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 알람 을 5시 에 맞춰 둔 탓인지... 전날 수술해서 가리워진 한쪽눈은두고라도 안경을 쓰지 못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건 별반 차이 없는 다른쪽 눈을 의지해 더듬거리며 입원실 식탁위 물건을 잡던 남편이 걱정스러워서 였던지 ..그도 아니면 간만에 아빠 자리를 차지 하고 댓자로 누워서는 튼실한 다리를 내쪽으로 건내며 쿨쿨 자고 있는 통통이 막내 때문인지...
일찍 일어난 덕분에 우리집 멍뭉이 나리 산책도 한바퀴 후딱하니 시켜 주고 아이들 아침 먹을것을 식탁위에 챙겨 놓아 둔 후에 남편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 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빠른 걸음 으로 걸어간 덕분에 7시 땡 하고 빵가게 문열자 마자 첫손님으로 커피 한잔 빼어 들고,오며 가며 대충 요기 할 빵한쪽 사서는 길건너로 전차를 타러 갔다.
지금 서두르면 7시 30분 쯤 병원 아침 식사 나오는 시간에 맞춰 도착 하지 않을까 하며....
그런데...
뭔가 이상하게 거리가 고요 했다. 보통 독일의 주말 아침은 조용하지만 그래도 토요일 아침 은 상점들이 문을 닫는 일요일 아침에 비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시내로 나가기 위해 전차 정거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꽤 여럿 있는 편이라 이렇게 한산 하지는 않은데 말이다.
독일의 전차( Straßenbahn) 정류장
순간 당황 스러웠다.
길을 건너 전차 정거장에 서자 전광판 가득 써내려 지는 글자 데몬스트라치온! 또 데모를 한단다.
그순간 나는 머리가 띵 해지며 종종 대중교통 조합 에서 처우개선, 월급인상 등의 팻말을 들고 시내에 모여 행해지던 파업 데모가떠올랐다.
독일에서 이런 연례행사 같은 파업 데모 들은 라디오 뉴스 또는 신문등을 통해 미리 시민들에게 널리 공고가 되고 그시간 동안은 기차 역까지 라던가,특별히 정해진 구간만 다니는 버스 를 운행 해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한다. 며칠 동안 나는 남편의 수술이다 뭐다 해서 뉴스나 신문을 챙겨 볼 여유가 없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주말 내리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 할수 있는 믈티티켓도 끊지 않았을 것이고 여기까지 걸어 나오느라 아침부터 발바닥에 땀나게 걷지도 않았을 것이며 집에서 택시를 부르던 ,친구 중에 시간 맞는 사람에게 데려다 달라미리 부탁 해서 대책을 간구 했을 것인데...
아무도 기다리고 있지 않아 황량해 보이기 까지 한 전차 정거장 앞에 멍하니 서서 전광판만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는 내모습이 뭔일인지 몰라 당황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던지 전차 정거장 반대 방향으로 지나 가던 트럭 운전수아저씨가 신호 대기를 틈타 트럭의 속도를 줄이며 창가로 고개를 내밀고는 내게 큰소리로 외쳤다.
"오늘 버스랑 전차 안다녀요! 시청 앞에서 데모 해요"
평소 중앙역 앞 택시 정류소에 줄지어 서 있는 독일 택시들
이제 어떻게 한담?
안그래도 전차도 버스도 다니지 않는 이상황을 어찌 해결해야 하나 고민스러운데 ..
확인 까지 시켜 주신다..평소라면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감사해요를 날렸을 나인데..트럭 아저씨가 데모 하래서 전차가 안다니는 것도 아니건만 괜시리 심통이 나서는 "네 그러게요 저기 크게 써있네요. 그럼에도 감사해요" 를 시큰둥 하게 남기며 터덜 터덜 다시 길을 건넜다.
이제 어떻게 한담? 이대로 집까지 다시 걸어 가서 택시를 부르자니 뭔가 억울한것 같고..한전거장 정도를 걸어 내려가면 가끔 대중교통 조합의 파업 데모 기간 동안만 정해진 구간을 운행 해 주는 특별 버스가 있기도 해서 병원 까지는 아니여도 근처 까지 어찌 갈 방법이 있기도 할것 같은데...문제는 그런 특별 버스 들은 시간표 대로 운행 되는 것이 아니라 운좋으면 시간 맞게 얻어 걸려 타게 될수도 있고 시간을 놓쳐 못타게 될 수도 있다는것이다.
