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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15. 2019

독일의 여름방학과  때아닌 추격전.


독일의 아이들 여름 방학 이란..

우선 길다. 6주씩이나 되니 말이다. 그리고..
16개 주가 동시다발로 여름방학을 시작하면 쏟아져 나오는 휴가 차량 들로 교통혼잡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서 주마다 방학이 시작하고 끝나는 일정 들을 조금씩 달리한다. 빠른 주는 6월 중순부터 늦는 주는 7월 마지막 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된다.(그래서 아직 세 개의 주는 여름방학 이 아니다.)


거기다가 주별 방학 날짜도 해마다 살짝씩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작년에 우리가 살고 있는 헤센 주는 6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여름 방학이었는데 올해는 7월 1일부터 8월 9일까지 방학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6주의 여름방학을 통째로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부모 들은 많지 않다. 해서 대부분이 아이들을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이모, 삼촌 등 친척 네로 놀러를 보내기도 하고 방학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이번 여름 방학 에는 방학 시작하자마자  휴가를 떠난 막내의 친구네  들이 많아서 우리로 하면 아직 초등 5학년인 막내가 심심하지 않게 방학시간을 보내려면 무언가를 해주어야 하는데 고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의 학교에서는 일 년 동안 부활절, 여름, 가을, 크리스마스 방학이 사계절에 거쳐 자주도 있는터라 웬만한 방학 프로그램들은 한 번씩 참여를 했었고 이제 남은 것이 몇 개 되지 않는다.


이번엔 또 뭘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 남편이 우연찮게 발견한 테니스 방학캠프는 일정도 딱 맞고 시간도 아침 10부터 15시 까지라 우리를 손뼉 치게 했다. 그런데 문제는 테니스 캠프를 진행하는 테니스 장이 산 넘고 물 건너가야 하는 우리 집에서 조금 먼 곳에  위치해 있다는 거다.


집 앞에서 한 번에 거기까지 가는 버스나 전차도 없고, 자전거로 가려면 조금 멀고 아무래도 자동차로 데려다주는 것이 답인데 남편이 일하는 시간과 안 맞으니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 오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요 빨간 것이 문제의 12번 버스
때 아닌 추격전!


인터넷으로 자세히 알아본 우리 집에서 테니스 캠프까지 가는 경로는 이렇게 저렇게 대중교통으로 맞추어 보아도 버스와 전차 시간도 맞아떨어지지가 않고 테니스 캠프 근처까지 바로 가는 것이 없어 오래 걸리고 복잡스러웠다.

그나마 우리 집 길 건너편에서 25번 버스를 타고 중간에 12번 버스로 갈아타면 테니스장 근처인 Tiechstraße 까지 갈 수 있고 내려서 걸어가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짧게 걸리는 경로였다.


캠프가 시작하던 날 , 방학이라 며칠 늦잠을 자던 막내를 깨워 일찌감치 아침을 먹이고 9시가 되지 않은 시간에  25번 버스를 타고 12번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버스가 한산하고 조용한 동네 정거장 들을 돌아 12번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정거장에 다 와갈 때쯤의 일이다. 내리기 위해 벨을 누르려고 일어선 우리 눈에 보이던 것은 우리가 내리려던 정거장에서 지금 막 출발하고 있는 12번 버스의 뒤태...

아니 왜 벌써 와 있지? 분명 인터넷에 나와있던 버스 시간표에는 우리가 그 정거장에 내려서 몇 분을 더 기다려야 12번이 올 시간인데.. 이미 도착해서 출발하려고 하고 있었다.


어쩌지?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머릿속은 바람개비 팔랑이듯 돌아갔다.

지금 내려서 만약 저 12번을 타지 못한 다면 우리는 그 자리에서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일단 타던 버스 타고 다음 정거장까지 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가 타고 있는 25번이 12번 버스를 쫓아가는 형색으로  몇 정거장을 더 가야 했다.

우리가 25번에서 내릴까? 하면 바로 눈앞에서 앞서 가던 12번 버스가 잠깐 정차했다 다시 출발 해 버리고... 또 내려 볼까 싶으면 내릴 사람도 탈 사람도 없는지 그 정거장에서 정차하지 않고 휙 하니 지나가버리는 야속한 12번 버스.


우리가 타고 있는 25번이 조금만 앞질러 간다면 다음 정거장에 잽싸게 내려 12번 버스로 바로 갈아탈 수도 있겠는데..

속으로 "아저씨 달려..."를 외치며 목을 길게 빼고 몇 분 차이로 우리가 타고 있는 25번을 가쁜 이 앞질러 가고 있는 12번 버스를 바라보며 마치 우리 모습이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앞서 가는 자동차를 쫓기 위해 다른 차로 뒤에서 추격하는 장면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습이  비슷하지 않은가? 단지 타고 있는 차의 사이즈가 좀 커서 그렇지.....

버스정거장에서 내려 테니스장으로 가는 길 초입에 제일 먼저 보이는 비어가르텐
급하면 통한다


그렇게 25번 버스에서 원래 내리 려고 했던 정거장을 한참 지나....

Kirchweg이라는 정거장에서....

12번 버스는 그보다 앞쪽 정거장에 서고 우리가 타고 있던 25번 버스는 코너를 돌아 맞은편 정거장에 세워졌다. 이때다! 우리는 망설일 틈 없이 잽싸게 버스에서 내려서는 길 건너편에 서 있던 12번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손으로 우리가 건너가서 그 버스를 탈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멀리서 보면 아침부터 웬 아줌마가 신호등 옆 횡단보도에 서서 둥근 해가 떴습니다 하는 동요의 율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나

나름 간절한 뜻을 담아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보낸  "지금 출발하시면 안 돼요 우리 그 버스 타야 해요"하는 급하면 통한다고 수신호가 먹혔던지 기사 아저씨는 신호가 바뀌어도 버스를 출발시키지 않고 파란불이 되어 횡단보도를 건너 우리가 12번 버스를 탈 때까지 기다려 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늦지 않게 테니스 장 근처 Tiechstrße 정거장에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요기서부터가 더 문제였다.

어찌 저찌 해서 버스 타고 근처까지 잘 도착 하기는 했는데 뭔 놈의 테니스장이 산속에 있는지 가는 길이 고도 길었다.

Teichstraße라는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 쭉 걸어 올라오면 테니스 캠프를 하는 테니스장이에요 라며 알려 주었던 트레이너의 말과는 조금 다르게

그 쭉...이라는 것이 동네 한 바퀴 제대로 도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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