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바뀌어 버린 일상
4주 차
이제 코로나로 바뀌어 버린 일상을 살게 된 지 어언 4주 차에 접어들었다.
3월 12일을 시초로 해서 영화관, 사우나, 디스코, 오페라 극장 등이 당분간 폐쇄조치에 들어갔고 3월 16일을 기점으로 아이들 유치원과 학교 휴교령이 내려졌고 그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 재택 근무자들이 기하급수 늘었고, 운전만 하면 자동차 타고 위로 아래로 자유로이 다니던 국경을 닫아걸었으며 약국, 마트, 병원, 우체국, 은행 등 우리 일상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생존을 위해 꼭 가야 하는 곳들을 제외한 미용실, 레스토랑, 백화점 등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어딜 가나 2명 이상은 모이면 안 된다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제 한 등의 코로나 대응 행동 강령 들이 주별로 차례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겨우 삼사 주 안에 일어난 일들이라는 것이다. 느낌 적으로는 마치 삼 년은 된 것 같은데도 말이다.
살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사회 전반에 거쳐 천천히 점진적인 변화가 익숙한 독일에서 사람들은 매주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일상 속에서도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반가운 변화
가장 돋보이면서도 반가운 일상의 변화는 독일에서도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던 차분하게 세세한 것 까지 쪼개어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독일 사람들 답게 TV에서도 한국의 코로나 19 대처방안 들을 성공적 사례로 자세히 분석한 내용을 여러 차례 방송에 담아냈다.
그에 힘입어 처음부터 감염을 막을 수 있네 없네 하며 의견이 분분 했던 마스크에 대해서도 이제는 다른 이들과 자신을 위해 쓰자, 대신 만들어 쓰자 는 쪽으로 여론이 가고 있다.
우리 병원만 해도 얼마 전 까지는 이보리슝년에 우리도 없는 거 사용하시라고 위험군에 속하는 환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 드려도 땡큐는커녕 시큰둥하게 주머니에 꼬깃하게 넣어 버리거나, 마지못해 "이제 됐냐!" 하는 얼굴로 턱에 걸고 가고는 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흘 밥 굶던 사람이 따끈한 밥 한 그릇 손에 받아 든 것처럼 반색을 하며 고마워한다.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코로나 시대 독일에서 장보기
며칠 전, 바우나탈이라는 우리 병원 바로 옆동네 사는 딸내미의 친구가 마트 중에 테굿에서 휴지를 샀다고 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라 병원 오전 진료 끝내고 바로 바우나탈로 달려갔다.
그리고 낮 기온 25도 봄 건너뛰고 바로 여름 같은 날씨 아래 마스크에 장갑 끼고 햇빛 받으며 마트 앞에서 줄을 섰다.
이제는, 마트 앞에서 줄 서서 야광조끼 입은 아르바이트생이 카트 손잡이를 소독해서 주며 들어가도 된다고 이야기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땃땃한 햇빛 제대로 받고서 기다리고 있자니 답답하고 더웠지만 마트에서 우리 외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거의 없던 때 와 드문드문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눈에 띄던 때에 비해 지금은 각자, 집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핑크색부터 검은색, 꽃무늬 거기다 아이들 못 입는 옷 잘라 만든 것 같은 곰돌이까지 다양한 마스크에 몇 사람 건너 한 사람씩은 나이 성별 상관없이 일회용 장갑까지 완전무장하고 있어 마치 마스크에 일회용 장갑이 지금 유행하는 트렌드 같아 보이기까지 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드디어 마트에서 장 보던 몇 사람이 나오고 차례가 되어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마트 안 바닥에 자로 줄을 긋듯 테이프들이 쭈욱 쭉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안정감은 있어도 휴지는 없었다.
이게 뭐지? 하고 보니 앞사람 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길잡이였다.
더디지만 꼼꼼한 이들의 성격 대로 칸 맞추기 하듯 2M에 딱딱 맞게 테이프를 붙여 두었다.
열심히 장 보다가도 앞쪽 테이프 붙은 곳에 다른 사람이 서있으면 딱 그 뒤 테이프 붙은 곳에 거리 유지하며 서있으라는 이야기다.
마트 입구에 붙어 있던 거리 유지를 해달라는 경고문과 각자의 주의만을 의지해 장을 보아야 했던 흡사 전쟁통 같이 혼란스럽던 몇 주 전에 비해 지금은 마트에서 장보기가 훨씬 안정적이여 졌다.
단, 한 가지만 빼고.... 사재기...
