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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05. 2016

독일에서 지갑 분실 시 대처법

지갑을 흘리고도 모르는 여자 


왜 사람이 살다 보면 
유난스레 일이 많은 날이
있지 않은가?
얼마 전 주말이 그랬다. 
뭐 하나 끝나면 다시 하나..
그거 끝나면 그 담 거 줄 서있는....
그렇게 
정신없는 주말 가운데
그 빠듯한 시간 들 속에서도 제법
일들이 순차 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맞혀졌고 
비 오다 말다 또 비 오는
전형 적인 독일 날씨였지만
중간중간에 까만 먹구름 밀어 내고
파아란 하늘 고개 내밀며 
따사로운 햇살도 비춰 줘서
말려 주기까지 했으니 
만족할 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런. 데 
일요일 오후 늦게 교회를
가려고 
가방에 성경책을 집어넣는데
평소대로 라면 
가방 안에 얌전히 누워 있을?
지갑이 없다.
가방을 들고 탈탈 털어 보아도
없다. 
그러나 
워낙 뭘 어디다 올려놓고 깜빡 깜박하는
사람이다 보니 
또 어디에 올려놓고 잊고 있나 보다 
어디 있겠지.. 하면서
맘 편히 나갔다.
일요일이라 남편과 함께라
굳이 내가 
지갑을 들고 다닐 이유가 없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어쨌거나
오후 늦게 집에 돌아온 나는
본격 적으로 지갑을 찾기 시작했다.
평소에 
자주 내 물건들이 올라가 있던  
서재 책상 위... 부엌 탁자 위... 
거실 책꽂이 위... 
식탁 의자 밑.... 침대 옆 탁자 위... 
할 것 없이 샅샅이..
그. 러. 나 
아무 곳에서도 
지갑은 찾을 수 없었다. 
어디다 끼여 놓고 못 찾을 까 봐
큰 지갑에 깜찍한? 인형까지
매달아 놔서 
눈에 안 띄려야 안 띌 수가 없는 데 
말이다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드는 생각
나 지갑을 잃어버린 고야?
그러 구도 주말 내내..
모르고  있었던 고야?
헉~그런고야?
그제야 하늘 이 노래 지면서
귓가에 
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댕~~ 댕~~ 댕~~
남들은 멋진 썸을 탈 때
커다래진 심장 박동 때문 인지 
빨라진 맥박 때문 인지 
들려온다는 
그 귓가의 종소리가 
지갑 잃어버리고 화난 
내게 들려오고 있었다 
오지게 맑게도...


지갑 분실 시 대처 순서 

어디서나 마찬 가지 이겠지만
독일에서 지갑을 분실했다는 사실을 인지
한 순간 일단 침착하게
1. 그 지갑 안에 들어 있을 
내용물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 분실된 지갑에 넣어 두었던 
각 은행 카드 , 현금, 신분증 등등의 것을 잘 적어
보고

 2. 은행 카드 , 신분증, 운전면허 
등의 분실 신고를 제일 먼저 해야 한다. 

내 경우 신분증은 지갑에 없었고 
운전면허는 아직 없고, 신용카드도 없고
현금 카드 2개와 슈퍼 쿠폰 정립 카드
그리고 40유로가량의 (한화로 
약 5만 원 의 현금) 그리고 영수증들 
과 명함이 들어 있었다. 
멍~때리고 있는 나를 대신해서 남편이 발 빠르게
은행 두 곳에 카드 분실 신고 즉 카드를 정지 
시켜 놨다 
내 경우처럼 주말에 분실했을 경우 
은행 문이 닫혀 있으니 막막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독일에서도 
인터넷으로 음성 지원 서비스 

은행 별 핫라인을 통한 전화 
로 24시간  
주말, 휴일 상관없이 신고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것을 독일어로 카르테 슈페 에어렌 
Karte Sperren이라고 한다 

즉 카드 사용을 정지시킨다는 말이다. 



그다음은 

3. 지갑 분실의 흔적을 추적? 한다.
급 선무로 카드 정지를
시켜 놓고 나를 멘붕에 빠지게 했던
도대체 언제 지갑을 분실했나?
어디서? 를 두고 짧은 시간
힘들게 기억을 떠올려 봤다.
그. 런. 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봐도 
정확히 어디서 언제 잃어버렸는지 
딱~하고 떠오르지가 않는 거다......
하긴 그게 생각났으면 하루가 넘어가도록
모르고 있었겠는가? 
나는 조금 더 상세하게 토요일에 다녔던
곳 들을 시간대 별로 나열하며
막내 축구장, 꽃 상가, 마트, 빵가게, 길거리
등등.... 을 기억 속으로 훑으며
그럼 언제 지갑을 꺼냈던가 를 떠올리다 보니

빵을 사러 가던 길에 남편이 주차할 때 
동전이 모자라서 내 지갑을 꺼내고 
그 지갑을 가방에 넣지 않고 그대로
손에 들고 빵가게까지 간 기억이 난다. 
혹시 그곳에 두고 오지 않았을까?
싶어 후딱 하니 빵가게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직원들이 분실된 지갑을 주운 사람이 아무도
없단다.
그 지갑이 워낙 정신없는 내가 아무 데나
놓고 못 찾을까? 싶어 길고 두꺼운 데다가 
끝에 깜찍 발랄? 한 인형까지 매달아 놓아
쉽게 눈에 띄게 생겼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했다.
그럼 길에서 흘렸나?
혹시 라도 빵가게 근처에서 누군가
주워서 빵가게에 문의? 할 수도 있으니
내 명함 한 장 남기고 털래 털래 집으로 왔다. 

