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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03. 2020

#12.목을 조여 오는 독일 코로나 19

요양원 집단 감염의 비극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독일은 지난주를 기점으로 뷔르츠부르크, 볼프스부르크 등의 요양원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코로나 19로 인한 치명률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에서 개인병원을 하고 있는 우리는 요즘 매 순간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독일에서 긴 세월 살고 있어, 이들의 뭐든 빨리 되는 것 없는 생활방식이나(때로는 이런 점이 장점이 될 때도 있다) 이것저것 고려하고 따지고 재는 것이 많아 거쳐야 하는 곳 또한 많은 시스템에 대해 이미 익숙하다.

그럼에도, 이번 코로나 사태에 관해서는 정말 이지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한 구석이 많다.


항간에서는 독일의 검사량이 늘었고 한국 검사 방법을 따를 것이다 해서 매우 낙관적으로 나와 있는 기사들도 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검사량이 늘기는 늘었으나 애당초 워낙 적었던 지라 아직도 충분하지 않으며 독일의 실제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방식을 따라 많은 양의 검사 키트를 확보 한들.. 그것을 검사할 인력도 방호복, 방호 마스크 등의 의료진을 보호할 최소한의 의료장비도 턱없이 부족하고 그래서 검사 대상 또한 전방위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숨 나오게도 (처음 독일 코로나에 관한 글을 썼던 두 글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만

독일은 과연 코로나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코로나 19 보다 더 무서운 건?)

코로나 19에 대한 독일의 대처는 여전히 뒷북일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 www.süddeutsche.de 볼프스부르크 요양원의 드라마틱한 코로나 사태에 관한 기사 캡처
혹시나? 하다 직격탄 맞는 수가 있다.

독일 은 왕진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즉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들을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서 진료하는 것이다.

왕진을 나가 보면, 집에 계신 환자분들도 계시지만, 고령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 분들 중에 양로원 또는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이 많다.


독일의 요양원과 양로원은 그 숫자만큼이나 규모와 생활환경, 배치된 전문 간병인 인원 등등 여러 가지가 다르고 다양하다. 

예를 들어 충분한 공간과 위생시설 등이 거의 병원 입원실만큼의 수준을  갖추고 있는 곳부터 공간적 여유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 들이 들어찬 곳들 까지.. 그리고 주방에서 식단표에 따라 매끼 신선한 식사가 만들어지고 제공되는 곳들도 있고 외부에서 식사를 배달해 오는 곳들도 있다. 실로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은 어느 요양원이던 양로원이던 고령의 기저질환의 코로나 감염 위험군들이

대거 모여 계신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호자를 비롯한 일반인 방문자 들의 방문을 통제하는 것 만으로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요양원과 양로원에는 매일 가장 가까이서 환자들과 접촉하는 전문 간병인부터 수시로 왕진 오는 의료진들과 그곳을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청소 , 주방등에서 일하는 직원들... 그리고 환자들을 때로 어느 병원에 이송하는 일을 담당하는 엠블런스 팀들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적극적으로 검사하지 않고 서 감염 경로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현실적으로 거동이 불편해서 요양원 밖을 나갈 수 없는 환자들이 감염되는 경로는 당연히 접촉자 들 중에서 일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두요 양원의 경우 만을 놓고 보아도 처음부터 모든 환자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있다 사망자가 나오자 부랴 부랴 부검하고 코로나 확진으로 이어지자 그제야 검사가 이루어지니 이미 그 안에서 퍼질 때로 퍼져 다른 환자들과 직원들 에게서 줄줄이 코로나 양성이 나오고 연이어 사망자가 속출하게 된 것은 예고된 비극 일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의 노인들이 모여 계시는 요양원과 양로원은 독일 전역에 얼마나 많으며, 그에 못지않게 위험 지역 중에 하나인 투석센터 들은 또 얼마나 많으냐는 말이다.

이제는 혹시나? 하며 느슨하게 있을 것이 아니라 만에 하나를 두고 철저한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비극스런 상황이 여기서만 그치리라는 보장이 없다.


얼마 전에도 신장내과 전문의 인 남편이 가끔 일 도와주러 가는 투석센터에서 어느 간호사가 그전에 이탈리아로 스키 휴가를 다녀왔는데 증상이 없다고 검사도 받지 않고 쉬지도 않고 바로 나와서 일을 하고 있어서 너무 놀란 남편이 그러다 무증상 감염자 이면 이틀에 한번 정기적으로 투석받으러 오는 환자들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건데 말도 안 된다며 휴가 쓰라고 언성을 높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남편의 그런 우려가 실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왼쪽 위 지금 우리 병원에서 쓰는 면 마스크, 의료용품 회사 통해 겨우 10개 받은 의료용 마스크, 맨 밑에 전문 간병인 회사 가 나눠준 구멍 숭숭 뚫린 감염 병용 안전? 마스크
왼쪽사진 출처www. Süddeutsche.de 에쎈대학병원의료진이 일선 병원,가정의 병원, 전문간병인 방호복,방호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인터뷰,남편의 완전 무장 보다 훨나아 보임.
그렇게 우리는 기나긴
주말을 맞이 했다.


남편은 독일도 코로나 검사를 한국처럼 전방위적으로 해야 무증상 감염자들도 걸러 내고 환자들 특히나 기저질환 환자들과 가장 자주 접촉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의료진들이 최우선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환자들의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같은 동료 의사들 과의 온라인 회의에서도 그 주장을 펼치며 의료진 코로나 검사를 실시 하자는 건의를 했다가 많은 반대 의견에 부딪쳤었다.

독일의 대부분의 의사들조차도 증상 없는 검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남편의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검사에 대한 건의가 필요한 사람들을 먼저 검사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더 우선 이라며 무시되었다.


우리 지역의 선별 검사소에서는 해당되는 지역 시민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근처의 소도시들 까지 합쳐 40만이 넘는데 지금 까지 2000건의 검사를 진행했을 뿐이다. 검역할 인력이 넉넉지 않고 방호복과 방호 마스트가 부족하다 해도 결코 인구에 비해 검사량이 충분한 숫자는 아니다.

(대문사진 *출처, 지역신문 HNA)


그런데... 남편이 우려하던 의료진이 감염되어 환자가 감염되는 사례가 나왔다. 남편이 일하던 곳에서...

남편이 돕고 있는 투석센터 한 곳에서 두 명의 환자가 코로나 19로 확진되었다. 감염 경로는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한 명이 그 병원 간호사로부터 감염되었고 같은 시간에 투석받으러 왔던 환자 중에 한 명까지 감염되었다.


그런 일이 터지고 나서야 그 투석센터에서 일하는 의료진 들과 그 환자들과 접촉했던 사람들을 모두 검사 하기 시작했다.

확진되었던 환자 두 명 중에 한 명을 남편도 진료했다. 그래서 남편도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었다.

검사는 의사들끼리 서로 나누어 진행했지만 문제는 당장 병원에서 환자 들을 진료 해야 하는 의료진의 검사인데도 주말 끼였다고 삼 박사일 걸린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기나긴 주말을 맞이 했다.

모든 왕진 일정을 다 취소하고 진료 일정도 미뤄 놓은 체... 머릿속으로 "만약,, 남편이 양성이 나오면."...으로 시작되는 드라마틱한 시나리오를 쓰며 우리끼리 앉아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진료했던 사람들 전수 조사, 역학 조사를 셀프로 하며... 점점 올가미가 죄어 오는 덫에 걸린 쥐라도 된 것처럼.....

순간순간 엄습해 오는 목이 조여 오는 듯한 공포감과 더불어 시작된 가볍지 않은 주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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