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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ug 17. 2018

독일의 김나지움 입학식 풍경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하는
고등학교 입학식



6주의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아직 늦더위가 체 가시지 않던

지난주 화요일 우리 집 막내가 독일의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에 입학을 했다.

재미있게도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졸업반이다. 4학년을 마친 아이들은 5학년부터 12학년 또는 13학년까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한다.
그래서 중학교가 따로 없는 독일에서 우리 막내는 10살에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었다.

(독일의 학교 시스템에 관해 궁금한 분들은... 클릭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입시생)


입학식 전 예배 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모인 사람들 자리가 없어서 하마터면 서 있을뻔...
아이들 손에 들린 빨간색 입학 축하카드 와 우산

식전 빵 같은 입학식 전 예배

기독교 국가인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또는 고등학교 입학식 전 행사로 학교 근처의 교회에서 입학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다.

물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 또는 예배드리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예배는 원하는 사람들만 모여 함께 드린다.

특이한 것은 아이들 인적 사항 종교 란에 기독교라고 적고 학교에서 아이들 수업도 종교 수업을 듣게 하지만 평소 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독일 가정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입학식 예배 때면 의례껏 너도 나도 참여 해 교회에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가 된다.

마치 서양 요리에서 본 요리 전에 습관처럼 맛보는 식전 빵처럼 말이다.


어쨌거나 이번 입학식 예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자 목사님이 입학식을 앞두고 긴장해 있을 아이들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며 앞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할 아이들을 위한 설교를 짧게 해 주시고 손수 제작하신 입학 축하 카드를 아이들 에게 나누어 주셨는데 그 카드에는 흥미롭게도 칵테일 같은 음료에 꽂혀 데코레이션으로 자주 사용되는 나무로 만든 조그만 우산과 성경 구절이 적혀 있었다.

이 조그만 소품이 어디에 사용되는가에 따라 파티 칵테일의 화려함을 더해주는 장식이 될 수도 있고

아이들 마음에 비가 내릴 때 젖지 않게 해 줄 우산으로 쓰일 수 있다니 목사님의 발상이 재미나지 않은가?

입학식 순서표
빌헬름스 김나지움 오케스트라
조르겐프레서,걱정 먹는 인형은 독일에서 아이들이 입학식,발표회,대회 등등 인생에서 뭔가 크고 긴장되는 순간 들을 앞두었을때 우리의 청심환? 처럼 마음을 진정 시키는 용으로 쓰인다.

교장 선생님과 걱정 먹는 인형


교회에서 입학 예배를 드리고 걸어서 학교에 도착하니 예쁘게 꾸며진 강당 무대 위에 학교 오케스트라가 축하 연주를 준비하고 있었고

입학식을 알리는 오케스트라의 근사한 연주 후에 청바지를 입은 멋진 교장선생님이 인형 하나를 손에 들고 무대 위로 올라오셨다.


키도 크신 교장선생님은 막내아들에게 빌려 오셨다는 손바닥만 한 인형 Sorgenfresser 조르겐프레서 를 들고 입학 훈화를 시작하셨다.
그 내용은...
"어제 나도 여러분처럼 떨려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름방학 전까지는 학교에서 가장 큰 사람들이었는데 이제 다시 학교에서 가장 작은 사람들이 되어 모든 것이 새로운 학교 생활을 시작하려면 얼마나 떨리겠는가 오늘 여러분의 두려움과 걱정을 모두 이 인형이 먹어 버렸으니 즐겁고 신나게 학교 생활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우리 학교는 5학년부터 13학년까지 있으니 전교생이 천명이 넘고 학교 도 넓고 복잡하다
그러니 처음 오는 누군가 길을 잃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으며 지나가는 누구라도 붙들고 물어본다면 친절히 알려 줄 것이다"

이 짧고 굵은 훈화는 내 어린 시절 입학식 때 학교의 무구한 전통과 역사 교훈 등을 무게 있게 말씀하시던 양복 입으신 교장선생님의 그 점잖던 훈화 내용 과는 사뭇 거리가 있고 어찌 보면 야유 외를 온 것 같은 청바지 차림의 인형을 손에 든 교장 선생님의 모습과 가벼운 훈화 내용은 채신 머리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음속에 잔잔하고 따뜻한 바람이 이는 것은 아마도 새로운 학교, 선생님, 친구들.. 낯선 것 투성이에 걱정이 앞서고 있던 10살짜리 꼬맹이 들의 흔들리던 눈동자가 차츰 잠잠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빌헬름스 김나지움 합창단
풍선 안 에서 나온 악보

함께 만드는 입학 축하 공연

교장 선생님의 훈화 뒤에는 학교 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졌는데 몇 곡의 신나는 노래를 끝으로 등을 보이며 지휘를 하시던 음악 선생님이 갑자기 앞으로 돌아 서서
마이크를 손에 드셨다.

"이제 마지막곡을 부를 차례인데 여러분이 함께 도와줘야 완성이 돼요"

마이크를 든 선생님은 다시 조용히 말씀하셨다.

"아까 입학식 전에 모두 풍선과 이쑤시개를 받았지요?"

아이들은 모두 신나게 "네..!"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마치 일급비밀이라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금부터 제가 시작이라는 말을 하면 여러분은 풍선을 불 거예요. 그리고 제가 하나 둘 셋  지금이라고 외치면 모두 한 번에 이쑤시개로 풍선을 터뜨릴 거예요.

매해 입학식마다 이렇게 하는데 아직 한 번도 먼저 터뜨리는 친구가 없었어요"

선생님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도 어디선가 펑하는 소리가 났다. 성질 급한 녀석 하나가 벌써 풍선을 터뜨렸다.

그 바람에 아이들 부모들 할 것 없이 모두 한바탕 신나게 웃었고 함께 웃음 짓던 선생님은

" 자 여러분 좀 전 꺼는 연습이에요 지금 부터가 진짜 에요. 준비 "


그렇게 한꺼번에 폭죽이 터지듯 풍선이 펑펑 터지고 그 안에서는 입학생 들과 재학생들이 함께 부를 입학 축하 노래 악보가 나왔다.

입학생 들은 손에 악보를 들고 조금은 서툴게 주춤주춤 입학 축하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고 이제 드디어 입학식의 하이라이트 반배정 순서가 되었다.


영화제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반배정

그렇게 모든 입학식 축하 공연이 끝나고 대망의 반배정 순서가 되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입학생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어떤 아이들과 한 반이 되었을까? 궁금해하며 마치 영화제 수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어 수상자가 호명되기를 기다리는 순간의 후보자 들처럼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기대에 찬 눈으로 자기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 위로 올라오신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호명하듯이 차례로 각 학급의 담임선생님을 호명하시고 각 학급에 배정된 아이들을 차례로 호명하셨다.


무대에 올라와 기다리고 서 계시던 담임 선생님과 함께 서게 될 아이들의 이름이 하나 둘 불려지고

여자 담임 선생님의 학급은 예쁜 언니들이 꽃순이?로 남자 담임선생님의 학급은 씩씩한 형아 꽃돌이 가 되어 번갈아 가며 노란 해바라기 꽃으로 만든 꽃 아치를 들고 섰다가 호명된 입학생들이 그 아치를 통과해서 무대 위로 올라가는 꽃길이 되어 주었다.  

그때 아이들의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들을 부지런히 담아내던 엄마 아빠 들의 극성은 영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앞다투어 촬영하는 기자단 못지않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독일의 인문계 고등학교 빌 헬름스 김나지움의 입학식은 5학년 A반부터  E반까지의 반 배정을 끝으로 145명 아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멋지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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