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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21. 2020

이게 얼마 만에 가는 학교 인가?


김나지움 6학년 (우리로 하면 초등학교 6학년)인 우리 집 막내가 학교를 갔다.

이것이 얼마 만이던가... 코로나 19로 인해 3월 16일부터 휴교였으니 저렇게 가방 메고 학교 가는 아침은 두 달 만의 일이 다.


독일은 연방제로 16개 주가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주마다 다른 것도 많고 때로는 학교 에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으로 어느 지역이던 아이들 학교 개학을 단계별로 점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막내가 다니고 있는 독일의 김나지움 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 모두 함께 들어가 있는 학교다. 그래서 전교생이 모이면 천명이 넘어간다. 아무리 건물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고 공간이 넓다 해도 많은 아이들이 한 번에 등교를 하게 된다면 혹시 모를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헤센주에 속해 있는 막내의 학교 같은 경우 이번 주 월요일 에는 7학년 10학년, 화요일 에는 5학년 8학년 그리고 수요일은 6학년과 9학년이 등교하는 것으로 나누었다.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2학년은 선택과목에 따라 요일이 나뉘고 11학년은 목요일과 나머지 요일 중에 선택 과목으로 또 나뉜다.

바꿔 말해서 당분간은 5학년부터 10학년 까지는(우리로 하면 초5부터 고1) 일주일에 하루 학교를 가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학교를 간다는 것 외에도 이전과는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 우선 아이는 마스크를 끼고 학교를 갔다. 학교 밖과 안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고 혹시 마스크가 집에 없는 학생들은 교무실에서 받아 가라는 교장 선생님이 메일로 보내신 위생수칙과 예방수칙을 지난주에 받았기 때문이다.


어젯밤부터 막내는 집에 있는 마스크라는 마스크는 모조리 꺼내 놓고 고민하다 파란색 의료용 마스크는 너무 조여서 싫고 하얀색 종이 마스크는 멋져 보이지가 않아서 싫다며 한국에서 할머니가 보내 주신 수제 천 마스크를 선택했다.

아들이 픽한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마스크는 우선 검은색 체크무늬 여서 저의 취향저격이고, 필터도 안에 넣을 수 있고 코 있는 부분도 조절이 가능하다.(이와 중에도 지랄발광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춘기는 스타일을 포기할 수 없는 가 보다.)


그렇게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오늘 수업받을 교실부터 찾아가야 한다.

서로 간의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서 한학급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각각의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6학년 9학년 각각 5개 합쳐서10개의 학급을 각기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30개의 교실이 새로이 배정되었다.

알파벳 순으로 나뉜 6학년 D반의 2번째 그룹에 속한 우리 막내는 53번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


그런데... 53번 교실은 어디에 있더라? 학교에서 온 메일 첨부 파일 에는 그룹별 교실과 수업 시간표가 적혀 있고 쉬는 시간도 교실 별로 겹치지 않게 조율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교실의 위치는 나와 있지 않았다.

알아서 찾아가겠지... 설마 지가 다니는 학교에서 길 잃어버리겠나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한다. 싶기도 한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 아이가 다시 학교를 가는 첫날이라 여러모로 걱정되고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어젯밤에 저녁을 먹은 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막내의 학교에서 보내온 위생 수칙 들을 다시 한번 함께 훑어보았다. 마치 함께 예행연습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라도 해야 아이에게 위생수칙과 예방수칙을 한 번 더 주의 줄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이제는 엄마보다 훨씬 키가 크고 발은 아빠만 해서는 가끔은 흰색 눈동자 만을 보이며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사춘기의 아들이지만 아직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한참 재미있을 때다.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

그런데 낯선 교실 안에서 여덟 명이 뚝뚝 떨어져 앉아 수업을 받는 것도 교실 밖 학교 그 어느 곳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아이가 잘 지킬 수 있을까?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놀 때도 서로 1.5 미터의 간격을 유지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아이들 이기 때문에 생기는 걱정거리들이 이리저리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 막내가 물었다.

"우리 화장실도 1명씩밖에 가면 안 되는 거야?"

그렇다 적혀 있던 예방수칙에 의하면 아이들은 화장실 갈 때도 한 명씩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화장실 칸이 아니라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거 자체가 말이다.

학교에 화장실이 층마다 여러 곳인 것도 아닌데... 아무리 30개의 교실이 쉬는 시간을 달리 한다 해도 겹치는 때가 있을 것이고 화장실 가고 싶은 아이들이 그 앞에서 길게 줄 서서 기다리게 생겼다.

하나하나 걱정 메들리를 늘어놓고 있는 엄마를 쳐다보며 딸내미가 막내에게

"막내, 너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기 힘들지도 모르니까 그냥 수업 시간에 간다고 해 그럼 되잖아"하는 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는..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수업 시간이면 다른 애들도 없을 거구라고 생각했던 것을 들킬 새라..

"그렇다고 동생한테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라고 하냐 좋은 거 가르친다 딸 "이라고 했다.


그 순간 우리의 대화를 의미심장한 미소로 지켜보던 남편이 말했다.

"우리 딸내미는 정말 엄마 랑 많이 닮았어 그렇지?"라고.. 에이 띠 들켰다, 빼박이다.

우리는 그렇게 한바탕 웃고는 생각했다.

아직 불안한 구석은 많지만 그래도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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