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보다 빠른 속도로 독감 백신이 사라진다.
올해 초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가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퍼지고 세계적으로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 그로 인해 사망자가 급증하고 의료 붕괴까지 겪은 나라들이 생기고 하늘길이 막히고 여기저기 락다운이 되면서 경제적 타격을 받는 곳들이 줄을 섰다.
여름 이 되고 조금씩 잠잠해지며 다시 그전의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이 생기려 할 때 세계의 수많은 감염학 전문가 들은 올 가을과 겨울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가 오면 코로나와 독감까지 겹쳐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을 예고했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예고편을 본 듯 코로나의 확산세가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는 것이 이제는 그리 놀랍지가 않다.
그런데... 이번 주 우리 병원에서 독감 예방 접종을 시작 한지 일주일 만에 일차 주문 배달되었던 독감 예방 백신 200개가 동이 나 버렸다.
이미, 올여름 우리 병원으로 의료기기와 의료 용품들을 전담하고 있는 의료제품 업체에서 이번 독감 예방 접종은 백신 때문에 난리가 날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대부분의 개인병원들이 많게는 예년보다 3배 이상의 백신을 주문해 놓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며 말이다.
우리 병원도 작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많은 숫자의 백신을 미리 주문해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빨리 동이 날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받았을 때 초콜릿 상자처럼 네모반듯한 상자에 열개씩 들어 있던 백신 주사가 병원 주사실 냉장고 한 칸에 가득 들어 차 있었는데 며칠 만에 하나도 없다.우리 직원들이 우스개 소리로 헐어 놓은 빵 봉지 빵 보다 더 빨리 사라진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 위의 사진 출처
:Wikipedia.org.de,diabetologie-online.
독일의 의료보험 공단에서 지원해 주고 권장하고 있는 공보험 환자의 독감백신 예방접종의 범위는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와 임산부 그리고 60대 이하여도 면역력이 약한 감염 위험 군의 지병을 가지고 있는 기저질환자 들 그리고 전문간병인을 포함한 의료인들 순이다.
(*사보험 환자들 이나 공보험 환자들중에 권장 범위에 들어가지는 않으나 본인이 접종을 원하는 경우는 가정의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셀프로 백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한화로 약 2만 8천원 )
바꿔 말해 독감 예방 접종을 무료로 받고 싶다 해서 모두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독감 예방 접종 지원 범위에 들어가는 사람들 중에 주사를 맞으나 안 맞으나 별 차이가 없었다거나 오히려 접종 후에 앓아누워 더 안 좋았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래서 예년에 독감 예방 접종 시기가 오면 병원 문에 안내 광고를 붙이고 고령의 환자들이나 지병이 있는 환자들에게 의료진들이 적극 권장 해서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확실히 다르다. 코로나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백신이 없어 어찌 못하지만 독감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독감 예방 접종 문의를 하고 일주일 만에 백신 200개가 사라 졌다.
그 숫자는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 한 달 내내 했던 독감 예방주사의 접종 숫자와 맞먹는다.
개인 병원도 크기에 따라 다르고 (가령 의사들이 세네 명 되는 병원들과 우리처럼 의사 한 명인 병원은 환자 숫자에서부터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우리처럼 의사 한 명인 가정의 병원을 기준으로 해서 예년에 비해 독일에서 눈에 띄게 많은 사람들이 이번 독감 예방접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독감 예방 백신 공급에 있다. 한국에서는 독감 예방 백신 유통 과정에서 문제 가 생겨 예방 접종 시기가 늦춰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독일은 지금 독감 예방 접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병원마다 많은 수의 백신을 주문하다 보니 때에 맞춰 주문량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서 전체 주문량이 아닌 이분의 일 또는 삼분의 일의 주문량만을 받은 체 병원마다 예방접종이 시작되었다.
금요일에 미리 독감 예방 백신을 주문해 놓았던 곳에 문의해 보니 나머지 주문 해 놓은 150개가량의 독감 예방 백신을 빨라야 이번 달 말에나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여기나 저기나 독감백신 때문에 난리다.
이제 월요일부터는 앞으로 3주간 예약 잡혀 있던 독감 예방접종 환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예약 날짜를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80대 90대의 고령 왕진 환자들을 지난주 모두 독감 예방 접종을 맞혔다는 것이다.
진료 시간 이후 우리 병원에서 가장 감염위험군에 속하는 분들을 하루에 일곱 명 열덞명씩 왕진을 다니며 독감 예방 접종을 했다.
진료 시간 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한 남편은 비타민 맞아 가며 없는 시간 쪼개어 수영장 가서 수영해가며 다소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다.
물론 보조하느라 쫓아다닌 나도 정신없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전투 적으로 다녀서 우리 병원 환자들 중에 감염되면 제일 위험한 분들은 일단 예방접종을 다 맞춰 놓고 나니 김장 끝내 놓은 주부처럼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어제 진료 끝나고 아시아 식품점에서 이것저것 장을 보아 왔다. 이번 주말은 잘 먹고 잘 쉴 예정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