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Mar 29. 2020

#11.코로나 19로 달라진 독일 마트.


그래서 우리는 대형 마트로 갔다.


어김없이 주말이 다시 돌아왔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은 병원 일을 잠시 접어두고 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러나 식구들과 앞으로 일주일을 먹고살아야 해서 또 다른 전쟁터로 나가야 한다. 완전무장? 하고..

일회용 장갑 끼고 마스크 쓰고 장바구니 들고...


오늘도 장보기 리스트 중에 가장 윗줄에 씐 것은 역시나 휴지,. 지난주에도 못 사서 이번 주에는 어떻게든 사야 한다.  

그래서,.. 회원 전용 카드가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한 독일의 창고형 대형 마트 Metro를 가 보기로 했다.


메트로라고 하는 마트는 주로 식당 등의 요식업을 한다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에게 카드를 발급해 주기 때문에 평소에도 일반 마트에 비해 사람들이 많지 않은 편이고 물건들이 대부분 도매용으로 박스에 담겨 있는 대용량이라 늘 여유분이 있는 편이다.

게다가 요즘 코로나 19 때문에 독일의 식당들이 배달 서비스 외에는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적지 않겠는가?

그러니 여기는 확률적으로다가 휴지가 남아 있지 않겠는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텅 비어 있으리라 예상했던 주차장 은 이미 많은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쇼핑 카트도 몇 개 남아 있지 않았다

이거 이러다 오늘도... 싶어 슬슬 불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거기다 이쪽저쪽에서 우리와 비슷하게 주차를 하고 마트 출입구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사람들도 왠지 걸음이 빨라 보인다.

설마, 이 사람들이 뛰지는 않겠지? 하며 걸음을 더 재촉했다. 누가 봐도 화장실 급한 사람 포즈로...

그렇게 헐떡이며 도착한  입구에서는... 벌써 와 있던 사람들이 마트 안에 들어가기 위해 간격 넓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요사이 코로나 19 사태로 독일의 마트에서는 안에 공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시장 볼 때 사람들 간에 거리 유지와 계산대에서 일하는 직원과의 거리 유지를 위해 한번에 마트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를 제한한다.

즉, 마트에 사람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관리한다. 주차장에서 주차 요원이 차 한 대 나가면 기다리던 차 한 대 들여보내듯이 마트 입구에서 누군가 나오면 다음 사람 이 들어갈 수 있도록, 야광조끼 입은 젊은 친구들이 카트 손잡이에 소독제 뿌려 가며 마트 인원을 통제하는 알바를 뛰고 있다.(요즘 학교 쉬고 있는 대학생들이 주로 이 알바를 하고 있다. 시간당 10유로 약 13000원 받고..) 그 덕분에 각자 알아서 거리 유지하느라 숨 막히게 긴장하며 장 보던 것에 비해 나름 더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저 멀리 끝에 아주머니들 마스크 쓰고 있다.
청년 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독일 마트가 달라졌어요.

차례를 기다리던 입구에서 인식기 위에 카드를 얹고 삐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출입문을 통해 마트 안으로 들어가며, 평소 같으면 입구에 앞쪽에서부터 줄지어 진열되어 있는 이벤트 상품들도 기웃기웃 구경하고.. 세일 나와 있던 그릇들도, 정원 가구 들도... 눈여겨보았을 터인데...

그 모든 것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어느 쪽에 가면 휴지들이 쌓여 있을까?를 집중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형 마트라 공간적으로 꽤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목표한 것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평소였다면 자동차 무슨무슨 번호의 차주인 분은 안내데스크로 와주세요라던가 이번 주 세일 품목으로는 어떤 어떤 것이 있고 얼마에 세일을 하고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등의 상품 안내 광고가 나올 마트 안에서 몇 분 간격으로 "손님 여러분 코로나 19의 위험으로부터 서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거리 유지를 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합니다"라는 방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잠시도 코로나에 대해 깜박할 수 없도록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와는 크게 다르게 사람들이 일회용 장갑 등의 장갑은 대부분이 착용하고 있고 군데군데 마스크를 장착하고 장을 보는 사람들도 여럿 눈에 뜨인다.

그만큼 독일 사람들이 이제는 코로나 19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요사이 독일은 코로나 19 감염자가 확산되다 못해 폭증하고 있어...(오늘까지 5만 3천3백3십4명 의 확진자가 나왔다.) 그전까지는...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네 하던 독일 정부도... 감염학 박사 들도.....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다른 사람의 안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안 쓰고 있는 것보다는 났다는 둥 의료진 들을 위해서라도 사는 것보다는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해 보는 게 좋겠다는 둥 하는 이야기들을 방송에서 떠들어 대고 있다.


마치, "우린 원래 마스크 쓰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거 알고 있었어 근데 처음에 한말이 있지 이제 와서 대놓고 쓰라고 이야기할 수 없잖아 가뜩이나 마스크도 없는데"... 라는것 처럼....


어쨌거나 그 영향으로 점점 마스크와 장갑을 사용하는 독일 사람들이 늘고 있고 아무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던 전의 마트 와는 그 분위기가 천지 차이다.

각자의 안전감을 더 추구하고 있으매도 매일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어서 서로 에게 느껴지는 날 선 긴장감은 숨길수 없다.

