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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25. 2019

수능 끝나고 한해 쉬는 독일 아이들


 독일의 수능 아비투어


우리 집 둘째 인 딸내미  올해 우리로 하자면 독일의 수능인 아비투어를 마치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을 졸업했다.

얼마 전 추석,...

한국에 계신 식구들과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중에 자연스레  딸내미 대학 진로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


독일은 입시제도와 그 시기 등이 한과는 여러 가지가 다르지만 한국에 계신 가족들은 딸내미가 여기 식의 수능도 마쳤고 고등학교도 졸업했으니 이제 어느 대학을 갈 것인지 무엇을 전공할 것인지가 가족 모두의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내 기억 속의 한국에서는...


해마다  대학 입학시험이 치러지던 날이면 언제나 코끝이 짱 하게 추운 겨울이었고, 그날이 오면 시험 시간에 맞춰 시험이 치러지는 학교로 험생을 데려다주느라 가족들 뿐만 아니라 전국이 떠들썩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날 저녁 뉴스 에는 시험장 안과 밖의 모습들과

무슨 사정으로 시험 시간에 맞추지 못할까 봐 길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을 태우고 시험장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그 학생을 시험장에 들여보내 준 경찰 아저씨 또는 택시 아저씨들의 미담이 소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졸업식 이자 아비투어 수료증 수여식 있던 날, 복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독일에서는 아비투어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한국처럼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아니라 전체 고등학생의  30% 정도인 데다가 아비투어 시험도 그날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이며 필기시험과 구두시험으로 시험기간 또한 나뉘어 있고 그 기간들이 주마다 차이가 있으니... 수능 보는 날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아비투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1. 한날한시에 전국 적으로 하루 수능을 보는 한국 과는 다르게 독일은 주마다 선택과목마다 시험 일자가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헤센 주의 2019년 아비투어 필기시험 기간은 3월 7일부터 3 21일까지 구두시험 은 5월 마지막 주부터 6월 둘째 주 사이로 시험 날짜와 시간 등은  임박해서 바로 직전에 과목별, 수험생 별로 따로 정해 졌다.


그 기간 동안 매일 정해져 있는 시험 과목의 시험이 진행되고 수험생들은 각자 그 선택 과목에 해당되는 학생들만 학교로 가서 시험을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우리 딸내미는 필기 선택 과목이 영어, 미술, 수학이어서 비교적 시험 날짜가 일찍 인 편이었다.

필기는 3월 7일에 영어, 3월 11일 미술, 3월 13일에 수학 시험을 보았고 구두시험은 5 28일독일어, 6월 4일에 정치 두 과목을 각각 치렀다.


일단, 필기시험 인 수학이 끝나던 날 딸내미는 같은 날 시험이 끝난 친구들과 시험 끝나자마자 파티를 하러 여기저기 다니 시느라 바쁘셨다.

이건 뭐 공부하느라 코피 터지는 것이 아니라 노느라 쌍코피 터질 지경이었다.

물론 친구들 중에는 선택 과목이 생물인 아이들도 여럿 있어서 3월 21일 필기시험 마지막 날까지 남들 시험 끝나서 놀러 다닐 때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독일의 아비투어가 그리 녹녹한 시험은 아니다.

그래서 타이틀도 졸업식이 아니라 2019년 아비투어 수여식

2. 전국의 수험생들이 같은 시험지를 들고 시험을 보는 한국 수능 과는 다르게 독일의 아비투어는 주마다 시험 문제가 다르다.

독일은 국정 교과서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주마다

정해져 있는 교육 양식과 내용에 따라 학교별 더 자세히는 담당 교사가 선택한 교재 또는 참고서를 사용해서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해진 시험 유형이라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중점적으다루어져야 할 내용은 정해져 있으되 주마다 시험 테마  다르다는 이야기다.

어쨌거나,아비투어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폭넓게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


 기억 속의 한국 대학 입학시험에서는 객관식도 나오고 주관식도 있어 오엠아르 카드를 작성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수능 합격 기원 떡 , 엿 등에 써넣었던 응원의 메시지에는 잘 찍어!라는 문구들이 들어가 있던 것이 떠오른다.

그런데 독일에서 아비투어 필기시험은 과목에 따라 시험 테마가 정해지고 주관식 서술형으로 시험이 진행된다. 한마디로 3. 독일 아비투어에서 객관식은 없다.

예를 들어 우리 딸내미 미술 시험은 현대 미술에 관한 내용이 영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시험 테마였다.

A4 다섯 장 이상씩 써서 냈다고 했다.

수학은  풀이 과정 전체를 단계별로 모두 서술해야 하는 문제 들인데 2019 헤센의 아비투어 수학 문제가 꽤 까다로웠다고 라디오 지역 뉴스에서 방송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말이 A4 용지 너뎃 장이지 몇 시간 안에 그 테마에 맞춰 서술형으로 써낸다는 것은 그 시험문제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집집마다 아비투어 수험생 하나에 몇 명씩은 온듯하다. 식장에 들어간 전체 인원이 이날 천명이 넘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4. 독일의 아비투어 시험 중에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화장실 가고 싶으면 감독관들의 감시하에 다녀오고 먹고 마시는 것은 시험 보는 도중에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 딸내미를 위해 시험 보던 날 새벽부터 준비해서 집어 먹기 좋은  방울토마토, 오이, 당근 채소 꽂이 사과, 포도, 바나나 과일꽂이, 미니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하게 도시락을 싸서 보냈다. 한 손으로 먹어 가며 한 손으로는 열심히 써야 하니...

