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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27. 2020

#10.이시국에?이런 장난질을?


코로나 19와 피구 경기


요즘 문득, 문득 어릴 때 친구들과 편을 나누어하던 피구라는 놀이가 자주 떠오른다.

네모난 선을 그어놓고 그선 밖에서는 아이들이 안쪽으로 공을 던져 그 안에 있는 상대편 팀 아이들을 맞추고,

안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되도록 멀리 퍼져 있는 같은 편 아이들은 날아오는 공을 잡던가 아니면 죽기 살기로 피해 다니는 공놀이, 그래서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많은 편이 이기는 알고 보면 꽤 잔인한 공놀이 말이다.


요즘 병원에서는 코로나 19로 하루도 잠잠할 새 없이 버라이어티? 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죽기 살기로 공을 피해 다니며 혹시라도 이 와중에 금 밟을까 노심초사하며 피구 놀이를 하던 그때처럼....

매일 헉? 하며 놀랐다가 휴우... 하며 가슴을 쓸어내기를 무한 반복 중이다.


어제도 기절할 뻔한 일이 생겼다.


그렇게 병원 하나가 퇴장당했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전화로 진료 접수를 받고 진료 후에 오더 나온 병가와 처방전을 작성하고 있을 때였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도는 병원 안에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다른 가정의 병원에 다니고 있는 환자였다....

평소 우리 병원과 휴가 때 자주 환자들을 나누어 보는 동료 가정의 병원의 환자인데...

그 병원에 다녀간 환자 중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와서 오늘부터 2주 문을 닫게 되었다는.....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냐는 내용의 전화였다.

순간, 마치 예전에 피구 놀이에서 바로 옆에 서있던 같은 편 친구가 상대편 쪽에서 던진 공을 소리와 함께 턱돌 아가 게 직빵으로 맞고 퇴장당하는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을 때 같은 짜르르한 소름이 돋았다.

젠장.... 이렇게 이 시기에 병원 하나가 2주나 문을 닫는구나....


그런데... 정말 식겁할 일은 그 뒤에 연이어 온 전화에서 비롯 됐다.

이렇게 순식간에 확진자가...


우리 병원 환자 중에..... 어제, 열 있고 목 아프고 근육통이 있다 해서 전화로 진료를 하고 그 환자의 남편이 병원으로 와서 대신 병가와 처방전을 받아 갔었다.

그런데 그 환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가 코로나 19 확진을 받았다는 거다.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멍한 머리로 정리를 하자면 우리 병원 환자의 동료가 확진자 다 그래서 그 부서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감염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는 거다. 그래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병원으로 전화가 온 것이다.

이런 케이스는 보건당국에서도 당연히 검사하자고 할 경우라 어떻게 검사 신청서를 작성하고 언제 검사소로 가게 될지 등에 대해 통화했다.

마냥 무거워진 마음과 띵한 머리로...


만약, 우리 환자가 검사를 받고 확진이 될 경우 그 환자의 남편도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고 확진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어제 그 환자의 남편을 직접 만난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 직원 또 우리 아이들을 비롯한 직원의 가족들..... 그리고 진료받으러 왔다가 혹시나 그 남편과 접촉을 했을지 모르는 다른 환자들에 그 가족들 까지로... 그야말로 줄줄이 사태가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아, 감염병 확산 이라는 것이 이렇게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되는 거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사진 출처 Can Stock Photo
아니,이 시국에?이런 장난질을?


그 환자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가 주춤주춤 꺼내어 놓은 이야기의 전말은 이러했다.

그 동료와 접촉한 사람 중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있어서 그 동료가 코로나 19 검사를 받은 것은 사실인데 양성이 아니라 음성이 나왔다는 거다.

아니,아까 분명 그 동료도 확진이라 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된 거냐 물었더니....

우리 환자의 그 씨 발라 먹을 놈의 동료가(아직도 분이 덜 풀린 1인) 이 와중에 동료들을 놀라게 해 주려고 자기 코로나19 확진 되었다쇼를 했다는 거다. 이런 미친...


그래서 그 쇼를 믿고 같은 부서의 사람들 모두 검사를 받으러 가야하하며 병원으로 집으로 전화 하고 아주 패닉 상태 였는데...

마치 "짠..지금까지 몰래 카메라 였어요" 할때처럼

 "장난 이였어  ...나 사실 음성이래 !..." 라고 했다는 거다.그래지금 빡친 사람들이 그 동료를 고소하네 마네 난리도 아니라며..... 

뜻하지 않게 걱정하게 만들어서 너무 미안하다는 우리병원 환자의 사과로 통화는 마무리 되었다.


아... 놔! 이런 비 오는 날 머리에 꽃 꽂을 뇬으로 시작된 나의 욕설 메들리는 한국 욕, 독일 욕 할 것 없이 방언처럼 전자동으로 입에서 소방관 아저씨 호수에서 물 쏟아지듯 다 쏟아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어찌나 기가 막 히던지...

아니 나이 먹고 장난칠 것이 따로 있지 이 시국에? 동료들 놀라게 해 준다고 자기가 코로나 19 확진되었다는 장난을 ?친다는 것이 있을 수나 있는 일이냐는 말이다.

그동안 종종 가짜 신고 등으로 고생하셨던 경찰관,소방관 ,응급구조대원 분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일련의 상황들이 진짜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했다.


내일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도 하지 못한 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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