아직도 사재기가 멈추고 있지 않아 그날도 우리는 휴지와 물비누 등을 구경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한 사람당 하나만 가져갈 수 있는 휴지를 얼마나 사서 쟁이고들 있는 걸까?
온 가족이 돌아가며 교대로 하나씩 사러 오나?
휴지를 사기 위해 장 보러 간 3주째 허탕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코로나 시대 삼시세끼
이번 주 금요일부터 독일은 부활절 연휴가 시작된다.
부활절은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가족 친지 들의 방문이 오가는 독일의 명절 중에 하나다.
종교적 의미 외에도 우리로 하자면 추석 또는 설날처럼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모이는 시기다.
그래서 메르켈 총리도 판데믹은 공휴일도 없다며 자중해 줄 것을 당부했지만 지나고 보아야 알 것 갔다.
우리는 보고픈 일가친척이 이곳에 있지는 않지만 연휴 내내 집에서 네 식구가 삼시세끼 먹고살아야 해서 장을 미리 넉넉히 보았다. 다행히 휴지, 물비누, 일회용 장갑 외에 다른 것들은 모두 살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장도 자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집에서만 4주째 삼시 세 끼를 모두 해결하다 보니 가지고 간것 만 으로 만들어 먹어야 하는 캠핑이 따로 없다.
그전의 아침 메뉴
요리강습을 하다 보니 매일 몇 번이고 집 앞 슈퍼 가서 콩나물, 두부 사 오듯 마트 가서 장보는 것은 늘 있는 일상이었고 그렇다 보니 오늘 뭐 먹을까? 특별히 고민할 게 없었다.
그날그날 마트에 나온 신선한 식재료들 중에 맞는 메뉴를 선택하면 되었고 때로는 외식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 시대가 아닌가,피자 등의 배달 빼놓고는 문을 연 식당이 없어 외식은 불가능 하고 장 보는 것도 최선을 다해 적게 가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던 최소한의 장보기로 최대한 여러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를 내야 한다.
요즘은 매 끼니 고민한다. 뭐 해 먹지? 하고....
예전처럼 주말이라도 갗구워낸 빵을 빵집에서 사다가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놓고 아침상 당분간은 못 차린다.
코로나 시대 아침메뉴
그래서 아침은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곡식 빵 또는 토스트 그도 지겨우면 오븐에 살짝 굽기만 하면 되는 저장용 바게트 구워 그위에 그때마다 아보카도 가 되었던 오이가 되었던 집에 있는 채소 얹어서 크림치즈던 땅콩버터던 발라서 간단하게 먹는다.
그전의 점심메뉴
그전에 점심은 막내는 학교에서 탁구, 로버트 동아리 등 특별활동을 하는 날이 많아서 학교 식당에서 먹고 오는 날이 많았고 딸내미도 이런 저런 프로젝트 한다고 집에 없을 때가 많아 병원 오전 진료 끝내고 점심시간에 우리 부부만 사 먹거나 간단히 만들어 먹거나 했는데... 이제는 병원 오전 진료가 아무리 늦게 끝나도 집에서 초간단 일품요리로 점심을 만든다.
코로나 시대 점심메뉴
그전의 저녁 메뉴
그전에 저녁은...가족들이 모두 모이기 때문에 주로 한식으로 상을 차렸고 당연히 반찬들도 몇 가지 만들어서 먹고는 했는데.... 이제는 저녁도 무조건 일품요리다. 기왕이면 점심에 먹은 메뉴와 겹치지 않게 비슷한 식재료로... 가령 점심에 만두를 쪄먹었거나 구워 먹었다면 저녁은 만둣국, 또는 점심에 샐러드 종류를 먹었다면 저녁은 그 남은 식재료로 비빔밥, 그리고 점심에 해물 파스타를 먹었다면 저녁은 해물탕.
그리고 후식도 그전에는 과일 샐러드,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선택의 폭이 넓었다면 지금의 후식은 한 접시 모둠 과일에 포크 네 개 놓는다. 그나마도 장 봐온 과일이 있을 때면 행복하고 감사한 저녁이다.
요즘,코로나 때문에 장도 자주 못 보고 집에 있는 것으로 이렇게 저렇게 우려? 먹으며 살다 보니 식비도 줄고 냉장고에서 썩어 나가는 것 없어 진작 이렇게 알뜰하게 살았다면 부자 됐겠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날씨 좋은 날 에는...식구들과 야외 레스토랑에서 맛난 음식 함께 먹던 외식에 대한 그리움을 애써 눌러 담고...
오늘 뭐 해 먹지? 하며 부엌을 서성 인다.
코로나 시대 저녁 메뉴
그전의 디저트
코로나 시대 디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