그렇다고 길거리 가로수 밑에 서서 몇번째 나무 밑으로 오시라 택시를 부를수도 없고....
독일에서는 지나가는 택시가 빈택시 여도 손흔들어 잡는 다고 해서 서주지 않는다 미리 택시 회사로 전화해서 어디로 와달라고 주소를 알려 주고 전화로 예약을 하거나 기차역,병원앞 등 정해진 택시 정류소 를 찾아가서 타는 방법 밖에는 없다.
게다가 이렇게 대중교통이 올스톱 되어 있을때면 택시 회사로 전화 한다고 바로 와줄지도 알수 없을 뿐더러 택시 정류장 까지 찾아 간다고 한들 남아 있는 택시가 있기나 할지 알수 없다.
그럼 대체 남편이 입원해 있는 병원 까지어떻게
간다는 말인가...
토요일 아침의 마법
그때였다....
내가 지나가던 길 한 옆으로 빨간 자동차 한대가 스르륵 하고 서더니 아담한 독일 아주머니 한분이 차에서 내렸다.
내쪽을 바라 보며 말을 걸어 오시길래 처음에는 길을 묻는 분 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아주머니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머금고 내게 물었다 "어디 까지 가셔야 되요?내 차 로 가시는 곳 근처 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같이 타고 갈래요?" 하시는게 아닌가.
나는 그순간 뭐에 홀린듯 처음 보는 분의 차에 덥석 올라 타서는 "어디 까지 가셔야 해요 ?"라는 아주머니의 질문에친절히 답하고 있었다 "대학병원 까지요"
어리벙벙 해서는 묻는 말에 따박 대답하는 내가 재밌다는 듯이 연신 웃으며 "어우 넘 잘됬다 우리집 근처네요" 하시는 아주머니의 대답에 한결 자연스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전부터 알던 사람들 처럼 서로의 소소한 이야기 들을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 나는 "그런데 어떻게 제가 어디론가 차를 타고 가야 된다 라는 사실을 아셨어요?"하고 물었다 그렇지 않은가?길에 서 있는 사람이 모두 차를 타고 어디로 가야 하는 사람들은 아닐테니 말이다.그렇다고 내 마빡에 거기 까지 어떻게 가지? 라고 써 있었던것도 아닐것이고..
궁금해 하는 내게 아주머니는 설명해 주셨다.
"차를 운전 하고 가다가 우연히 길 건너편 정거장에
전광판 쳐다 보며 서있는 걸 봤어요 어딘가 가셔야
되는데 어쩐지 난감해 하시는 모습 같아서 가는 길에 태워 드리면 좋겠구나 했어요"
순간 뭉클해진 나는 "남편이 눈 수술을 하고 입원해 있는데 버스도 전차도 다니지 않아서 병원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사실 난감했어요.모르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태워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남편이 입원해 있는 병원 건물이 보이기 시작 했다.
그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급하게 통성명을 하고 차에서 내리며 나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말했다.
"마리온 너무 고마워요 우리 언젠가 오늘 처럼 우연히 또 만나게 된다면 제가 맥주 한잔 꼭 살게요"
그러자며 소탈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고 사라지는 빨간자동차의 마리온을 보며 그렇게 마법 처럼 다시 만날 날이 꼭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오늘 처럼....
보너스
그날 있었던 데모는 독일 극우네오나치 들의 시위 그리고 그들을 반대 하는 시민 단체들과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반대시위가 맞붙어서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 앞 뿐만 아니라 시내 전체로 퍼져 아수라장이였고 그때문에 저녁 6시 까지 대중교통 운행이 전면적으로 중단된 상태 였고 곳곳에 시위대 들 때문에 교통 체증이 있었다.
만약 내가마리온을 만나지 못했다면 토요일 아침에 남편이 입원한 병원 까지 어찌 갈수 있었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