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초등학교는 입학식은 있어도 졸업식은 없다.?
16개의 주로 나뉘어 있는 독일은 해마다 주 별로 방학과 개학 날짜들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학년이 바뀌는 것은 전독일이 같다.
이번해 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 중부 Hessen 헤센주의 여름방학이 빨라 6월 말이면 학년이 끝난다.
그러므로 4학년이 졸업반인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막내는 지금 학기말 이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독일의 초등학교에서는 입학식 Einschulung 은 있지만 우리처럼 꽃다발 들고 강당에 모여서 하는 졸업식은 없다.
그럼 무엇을 하느냐 하면 학교마다 크고 작은 행사로 대체하기도 하고 명칭과 프로그램은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Abshculssfest , Abschiedsfier 라고 부르는 송별회 겸 작은 파티 들을 많이 한다.
이 파티는 4학년 전체가 모이는 것이 아니라 학급 별로 하는 것이라 반 마다 자기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어느 반은 학교에 모여하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반은 장소를 빌려 그릴 파티를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송별 파티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학부모 들 의견이 주요하게 반영된다.
처음에 큰아이 때만 해도 초등학교 4학년에 졸업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졸업식 은 없고 파티만 하고 마니 맹숭맹숭하기도 하고 어쩐지 우리의 졸업식을 떠올리며 허전하기도 했었다.
우쨌거나 독일에서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이 되면 학부모 회의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테마 중 하나 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 송별 파티를 할 것인가? 가 되겠다.
그런데...
지난번 우리 반은 평소처럼 학년이 바뀌면 학교에서 늘 있어오던 Elternabend 학부모 회의에서 다루어졌던 테마들... 소풍, 프로젝트 등등의 이야기 들이 너무 긴 시간이 걸려서 6월 17일 14시 30분부터 18시까지 학교에서 송별 파티를 연다. 그리고 파티 때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은 담임선생님 아이들 모두가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사진과 편지 들을 편집해 앨범을 만들어 준다. 까지만 결정하고 송별 파티에 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지 못했다.
그래서 긴급하게 정해진 송별 파티를 위한 학부모 회의가 어제 있었다. 어디서?
우리 동네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학부모 회의
이 동네에서 학부모 들끼리 커피도 마시러 가고 비어가르텐에 맥주도 마시러 가고 하는 거야 흔한 일이지만 담임선생님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학부모 회의를 해보기는 또 처음이다.
우리 담임선생님 이 워낙 오픈 마인드 에다 아이들을 위해 개인 시간을 따로 쓰시는 것에 주저 함이 없는 분이어서 가능한 일이였겠지만 말이다.
보통의 교사들 중에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학교 행사가 아닌데 굳이 자기 시간 들여 (시간 외 수당 도 없는) 학부모 들과 만나 회의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단체 메일로 주고받고 끝낼 것이라 생각했던 학부모 회의를 학부모 대표 둘 회계 그리고 자원자 둘 에 담임선생님까지 6명의 정예? 요원들이 레스토랑 식탁에 둘러앉아 칵테일 마셔 가며 연신 노트에 적어 가며 회의하는 것 또 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제 학부모 회의가 진행되었던 곳은 미스트랄이라는 우리 동네 유명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은 식사가 훌륭하기로도 유명하지만 와인이나 칵테일을 마시며 이야기 나누기에 분위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말하자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옆 테이블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식사를 나누는 대부분의 독일 레스토랑 들과는 다르게 음악도 쿵짝쿵짝 나와 가며 서로 목소리 높여 이야기 나누느라 시끌벅적 한 것이 꼭 우리의 포장마차 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
같이 있어도 동떨어진 느낌
이렇게 생기발랄한 분위기에 칵테일 한잔 마셔가며 여유를 부려 본 것이 얼마만 이던가?
작지만 알코올이 조금 들어가고 은은한 촛불과 조명 아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것 또한 정겨 웠다.
그런데... 송별 파티의 세부 사항을 의논하면서 참 다르구나... 하는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학부형 들과 담임선생님이 내놓으신 수많은 파티 프로그램 아이디어 들 중에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함께 하는 디스코 라던가 미니 축구 대회 등은 우리의 운동회를 연상케 하는 것들이라 나도 은연중에 내 어린 시절 운동회를 떠오르게 해 주었지만....
내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름도 모르는 놀이 라던가...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함께 부를 이별 노래 들을 두곡 정했는데.. 나는 들어 본 적도 없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추억에 젖어드는 노래 라던가... 하는 짧은 순간의 소소한 것들이 나는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구나 라는 것을 새삼스레 일깨워 준다고나 할까?
독일에서 오래 살고 있고 아이들을 셋이나 키우고 있어도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이들의 어린 시절 추억 또는 문화는 내가 고개를 주억이며 함께 공감할 수 없는 부분 이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의 야간 자율학습 또는 보충수업을 땡땡이 치다 선생님께 걸린? 이야기 라던가? 방과 후에 떡볶이 집에 친구들과 몰려가 수다 떨던 이야기들을 이 동네 친구들인 크리스텔 , 베로니카 들은 공감 할 수 없는 부분인 것처럼 말이다.
레스토랑에서 먹고 마시며 진행된 학부모 회의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문득 촉촉해진 내 마음은 어린 시절 추억을 향한 향수인지 스며드는 한국을 향한 그리움 인지 헷갈리기 좋은 아련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