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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03. 2016

한국 유학생끼리 묻지 말아야 할 것?

Vorspeise 전채요리 1.


얼마 전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 중부 헤센주의

 카셀은

공휴일이었다

덕분에?

시내는 가게 문들이 다 닫히고

아주 조용했다


독일은 전국적으로

쉬는

통독 기념일,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의  공휴일은

독일 전체가 같은 날 쉬지만,

종교적 배경이 바탕이 된

가톨릭, 개신교

종교에 관련된

공휴일이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바꿔 말해 우리가 공휴일 인 그날

50킬로 떨어져 있는 니더작센 주의

괴팅엔은 공휴일이 아니어서

가게 문을 모두 열었다.


우리가 괴팅엔에 살 때에는

갑자기 작은 도시가

다른 도시에서 공휴일이라고

쇼핑 나온 차들 때문에

번잡하게

분비기 시작하면

괜스레 짜증이 나서는

"하루 가게문 안 열었다고 큰일 나나?

남의 동네까지 와서 난리 부르스네 "

라고 흉을 봤었는데


그 난리 부르스를 내가

추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역시 사람은 지가 하면 로맨스 고

남이 하면 스캔들 이 되나 보다.


괴팅엔 대학의 상징적 존재인 거위 아가씨 동상. 박사학위 를 받은 사람들은 꼭 이 동상에 꽃을 바친다.



인구 약 12만 명의 작은 학생 도시

괴팅엔은

우리 부부가 공부하고

아이 셋 을 나아 키우며

15년 넘게 살던 독일에서 제2의

 고향 같은 도시다.

우리의 청춘을 고스란히

녹여낸 도시

괴팅엔


우리도 저들처럼

배낭에 책 넣고

자전거 타며 이 거리를

활보하며

살았었다.


물론 내 가방 속 에는

책 보다

시장 봐 온

먹거리들이 더 많이 들어 있었지만

말이다

독일에서 대학 도시로 유명한

괴팅엔은

한국에는  하이델베르크처럼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독일에서

유명한  대학도시 이자

학문의 도시다.


예전에

자전거로 한 바퀴 돌면 금방

시내를 돌 수 있는 괴팅엔에

한국 유학생들이 이 삼백 명씩 되던

때도 있었다.


그 당시 독일의

유학생 사회에서

괴팅엔 하면 한국 유학생 많고

소문 레전드 급으로 빠르고

자주 김치 먹을 수 있는

동네로 유명했었다.


워낙 작은 동네에

퍼져 있는 학생

기숙사에서 옹기종기 모여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함께

살다 보니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그 이야기 들을 풀어내자면

책으로 2권 이상은 족히 될 것이요,

드라마로 16부작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누구는

괴팅엔에 발을 딛는 순간

 몇 시간 뒤에는

그 사람의 신상이 털려

이미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을 거라는

레알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유학생 들 사이에

서로 묻지 말아야 할

질문 들에 관한

것들이 마치 무림의 "비서"

처럼

먼저 온 유학생 들을 통해

이제 막 온 새내기들에게

특급 주의사항으로  

전달되곤 했었는데


괴팅엔 시내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한국에서 어느 학교 나오셨어요?

는 웬만하면 묻지 않는 게 서로 예의다

2. 독일에 언제 오셨나요?

그건 바꿔 말하면 아직도

공부가 안 끝나셨군요 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 중 하나였다.

3. 김치 누구한테 받으셨어요?

얼핏 보고

이게 뭐야? 뭐 별거 아니잖아?

싶으신가?

그러나

저 세 가지 하지 말아야 할 질문 안에

꽤 많은 그 당시 유학 사회를

엿볼 수 있는 키워드들이 들어 있다.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꼭  학연, 지연으로

뭉치려는 기질들을 유감없이

발휘하시는 분들이 있다

안 그래도 독일 사회에서 소수 민족인

한국인이 거기서 또 학교와 고향으로 나뉘면

힘들어진다.

특히나

우리가 소위 한국에서 명문이라고

일컫는 학교 출신들의

몇몇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무리를 짓기도 했었다.


한국 사람이라는 하나 만으로

서로 의지가 되어야 할

유학생 사회에서

학교 출신끼리만의

뭉침은 하나 됨이 아니었다.


특히나  

 교수와 전공과목에

따라 대학을 결정하는

독일에서

유학생들 에게

한국에서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학교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급 생각 나는 일화가 있다

어느 한국 분이 한국에서 자신의 친척과 아는 사람인

독일 유학생 집을 방문했는데

그분이 유학생에게

묻더란다

"기왕에 하는 공부 쫌 열심히 해서

이런  지방 대학  말고

수도에 있는 베를린 대학

가지 그러셨어요?"하더 란다.

