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로 그간 빵집 조차 오가지 않았다. 한두 번 남편이 우리 집 멍뭉이 나리와 산책 길에 있는 빵가게에 들러 빵을 사 온 적은 있으나 오늘처럼 내가, 좋아하는 빵가게에 가서 빵을 사고 라떼한잔을 사서 들고 오기는 3개월 만인 것 같다.
이 빵가게는 이전부터 요리강습 때 쓸 식재료 장 보러 자주 들리던 마트와 같은 건물에 있는 곳이다.
그래서 거의 매일 들르던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커피가 맛있다. 빵가게마다 빵맛도 다르듯 커피 맛도 다르다. 어느 집은 커피에 너무 쓴맛이 강해 보약 한 사발 마시는 것 같고 또 어느 집은 커피가 우유 안에서 세수만 하고 간 듯 밍밍해서 커피우유 같고.. 한마디로 내입에맞는 커피의 농도 즉 간? 이 적당한 곳을 찾기가 쉽지는않은데, 이곳은 딱 내 스타일이다.
그래서 아끼는 빵가게 중에 한 곳인데... 그간 이곳을 들러 커피 한잔 마실 맘적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로 모든 강습은 당분간 올스톱이고 매일 출근한 병원에서 감기 환자 인지 코로나 환자 인지 알 수 없는 환자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긴장이 풀려 씻고 앉았어도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마스크 쓰고 장갑 끼고 마스크 끼고 온 사람들을 만나며 일을 하다 보니 퇴근해서 까지 굳이 마스크 쓰고 어딘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참새 방앗간 가듯 수시로 다니던 빵가게를 3개월 만에 우연히 다시 들리게 되었다.
독일은 강아지 들 산책 많이 다니는 쪽에 공용으로 변 봉투 가 비치되어 있다. 봉투 없어 못 치웠다 소리 할 수 없도록.. 그럼 에도 생? 까시고 도주?하시는 양심 불량들 있다.
어제는 공휴일이었고 오늘은 샌드위치 데이로 많은 병원들이 쉬는 날이다. 평소 같으면 병원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에 여유롭게 나리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나리가 화장실이 급하다는 사인을 보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자연스레 각자의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고 변 봉투를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하필이면 둘 다 없는 거다. 예전에는 입는 재킷마다 나리의 간식 봉투와 변 봉투로 완전무장? 되어 있었다면 요즘은 식구들의 모든 재킷에 마스크와 장갑 그리고 작은 손소독제가 들어 있다. 그렇게 주머니마다 잔뜩 들어 있다 보니 산책 나오기 전에 주머니 검사?를 미리 하지 않으면 당연히 있겠거니 하고 변 봉투를 못 챙기는 수가 있다.
남편은 일단 나리를 데리고 골목길 달려가면 비치되어 있는 강아지 변 봉투 비치대가 있는
곳으로 냅따 뛰었다."가서 해결하고 있을게 빵사와"라는 말을 남긴 체...
마치 야외 나왔다가 아이가 갑자기 "아빠 쉬 "라고 할 때처럼 당황해서는 급하게 아이 안고 화장실로 뛰는 아빠처럼 나리 데리고 허둥 대며 뛰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뜻하지 않게 산책로를 변경하게 된 나는 예전부터 좋아하던 빵집으로 방향을 바꾸어 걸었다.
따지고 보면 3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참 오랜만인 기분이 든다.
빵가게 쪽으로 가는 길도 빵가게 안의 모습도 그곳에서 반겨 주는 아주머니도 여전히 예전과 다름이 없다. 단지 빵을 고르고 커피를 주문하며 서로 미소와 다정한 인사말로 안부를 나누던 예전과는 다르게 마스크로 가린 얼굴에 유일하게 서로 에게 보이는 눈으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을 뿐이고 빠른 시간 내에 빵 봉투와 커피를 들고 후다닥 나왔다는 것이 달랐을 뿐...
커피는 여전히 내 스타일이고 날씨는 맑고 화창 하다 못해 덥고 남의 집 울타리에 곱게 핀 장미는 변함없이 아름답다.
벌써 6월의 중순이 되어 가고 있고 여름 안으로 들어온 시간에 이제 우리는 당연한 듯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마스크를 쓰고 있고 코로나가 끝나면...이라는 말을 인사말처럼 사용하고 산다.
이런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어쩌면 무엇이 원래 우리의 일상인지 헛갈리게 되는 순간이 올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당신은,우리는... 그럼에도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모습들을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는 다시 되찾게 될 원래 우리의 일상스런 모습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