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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07. 2020

#13.독일 사람들의 코로나 시대를 견디는 방법.


코로나 시대에 독일에서
성황 하는 상점


낮 기온 24도 햇빛은 눈부시고 하늘은 파랗다.

독일에서 이런 찬란한 봄 날씨가 며칠이나 되려나.... 라디오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디제이가 날씨가 너무 좋아 수영복 꺼내 입을 뻔했다는 너스레를 떨 어댈 만큼 겁나 좋은 날씨다. 올봄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그런 주말 오후, 친구 크리스티안네가 Whatsapp으로 뉴스 동영상 하나와 문자를 보내왔다.

동영상을 열어 보니, "코로나 시대에도 이곳은 성황"이라는 내용의 뉴스 가 흘러나왔다.

그 뉴스 안에는...

독일의 어느 대형 상점 앞에서 서로 멀찍이 거리를 두고 길게 줄 서 있는 일반 사람들의 모습과 마스크 쓰고 한 사람씩 상점 안으로 들여보내며 부지런히 카트 손잡이를 소독하고 있는 직원의 모습과 한 번에 맥시멈 두 명 까지 그리고 카트 하나만 입장 가능하다는 경고문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여기 오게 됐느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지금 같은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찾다가 아이들도 거들게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해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려고 나와 봤다"는 어느 젊은 아빠의 인터뷰와 "코로나 시대에 이렇게 하루 2000명이 넘는 많은 손님들이 다녀 가실지 몰랐다"는 매니저의 인터뷰 등이 나왔다.


그 동영상 밑에 , 크리스티안네는 "나도 어제 저 사람들처럼 줄 서서 2시간 가까이 기다려 바우 마크트 들어갔다!"며 깜놀 했다 할 때 자주 애용되는 이모티콘과 함께 안부 인사를 보내왔다.


요즘 독일에서는 가장 흔한 인사말 Guten tag! 구텐 탁 또는 Hallo! 할로  보다...

Bleib Gesund!!! 블라잎 게쥰트,"건강히 지내세요!!!" 라는  인사말을 더 많이 사용 한다.

친한 친구들과 온라인 상에서도 창문 너머 환자 들과도 현관문 건너 이웃들 에게도 마트에서 계산대에 계산 하고 나오면서도 그리고 강아지와 산책 하다 멀찍이 마주 오던 사람 에게도 누구에게 랄것 없이 모두 에게 인사 한다."건강히 지내세요!"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의 이 인사를 코로나 시대 인사말 이라고도 한다.

독일의 슬기로운 집콕 1.
집안에 뭔가를 고치거나 만들어 보자.

친구가 이 화창한 주말에 2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간신히 입장했다는 곳, 그리고 그 뉴스 속 상점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독일의 건축 자재상 Baumarkt 바우마크트 였다.

삼월 중순에 우리도 병원 접수처에 가림막 설치 때문에 바우 마크트를 갔었는데 그때는 지금과 또 상황이 달랐다.


그때는 마트, 바우 마크트 등 손님과 직접적인 접촉이 불가피한 계산대, 인포데스크 등에 가림막 설치가 막 시작되고 있었고 상점 밖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것과 카트 손잡이 소독도 시행되기 전이였다. 그렇게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없던 것들이 이것저것 생기는 동안 4월이 되었고, 지금은 독일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100,132(4월 6일 기준) 사망자가 1584명 (4월 6일 기준) 되었다. 확진자 가 십만 명 이 넘었다니.... 한국보다 10배가 많고 188명이던 3월 초에 비해 500배가 늘었다 한 달 만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시점이다.

3월 중순에 바우마크트 입구 계산대에 가림막 설치를 하고 있는 모습
2월의 바우마크트 모습 , 한국 상황이 심상치 않자, 미리,공사 현장용 마스크와 고글을 사두었던 남편은 요즘 병원에서 그 장비들로 구할 수 없는 의료장비 대신 사용하고 있다.

바우마크트라 하면, 평상시에도 인건비 비싸고 기술자님들 모셔 오기가 하늘에 별 따기 일 때가 많은 독일에서 크고 작은 집수리 정도? 는 가뿐히 스스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작은 못부터 창문, 문, 욕조까지 집과 건물 건축에 사용되는 자재들이 거의 없는 게 없이 구비되어 있는 대형 상점이다.


바우 마크트에 가면, 일명 똥 손 (독일말로는 왼손을 두 개 가진 사람)들도 선반을 단다거나 야외용 의자를 만들어 본다거나 텃밭용 테이블을 만들어 본다거나..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픈 욕망이 솟구치게 하는 곳이다.

그러니, 그 애기 아빠의 인터뷰에서처럼 요즘 같은 때 시간은 많고 갈 곳은 없는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독일 사람들의 코로나 시대를 견디는 방법,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슬기로운 집콕 최애템이라고 하겠다.


또 다른 집콕 최애템으로는....

꽃 심고 나무 가꾸며 코로나 사태를 잠시 잊을 수 있다는 내용의 포스터 * 출처 Magazin Gala. *대문 사진 출처: Hellweger Anzeiger HA
독일의 슬기로운 집콕 2
꽃을 심고 토마토나 상추
또는 딸기 모종을 심어보자


평소에도 독일 사람들은 정원이던 베란다이던 꽃과 식물들을 심고 가꾸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회색 하늘에 하루 종일 어두침침해서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 긴긴 겨울지나 햇빛 쏟아지는 봄이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 중에 하나가 꽃 심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트에도 바우마크트 에도 정원 용품 상가에도 꽃과 모종들이 종류 별로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가 봄이다.


지난 주말은 독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릴 하기 딱 좋은 날씨, 노천카페에 앉아 아이스크림 사 먹기 좋은 날씨였다.

다른 때였다면 공원에도 집집마다 정원에서도 모여 앉아 그릴 한다고 연기가 여기저기 모락모락 피워 올랐을 것이고 장바구니에 그를 위한 바베큐그릴 식재료 들이 골고루 담겼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모여서 그릴을 하면 안 되고 카페도 모두 문을 닫아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갈 때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우와, 진짜 날씨 좋다, 다들 집에만 있기 되게 힘들겠다 "를 외치며 집안에서 소시지 구워 먹고, 냉동고에 그 언젠가 사다 두었던 아이스크림 꺼내어 먹으며 대리 만족을 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정원에 나가서 잡초 뜯고 구석구석 정리했다. 깨끗하게...

이제 꽃을 심던 상추나 토마토 모종을 심던 하면 된다. 한동안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이면 정원에 나가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머릿속을 맴도는 코로나는 잠시 접어둔 채로.....

이렇게 하루하루 견디어 내다 보면, 언젠가는 "그땐 정말 장보기도 힘들고,날씨 좋은 날 사회적 거리두기도 버겁고 매일 아슬아슬했는데 어떻게 견뎠나 몰라!" 라고 웃으며 이야기할 날도 올 것이다.

반드시......


대로변 길거리와 인접해 있는 우리 집 정원 울타리 온 가족이 흩어져  잡초 뽑고 있다.
우리집 정원에서 보이는 동네 풍경, 날씨가 좋은 주말이지만  이제는 몰려 다니는 사람 들 없이  혼자 조깅을 하거나 둘이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한다.

P.S: 기나긴 주말 지나 남편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신 덕분에 다행히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또 한 번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슴을 쓸어내려야 이 상황이 끝나려나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분명히 끝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날이 올 때까지 모두 건강히 잘 견디어 내시기를 바랍니다.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독일에서 김중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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