독일에서 유학했다는데

이 질문 듣고

웃지 않는다면

조사해 봐야 한다.

괴팅엔 시내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느 대학이 일류 대학이다

이류 대학이다로

구분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학의

오래된 전통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마저 도 학교의 순위를 규정하는데

쓰이지는 않는다

물론

 연구 실적 논문의 랭킹 등으로

대학의

순위를 발표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그것이 대학의

순위를 정하는 사회적 통념 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독일 에서의  공부는 어느 곳 에서나

결코

녹록지 않다.

독일 사회가 그렇듯 대충대충

후딱 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독일 공부가

시작 하기도 어렵고

끝내기는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의 유학보다

독일 유학이 길어지는 이유 이기도 하다.

게다가

생활비 보태야 해서

알바 라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한다면

그 기간은 더 길어 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 유학생끼리

독일에 언제 오셨는지는

묻지 않는 게 좋다


모든 유학생들의 꿈이

하루 라도 빨리

공부를 끝내서

한국으로 가던 여기서 자리를 잡던

하는 것인데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독일로 유학 나온 지 오래되면

될수록 마음도 급해지고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하기 때문이다.


어느 철없는 유학생 새내기 가

과감하게 "언제 독일 오셨어요?"라고

묻자 상대편 오래된 유학생

"네, 10년 이후로는 안 세어 보았습니다"

라고 대답했단다.

그때까지도 상황 파악 안 된

새내기 촐싹 대며

"어머, 웬일이니, 독일에서 어떻게 10년을

살아요?"라고 염장 지르는

소리 했다가 그날 밤 야산에

고이 묻힐 뻔했다고 한다.


괴팅엔 시내, 여기서 조금 더  걸어 올라 가면 중앙 도서관과 중앙 학생 식당이 나온다.

요즘 세상이 편리해져서

인터넷으로

먹고 싶은 한국 음식

이것, 저것  주문해서

집에서  소포로 받아먹을 수도

있고

동네마다 아시아 식품 점에서

꽤 여러 가지 한국 식품

들을 살수 가 있기 때문에

김치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도 없던

예전에는

김치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덜어 주는

유일하고

귀중한

먹거리였다

한국 사람이라면 김치만

있으면 밥 한 공기 놓고 라도

한 끼 식사가 되니까

말이다.


그 당시  결혼해서 유학 나오신

유학생 가정 들이

처녀, 총각 유학생 들을 초대 해서

밥도 먹이고

김치도 싸주고 하면서

서로의 정을 나누고

타향살이의 적적함을 달래며

공부의 막막함을 서로 위로했는데


워낙 귀한 김치다 보니

누구는 싸주고 누구는 안 싸주기가

참 뭐 한 것이다.

그렇다고 보는 사람마다

다 나눠 줄 수 도 없으니

어느 집에서 김치를 얻었는 가는

그 당시 극비 중에 극비였다.


그래서

괴팅엔에서는 늘 겨울이면

많은 양의 김장을 담겄었다.


추운 겨울 김장철 이 되면

한국 분 들이 독일에서

농사 지어 키운 배추를  

판매하는 트럭이

기숙사 앞으로 도착한다

온 동네 유학생들이 모여

배추를 가져다 각자 집에서

소금 뿌려 절이고 무채 쳐서 속 만들고

저녁때쯤 되면

빨갛게 버무려서 김장 김치를

땅에 묻을 수가 있었다.


이때

어느 집에 경찰이 왔다

이유는 옆집 독일 사람이 놀래서

경찰에 신고를 했단다


놀란 독일 아저씨"여보세요 경찰이죠? 지금 우리

옆집 사람이 땅을 파고 빨간 뭔가 를 땅에 묻고 있어요.

빨리 와 주세요"

허둥지둥 달려온 경찰이 땅 속에 묻힌

김치 통을 보고 어이 상실했다는

이야기.


생각해 보라

겨울밤 스산한 바람이 부는데

옆집 남자가 검은색 잠바를 입고 추우니까

모자까지 눌러쓴 후에

무언가 빨간 것이

군데군데 묻은

통을 후라쉬 입에 물고

땅에 파서 묻고 있다면

무섭지 않겠는가?


문 열린 괴팅엔 시내를 돌아다니며

옛 추억들을 하나 둘

떠올리는  시간들은

아껴 놓은 초콜릿을 몰래 혼자

까먹는 것보다 더 달콤하다.


그리고 원래 사람 들은

내가 격은 일은

역사 소설을 읽는 것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상큼한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더 재미나지 않은 가?


그 힘들었지만 그리운 시간 들을

함께 공유했던

소중한 지인 들 에게

간단한 메일이라도

써 봐야겠다.

잘 지내고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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