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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26. 2020

일장변몽 이였다.


생생한 꿈을 꾸었다.


나는 잠을 잘 때 꿈을 거의 꾸지 않는 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꿈을 꾸어도 기억을 못 하는 것일 게다.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에 빠져들어 허락도 없이 잘생긴 남자 주인공을 꿈속으로 소환 한다거나 (현빈 씨, 김수현 씨, 공유 씨 미안요..)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 낯선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는 비몽사몽은 가끔 꾸었지만 깨고 나면 그 꿈이 도무지 무슨 내용이었던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 태몽도 모두 남편이 꾸었고 어쩌다 생생히 기억나는 꿈은 "어 꿈이었네"하며 섬찟하기 까지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꿈을 꾸었다 그것도 아주 생생한 꿈을...

정말이지 어떻게 그리 또렷하게 기억이 나던지...

(혹시나 식사 중이신 분들 이거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패스하세요)

꿈에 내가 어디를 가다가 화장실이 급해 들어갔는데 그 화장실이 하필이면 쪼그려 앉아야 하는 옛날식 (푸세식?) 화장실이었고 주변에 황금색 똥들로가득 했다.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볼일은 보아야겠고 신발이나 옷에 묻을까 싶어 조심조심하며 눈앞에 바로 보이는 것은 휴지로 살짝 덮어 놓고 거사?를 치렀다.
깨고 나서도 생생히 기억 나던 그 똥꿈은 칼 러플 하기까지 했다.



꿈 해몽

신기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꿈을 검색해보니 좋은 해몽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똥꿈을 꾸면 재물이 생길 것이다 라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아 그래서 똥꿈꾸면 로또 니 복권이니 이런 것들은 한다고 하는구나 싶었다.

살면서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 새삼 복권을 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고 해몽에 추진하고 있는 일들이 잘 풀릴 것이라는 문장이 나도 모르게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며칠 지나 내게 메일이 하나 왔다.

얼마 전 응모했던 한 공모전의 담당자인데 내가 응모했던 글 안에 사진들이 내 것인지 묻는 내용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똥꿈이 예시한 것이 바로 이거로 구나 하는 이 왔다.

똥꿈을 꾸면 뜻하지 않은 재물이 생기거나 추진하고 있던 일이 잘 풀린다는데 길 가다 돈 주울 일은 없고 복권을 살 일은 더없으니 내가 요즘 추진하고 있는 일이라면.... 공모전에 응모한 것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그 시점이 공교롭게도 당선작 발표일 한주 전이였다.


그동안 이런저런 공모전에 참여를 하다 보니 당선작 작가들에게는 발표 하기 일주일 전쯤 해서 먼저 연락이 간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것이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다분히 확신적인 기대를 안고 있는 마누라가 실망할까 봐 남편은 "그거 참가작 모두 에게 의례적으로 확인하는 절차 같은 거 아니야?" 하는 이성적 질문을 던졌다.


남편이야 그리 생각을 하든 말든 똥꿈을 꾸신 나는 담당자 에게 그 사진 모두 제 개인 적인 것이니 걱정 않으셔도 된다는 답메일을 친절하게 보냈다.


그리고 한도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내 글이 어떤상을 받으려나 하고 ....

꿈에 나온 푸진 양으로 보아 분명 좋은 상이겠으나 양심은 있어서리 대상 과 최우수상은 건너 뛰고 말이다.



일장변몽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공모전 이 발표되고 보니 내 이름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설마 그상은 아니겠지? 칼라플 한 똥이었는데.. 하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혼자 김칫국 원샷하고 상상할 때는 기대하지 않았던 10명을 무더기?로 주는 마지막 부문 마저도 없었다.

어? 이게 아닌데..? 하며 황금 똥꿈이 와장창 깨지며 그야말로 일장똥몽 이 되는 순간이었다.

일장춘몽 흔적도 없이 사라진 봄밤의 꿈 이 아니라 일장변몽 흔적도 없이 아스라이 사라져 버린 똥꿈.


발표가 난후 '에이 그꿈에서 휴지로 가리지 말았어야 했나?아님 디러븐걸 꾹 참고 주물럭 했어야 했나?하며 혼자 난리부르스를 땡기다 보니 사람이 너무 한가지에 골몰 하다 보면 이런 웃픈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그럼 나는 왜 이렇게 까지 공모전에 매달렸던가?생각을 해 보았다.

나의 글쓰기가 오로지 공모전을 위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생각해 보니,브런치에서 몇 년 글을 쓰는 동안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라는 이유가 나도 모르는새  자꾸 흐려지고 있었던가 다.

처음 인터넷 세상에서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한국에 계신 가족들에게 독일 의 우리 일상들을 좀 더 실감 나게 보여 드리고 같이 할 수 없는 시간들을 그렇게 나마 함께이고 싶은 마음에서였고 그것으로 충분 했다.

그런데 브런치라는 멋진 곳에서 작가라는 명함까지 받아 쥐고 글을 쓰다 보니 자꾸 엉뚱한 것에 촛점이 맞춰 지고 있었 던 모양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에서는 블로그 때와는 다르게 작가들을 위한 북 프로젝트 등 다양한 공모전들이 수시로 시작되고 출간 기회들이 생겨 나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휩쓸렸던 모양이다. 내게 글쓰기의 최종 목표가 출간 이 아닌데도 말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어서 이고 글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가족들과 그리고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감사한 독자님 들과 함께 나누는 것에 있다.

그렇기에 내게 출판은 사실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지금 이렇게 매거진으로 나누어 쓰고 있는 것 자체가 내게는 종이책 못지않은 의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고민 중에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진정한 이유를 잊지 않고 발전된 목표를 세울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그리고 그것이 꼭 브런치에서만 가능한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디에서 던 나는 글을 계속 쓸 것이고 그것이 꼭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만 이라고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루 하루 더 발전 된 모습으로 애정 하는 모든 분들과 글을 통해 만나기를 바라며...

애꿎은 똥꿈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해야 겠다.


P.S: TO  애정 하는 독자님들...

요즘 글쓰기에 대해 그리고 글쓰는 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상타기를 바랬는데 안줘서 삐진거 아아아니구요.이전 부터 조금씩 불편해진 생각들을 정리 하고 있습니다.여전히 브런치 라는 멋진 공간이 저에게 감지덕지 이고 감사한 곳이지만 종종 이런 느낌이 들고는 합니다.마치 어울리지 않은 꽉낀 드레스 입고 남의 파티에가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발뒤꿈치가 까지게 높은 힐 신고 할일 없이 서성 이그런 불편하고도 허무한 느낌 말입니다.

쓰고자 하는 글 써가며..변화 되는 상황이 생기면 제일 먼저 우리 독자님들께 빠짐 없이 아뢰겠습니다요. 건강한 여름 보내시고 다음 글에서 만나 뵐게요.여러분 애정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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