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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02. 2020

늘고 있는 독일의 온라인 수업

그러나 그 시작은 평탄치 않았다.


코로나 시대, 독일에서 아이들은...

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 벌써 5월을 마주 했다. 주마다 방학 일자가 다른 독일은 6월에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주들도 있는데 졸업반을 제외한 아이들은 아직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곧장 여름방학이 시작될까 봐 걱정이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휴교령이 내려지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한 채 집에만 있은지도 7주를 지나고 있다.

여름방학이 지나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하는 독일에서는 지금 이 시기가 2학기 수업이 한참 진행되어야 할 때다.

그동안 아이들은 마치 방학숙제처럼 몇 과목에 한한 숙제만 간간히 받아서 하고 있다.

어느 학교는 e메일로 숙제를 받는 경우도 있고 또 어느 학교는 학부모가 학교에 가서 직접 숙제를 받아 오는 경우도 있고 그마저도 하지 않고 있는 학교들도 있다.


김나지움 6학년인 우리 막내의 경우 학부모의 이메일로 과목별 숙제를 받고 그것을 인쇄해서 숙제를 시킨 후에 스캔해서 PDF 파일을 만들어 담당 선생님께 다시 메일을 드린다.

며칠 전에는 막내가 영어 숙제를 두 번이나 빠꾸?를 받아서 틀린 부분을 고쳐서 세 번이나 수정 파일을 메일로 다시 보내야 했다.

워낙 꼼꼼하시고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신 선생님이라 그렇거니 이해했지만 번번이 숙제 분량을 인쇄하고 스캔하고 파일 만들어 보내는 일들을 부모가 도와주어야 하니 이거 아이들 숙제인지 학부모들 숙제인지 헛갈릴 지경이다.

물론 우리 병원 직원의 아들이 다니는 다른 학교의 경우는 그런 것도 없다며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독일은 주마다 자체적으로 교육부가 있고 결정되는 사항 들과 상황이 달라 지역별 학교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헤센주는 4월 27일 이번 주 월요일부터 김나지움, 레알슐레 등의 졸업반들이 등교를 시작했다. 물론 한 공간에 제한된 숫자와 제한된 수업 시간으로...


김나지움 6학년인 우리 막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학부모 Whatsapp 단체방을 통해 주교육부 또는 학교장의 공문들이 수시로 전달되고 있다.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과 앞으로 하게 될 개학에 관련한 여러 가지 준비 사항들도 차례로 전해 질 것이다. 그런데 전해진 공문 에는 코로나 비상사태로 아이들이 장시간 학교 출석을 못하고 있음에도 여름방학 일자가 짧아지지 않을 것이며 낙제 없이 학년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수업 일자는 어떻게 채워질 것이고 진행되지 못한 수업은 어떻게 보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대책 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학교 수업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 수업이 드디어 이번 주부터 시작되었다.

이 동네에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몇 안 되는 학교 지만 난리 부르스가 수업이라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난리 부르스


온라인 수업이 우리 막내의 경우 화요일 목요일에 거쳐 과목 별 시간 별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막내의 학년인 6학년만 보아도 학급당 30명이 넘는 학생에 5 학급이니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장선생님이 보내신 공문에 의하면 우리 막내네 학교의 경우 다행히 젊은 연령층의 교사들이 많고 그중에 컴퓨터 테크닉에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아 어렵지 않게 IT 팀을 짜서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막상 수업을 시작하고 보니, 집집마다 인터넷 사정이 달라 화면에 나왔다 사라지는 학생들....."후후 레아 어디 갔니? 말테는 조금 전에 있었는데.. 어딨니?" 하며 학생들을 찾아 대는 교사... 중간중간에 아이들 소리가 동시다발로 크게 들려오자 자기 순서에 말할 때만 마이크 켜라고 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교사... 갑자기 온라인 페이지가 컴퓨터 화면에서 사라져 버려 당황한 학부모들..... 이게 수업 인지 시스템 테스트 인지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 막내도 독일어 선생님이 함께 읽고 있는 책의 문장을 읽어 보고 거기에 의견을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아이가 대답하려는 순간 갑가지 화면이 사라져 버렸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아직도 들려오고 화면은 나오지 않고 어찌어찌 노트북을 이리저리 만져서 간신히 다시 온라인으로 들어갔지만 인터넷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이 많아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진행된 과목별 수업이 수업당 30분 남짓..... 이 혼이 쏙 빠지게 당황스러운 온라인 수업이 낯설고 힘들기는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매한가지였다.  

