흔들어 내며 암호를 날렸다.


나의 찬란한 수신호를 접수한 남편은 잽싸게 옆집 초인종을 눌러 댔고 남편의 다급한 부름에 달려 나온 옆집 파울네 식구들이 눈물을 흘리며 루씨 와 감동의 재회를 하리라 상상 했던 나는 파울 아빠의 덤덤한 목소리에 범인을 검거 하기 위해 잠복 근무 라도 하고 있는 것 같던 시츄에이션 으로 엎드린체 쓰레기 봉투를 곱게 손에 들고 얼음이 되었다.

"우리 루씨 어제밤에 돌아 왔어요,그렇지만  고마워요"

이런..띠. 루씨 너는 그럼 지금 우리집 정원에 자빠 지셔서 일광욕 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이냐...

이제 부터 너는 루씨가 아니라 우씨 다..우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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