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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05. 2019

한국에서 날아온 가을 선물


언제 그렇게 더웠더냐? 고 묻는 듯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 해 졌다.

여름이 하도 짧아 늘 아쉬웠던 독일에서 이렇듯 가을을 기다려 보기란 드문 일인데....

35도를 웃도는 무더위를 지나 성큼 다가선 선선한 가을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독일은 가정집뿐만 아니라 길거리 또는 동네 주택가 사이 가로수 들 중에서도 과일나무들이 꽤 많다.

그래서, 요즘 다니다 보면 가을을 알리듯 사과나무, 배 나무, 자두나무 할 것 없이 과일들이 주렁주렁 익어가는 모습보게 된다. 

그렇게 주인 없이 열려 익은 과일 들은 길 가던 누군가 따서 먹어 주면 된다.

그 대부분의 과일나무 들은 시 또는 학교 등의 공공 기관에서 심어 놓고 관리는 하지만 수확을 해서 팔거나 하는 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지나다니는 누구나 따서 먹어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 집 근처 대학 건물들 사이에도 자두나무, 사과나무들이 많은데 오며 가며 아이들이 따서 먹기도 하고 높은 가지 끝에 달려 있는 것들은 미쳐 사람 손이 닿기도 전에 땅에 떨어져 거름이 되기도 한다.

요 거이 독일 자두나무 에요.

우리 집 멍뭉이 나리를 데리고 자주 산책 다니는 길에도 짙은 보라색 자태를 뽐내며 익은 자두가 탐스럽게도 있어 지나다니며 한두 개 맛을 보기도 한다.

독일 자두는 한국 자두에 비해 식감이 부드럽고 단맛이 강하다.

말랑말랑 달달한 자두를 먹보면 문득...

어린 시절 유난히도 좋아하던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뽀드득 한 식감에 신맛과 단맛이 묘하게 어우러져 침샘을 자극하던 한국 자두의 맛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오늘처럼...


새콤달콤 한국 자두의 맛을 떠올리며 나리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만치 에서도 선명히 보이던 우리 집 우체통에 끼워진 노란 우편 봉투가 왠지 모를 설렘을 안겨 준다.

두근 거리며 열어본 봉투 안에는 한국에서 날아온 샘터라는 월간지 가 선물처럼 담겨 있었다.

표지 가득  한국적인 문양을 담고 있는 샘터는 우연한 기회에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처음 편집 기자님 에게 단편 원고 제안을 받았을 때 수많은 글들 사이에 한번 끼워 넣는 것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생각 했다. 또,무엇보다 이 월간지는 기억에 내가 한국에 있을 때에도 발간되던  것인데... 싶어...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향 친구를 만나 덥석 손이라도 잡듯 한번에 흔쾌히 하겠노라 했다.

그런데....

아무리 분량 작은 글이여도 종이에 찍혀 발간되어 나오는 과정은 생각 했던 것 과는 많이 달랐다.


물론, 김여사의 구텐 아페티트라는 다음 블로그를 시작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며 그동안 출간 제안을 받은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출판사와 출간 계약까지 구체적으로 의논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왠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 지거나 무산되거나 했고 그때마다 나는 내 글의 수준 과는 무관하게 다른 이유들 때문 이라며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종이책을 출간 하기에는 무엇보다 글쓰기의 수준이 아직 멀었음을...

편집 기자 님이 마치 헝클어진 머리를 곱게 빗질하고 땋아 예쁜 머리 스타일을 만들어 주던 사촌언니처럼 내 정신없는 글을 정리 정돈해 주시지 않았다면  이렇게 정리된 글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편집기자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흐뭇한 눈길로 가을 선물 같은 책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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