독일의 인터넷은 어디서나 빠르게 잘 터지는 한국에 비해 느리고 안 터져서 여행 나온 한국 사람들이 제일 놀라는 것 중에 하나다.

학교라고 크게 다를 바 없으며 개인 가정들의 인터넷 사정은 더하다. 하물며 21세기에 무인도에 사는 사람들처럼 인터넷 없이 살고 있던 사람들도 있으니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 시추에이션 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높은 파도 앞에서 조각배 타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을 독일의 교육 매거진에서도 이렇게 지적했다.

*사용된 모든 기사,사진 출처 https://www.google.de/amp/s/amp.dw.com/de/corona-deutsche-schulen-sind-auf-e-learning-schlecht-vorbereitet/a-52840504


코로나 시대에 학교 수업의 대안 일수밖에 없는 온라인 수업이 시스템상 아직 모든 학교가 제대로 준비가 되지 못한 독일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기사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독일의 학교 들과 교사들은 아직 아날로그 시스템 안에서 머물러 있어 지금 같은 특별한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아무도 미리 준비해온 곳이 없다. 

다른 유럽의 이웃 나라들 중에는 빠르게 사용 가능한 온라인 수업 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반해

지금 독일은 온라인 수업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 학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베를린의 어느 학교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인터뷰 안에서도 학생들 도 학습자료로 복사물을 받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편리한 온라인 수업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하는데 학교에서는 그것을 뒷받침해줄 시스템과 교사들이 없다는 내용이 기사를 이루있었다.

거기에 제시된 내용에 는 2019년에 선정한 유럽의 E-Learning 랭킹 이 있었다.

(가까운 이웃나라 네덜란드는 2등 스페인 9등 오스트리아 10등 상위권인데 비해 17등 덴마크와 18등 프랑스는 나란히 평균 그리고 26등 이탈리아 27등 독일은 평균 이하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늘고 있는 온라인 수업


독일에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온라인 수업, 온라인 미팅 들이 늘어나고 있다.

병원도 온라인 진료를 하고 있는 곳들이 늘고 있고, 피아노, 테니스 등의 아이들 취미 활동에서도 왓젭, 스카이프 등을 통한 영상 통화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내가 한국요리강사로 일하고 있는 문화센터 Vhs에서도 지난주에 메일이 왔다.

다음 학기 요리강습을 온라인 강좌로 개설할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앞으로는 모든 것들이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도록 독일도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비록 속 터지게 느린 인터넷 상황에 불안 불안한 시원찮은 시스템이지만 이미 코로나로 인해 그 시작을 했으니 말이다.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세계 구석구석을 뒤덮고 모든 나라가 거의 같은 고민들을 안고 있다.

다만 나라별로 처해진 상황과 시스템의 차이, 그리고 민족성과 문화의 다름으로 각각의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

결국, 전염병 극복이라는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같은 곳일 테니까 말이다.


다음 주면 독일 중부 헤센주는 미용실, 복사가게, 박물관, 동물원, 놀이터, 음악학원, 강아지 학교, 강아지 미용실, 식물원 등이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닫힌 문 들이 하나둘 열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전염병의 위협 속에 안전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언제 학교를 다시 가게 될지 모르고 아이들 학교 개학 일자가 잡힌 주들도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여름방학 이전의 유치원 등원도 언제가 될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의 문제 많았던 시작은 이미 시작되었고 언젠가는 그 끝에 다다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독일의 이런 격언이 있다.

"Aller Anfang ist schwer, doch ohne ihn kein Ende wär"

모든 시작은 어렵다 그러나 그 시작이 없다면 끝도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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