한 손으로 먹기 편하고 남들에게 부스럭 대서 방해되지 않게 그리고 먹다 흘려서 애써 써내고 있는 시험지 버리지 않을 것들로 골라 담아서 마의 사랑과 응원을 가득 넣어 말이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엘카 별로 (*선택 과목에 따라 학급 대신 엘카로 나뉜다) 아이들을 번갈아가며 호명하면
줄지어 한 명씩 아비투어 합격증을 담임 선생님과 비슷한 엘카 투토와 선생님이 나눠 주신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수능은 시험 장소가 정해져서 수험생들이 사진 붙은 수험표 들고 낯선

남의 학교로 가서 모르는 시험관들의 감독을 받으며 치러졌었는데..

독일의 아비투어는 특이하게도 5. 시험 장소 도 자기들이 다니는 학교 , 시험 감독관들도 그 학교 선생님들로 이루어진다. 당연히 담당 과목 지도 교사였던 교사들을  제외한 교사들이 감독관이고 선택과목에 따라 다른 학교에서 수강했던 과목이라면 타학교 학생들도 더러 있을 수 있다.

그리고...

6. 아비투어는 일생에 한번 , 제수, 삼수가 없다.

물론 그 시험 기간 동안 갑자기 아프거나 한경우 들이 생길 수 있어서 기존의 시험기간 뒤에도 볼 수 있는 재시험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원칙적으로 아비투어는 일생에 한 번의 기회가 있는 시험인 셈이다.

바꿔 말해 독일에서는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제수, 삼수하는 경우가 없다는 이야기. 

모든 담당 선생님 들과 졸업생이 한무대에 서서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촬영은 우리가 맡는다! 모든 부모들은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 난리였다. 평소에 사진을 자주 찍는 편이 아닌 독일에서 진풍경 이 따로 없었다.
가문의 영광 아비투어 합격증 "이안에 점수 있다!"

7. 독일에서는 아비투어의 점수보다 합격이 더 중요하다.

일정 점수 이상이 되어야 합격이고 떨어지는 아이들도 더러

아비투어에 합격하면 인원 제한이 있는 과들을 제외하고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독일 사람들은 아비투어를 가지고 있다,없다 로 이야기하고는 한다. 마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할 때 아비투어가 있음을 꼭 명시한다.

8. 그렇기 때문에 독일에서 아비투어는 대학 입학시험 그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독일 사람들은 모두가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독일 사회에서 개인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기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비투어를 통과했다는 것은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의 모든 과정을 마쳤다는 증명서 이자 대학에서 학업시작할 수 있다는 자격증이다. 대학을 가던 가지 않던 그 정도의 수준을 갖추었음을 임증 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가끔가다..

"우리 딸이, 아들이, 손자가 손녀가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아비투어 가 있어.." 하면서 자랑스러워하고 감격스러워하는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들도 보게 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아비투어 수료식이 있던 날 또는 다른 날
이렇게 전체 수험생들과 가족들이 모여 아비 발이라는 파티를 한다. 이때 드레스는 필수!

9. 대학 입학시기는 중요지 않다.

그리고 아비투어를 가지고 있다면 그해가 아니어도 언제든 자기가 원하는 시기에 대학을 갈 수 있다.

물론 게 중에는 의대, 법대 , 미대처럼 숫자 제한이 있거나 음대처럼 종종 나이 제한이 있는 곳을 빼고는 말이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대학 학생 식당인 멘자에 아이들 유모차에 태워서 오는 학생들도 자주 보게 되고 머리가 끗 하신 학생들도 더러 만나게 된다.


10.독일에서는 아비투어 보고 바로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들보다 일 년 쉬었다 시작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

독일에서 아이들 셋  낳고 키우다 보니 큰아이가 벌써 대학교 3학년이 되었고 어느새 둘째 인 딸내미도 아비투어를 마쳤고 오빠가 그랬던것 처럼 앞으로 무엇을 할것인지 고민하고 알아 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사실, 큰아이 때만 해도 아비투어도 끝났는데 대학을 바로 가지 않고 일 년 쉬면서 배우고 싶은 외국어도 배우러 다니고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여기저기 끼어서 해보겠다 할 때 겉으로는 응원해 주었지만 속으로는 이래도 될까? 어찌 보면 일 년 그냥 노는 건데?라는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들어 조급한 마음이 살짝 들었더랬다.

그런데 큰아이가 과테말라에서 스페인 어를 배우고 여기저기 혼자 여행도 다녀보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 하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고민 하고 찾아볼 수 있었던 그 일 년의 시간들 아이의 인생에 있어 매우 값진 시간이 되어 돌아 왔다.


독일 부모들은 지금 아비투어를 끝낸 아이 들이 인생에 있어 당장 대학에 입학 하는것 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 보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   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위해 독일 에서는 아비투어 끝내고 도서관,학교,유치원,방송국,병원 등등 풍부한 사회적 경험을 해볼수 있는 Freiwilliges Soziales Jahr 줄여서FSJ 라는 프로젝트 들을 대학 입학 하기 전에 일년 가량 다양 하게 경험 해 보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딸내미도 이번에 환경오염 에 관한 프로젝트에 참여 하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갔다.


우리의 인생 속에서 일년이라는 시간  짧을수도 길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험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그시간들모두 나름 대로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우리 딸내미를 비롯해서 지금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선 아들,딸들을 애정을 담아 엄지 손가락 치켜 들고 응원 해 본다.

Ich drücke die Daum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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