주말 내내 아무리 흔적을 찾으려 다녔던
곳을 추적? 해 보아도 결국
분실된 지갑은 찾을 수 없었고

월요일 은행 문 여는 시간 땡~하고 되자마자
나는 두 군데의 거래 은행으로 곧장 갔다.

4. 카드 정지 확인, 입출금 조회, 카드 재발급 신청
먼저 은행 창구에서

 주말에 인터넷으로 정지시켜 놓은
현금 카드의 정지가 실효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주말 동안 입출금 조회를 통해 혹시 내 카드를  
다른 사람이 사용 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카드 재 발급 신청을 했다.
현금카드 분실 시 계좌 번호는 그대로 있고 
카드만 새로 발급받는 것 이어서 
카드와 새로운 비밀 번호를 받는 것 까지
대략 일주일 이 소요될 예정이라 했다.

한국 같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받을 수

있겠지만 독일 은 이렇게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입금해야 할 일들은
계좌이체 용지를 통해 가능하고 
출금은 즉 현금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 카드라는 종이를 따로 

받았는데 

그것을 들고 

거래 은행 창구에서  
새로운 카드가 발급되기 전까지 사용 
가능하다 이때 신분증 제시는 필수 다.


은행에서 처리되어야 할 일들을 다 
하고 의료보험 회사로 갔다.
우선 카드 분실 신고를 하고
카드 정지 후 바로 재발급 신청서가
들어갔다. 


5 의료보험 카드 분실 신고 
 은행 카드나 신분증 면허증
 보다는 급하지 않지만 의료보험도
분실신고를 해야 
재발급받을 수 있으므로 한 번에 처리해
두는 것이 편하다 특히나 독일에서는
카드 재발급받는 데 까지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가 걸리기 때문에 미리 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그 안에 의료 보험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일이 생긴 다면 병원에서 바로 본인의
의료보험 회사로 전화를 하면 처리된다고
한다. 
그다음은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시에서 운영하는 분실물 센터로 갔다. 
6. 분실물 센터에서 확인한다. 
마치 벼룩시장처럼 온갖 물건 들로
가득 차 있는 분실물 센터에서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머금고 있는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에 
분실 신고를 하고 확인 절차를 물었더니
보통 독일에서 분실물 들은
분실된 날에서부터 일주일을 
기준으로 둔다고 한다. 
그 이상 되면 찾기 어려우며 
특히나 지갑 일 경우 현금은 빼고 
카드만 들어 있는 지갑 이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너무 희망은 
갖지 않는 게 좋겠다 고 했다. 

지갑을 분실 한 덕분에? 
오전 내내 여기저기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며 
일 처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지갑을 잃어버리며 제일 먼저 들던
생각이 떠 올랐다.
그것은 
지갑을 잃어버렸으니 일일이 돌아다니며
일처리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심란하다 
도 아니었고, 아까운 나의 현금.... 쿠폰....
그것도 아녔으며 당분간 카드 없이
불편해서 어떻게 하지 도 아니었다.
이상 하게도 말이다. 

딱~그때 드는 생각이 
이렇게 지갑 체 질질 흘리고 다닐 것 같으면
진작 길에서 만난 걸인 들 에게 동냥이라도 제대로
하며 착하게? 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아마도 내가 그간 불쌍한? 사람들 에게 
저분들 저 자리에서 맨날 저러고 앉아 있는 거 
거의 직업 이야 이러면서 
또는 

사지육신 멀쩡한 젊은것이 일 을 하지...ㅉㅉ
이러면서 그냥 지나 쳤던 것이 마음에 남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평소 가쁜 이?
외면하던 길에 앉은 걸인의 통에 
동전 하나를 넣고 돌아 섰다.
그래 잘 한 거야 오죽하면....
그런데 

몇 발자국 내려가니 한 분이 더 계셨다.
그냥 갈까 하다 에이 차별하면 안 되지 싶어
또 하나 동전....

그 후로 줄기 차게 마주치는 그분 들을
있는 동전 탈탈 털어 넣고 나서는
그 길을 살짝 피해? 길을 건너갔다 
그랬더니 

그쪽 줄은 아예 단체로 앉아 계신다.
이런  니미럴 ~~
계 탔네 계 탔어.....

그러게 착한 일도 아무나
하는 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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