노란색 빈 플라스틱 박스를 각 안내 데스크 주변에 쌓아 직원과 사람들 사이에 바리케이트를 만들었다.  
난감하네...

팽팽하다 못해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휴지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부지런히 돌아다녔건만 보이지 않았다.

보통 화장실 용 휴지와 휴대용 화장지, 냅킨, 키친 타월 등이 같은 코너에 있기 마련인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게다가 대형 마트라 넓기도 넓은 지라 혹시 라도 행사 품목으로 따로 매대를 설치해 두었다면 찾기가 쉽지 않다. 해서 누군가 에게 물어보았으면 좋겠는데 , 서로 애써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에게 마스크 쓰고 눈만 반짝 거리며 스르륵 다가가 "혹시.. 도를 아세요?" 묻는 것처럼 "혹시.., 휴지 못 보셨어요?"라고 물을 수도 없고....

두리번거려도 직원들도 눈에 띄지 않고... 안내 데스크에는 직원도 없이 텅 비어 있고 안내 데스크 주변을 빈 박스들로 바리케이드 같은 것을 쳐 놓았다. 스톱, 여기까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활용품 위주로 있는 1층부터 가전제품, 옷 , 자전거, 문구류, 아이들 장난감 등이 있는 2층까지 싹 다 뒤지고 나서야 간신히 직원 한 명을 만났다. 멀찍이 떨어져 서서 나는 "저기요, 그.. 화장실 휴지가 어디 있을까요? "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 직원 분은 오늘만 그 질문 백 번째 듣는다 하는 표정으로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이제 휴지 없어요, 어제 들어왔다 어제 다 나갔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나...... 흑흑..

이대형 마트에 휴지가 없다는 것은 동네 마트 가봐야 또 허탕이다라는 것의  예고편이 아니겠는가.....

이로써 2주째 화장실 용 휴지를 사지 못했다.

난감하다....

채소와 과일 코너에는 담는 봉지옆에 일회용 장갑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박스채 사던가 골라 담으려면 장갑을 끼고 만지라는 거다.
정수기용 물 만한 식당용 식용류 살까 하고 살짝 고민했다 .옆쪽에 반가운 한국 고추장,된장,간장 ,우동, 라면,튀김가루....
계산대 에서도 한사람만

원래 화장실용 휴지를 사기 위해 대형 마트까지 찾아왔건만... 2주째 사지 못했다.

결국 2주 전 동네 마트에서 딱 세 개 남아 있던 휴지를 본 것이 내가 마트에서 본 마지막 휴지였다.

그때 남편이 남이 한다고 우리도 사재기하냐는 듯한 뉘앙스로 마구 눈치를 줘서 소심한 나는 달랑 하나만 들고 왔다. 살짝궁 무시하고 다 담아 왔어야 했는데....

이제 진짜 집에 휴지 없이 살게 생겼다 어쩌냐....

영혼 없는 모습으로 장보기 리스트에 적혀 있는 대로 채소, 고기, 과일 등을 카트에 담고 뚱하니 부어 있는 마누라가 신경 쓰였던 남편은 말했다.

"여보야 걱정 마 휴지 대신에 내가 휴대용 화장지랑 키친타월 종류별로 잔뜩 담았어 부드럽고 향기 나는 걸로"

그래 겁나 고맙다 이제 화장실 럭셔리하게 가겠구나 부드럽고 향기 나게...! 젠장.....


우리가 휴지 이야기로 서로 애정 넘치는 궁시렁을 하며 계산대 쪽으로 줄을 설 때였다.

검은색의 시큐리티 라는 글씨가 크고 굵고 선명하게 쓰여있는 회색의 정복을 입고 건장하게 생긴 아저씨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저기 독일어 하시나요?" 그래서 "우리는 네 당연하지요" 그런데 왜요? 하는 표정을 담아 답했다.

그랬더니 ,

그 아저씨 왈 이제부터는 계산대에 계산할 때에 한 사람 씩만 줄을 서서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모두 한 명씩만 카트 하나 밀고 계산대로 줄을 서고 있었다. 둘이 온 경우 나머지 한 명씩은 모두 밖으로 나가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매주 계속 뭔가가 바뀌고 있으니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남편이 계산하기로 하고 나는 주차장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 대형 마트를 비롯해 마트,핏자 배달 등도 카드 결제 다.코로나 19 감염 위험 때문에 되도록 현금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둘이 같이 왔어도 계산대에는 한명만 있어야 한다.


남편이 계산하고 오기를 기다리며 주차장으로 가는데 여기저기 나처럼 계산대에서 쫓겨? 나온 한 명씩이 자동차 앞에 또는 옆에 아니면 뒤에 서서 손에 꼈던 장갑을 벗고 소독제 또는 물티슈 등으로 손을 닦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다 똑같은지 어디 단체로 운동회 라도 다녀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차 안에 기대어 앉아 올려다본 하늘은 오늘따라 더 파랗고 푸르다.

장 한번 본 것뿐인데 어디서 이삿짐이라도 나르고 온 것처럼 지치고 피곤하다.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녔던 겐지....

휴지를 못 사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인다.

마트 한번 다녀온 것이 이렇게 살 떨려서야....

언제쯤 우리는 다시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10.이시국에?이런 장난질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