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드는 계절
30도를 웃돌던 여름의 무더위가 있기는 했던가 싶게 요즘 독일 날씨는 서늘하다 못해 춥다.
아침저녁으로 5도 에서 7도 사이 그나마 햇살이 퍼진 한낮의 기온이 18도 에서 20도 전후 다.
어느새 모락모락 김이 나는 커피를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반가운 마음이 든다. 짧은 옷을 입고도 땀을 삐질 삐질 흘리고 창문 활짝 열어 두고 자다가도 수시로 깨던 불면의 밤이 바로 어제 같은데 말이다.
이제는 오늘 무슨 국을 끓이나 고민하게 되고 이번 주말 에는 여름옷들을 정리해서 넣어야 되겠다 싶다. 9월이 시작되었으니 시간으로 보면 가을이 올 때가 된 게다.
세상이 코로나로 복잡 스럽던 어쨌든 간에 계절은 이렇게 어김없이 때 되면 찾아온다.
코로나에 감기, 거기에 장염 까지...
그런데.. 이렇게..'찬바람이 불면'...이라는 노래가 저절로 떠오르는 때가 되면 독일에 찾아오는 것은 계절 만이 아니다. 봄에서 여름이 되고 여름에서 가을 그리고 겨울 이 되는 그 간절기마다 세트 메뉴처럼 나란히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환절기 성 감기 erkältung 그리고 장염 magen-darm-grippe 이 다. 그렇다 독일은 지금 코로나에 환절기 감기에 장염까지 함께 돌고 있다.
감기는 한국도 환절기에 콧물, 기침, 등을 동반한 감기 환자가 많아져 익숙한 것 중에 하나 일 것이다.
그러나 장염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한국에서 장염이라 하면 주로 여름철 식중독 등에 의해 생긴 장염 또는 박테리아에 의한 장염들이 흔한 반면에 독일에서 유행하는 장염은 대부분이 환절기에 감기처럼 찾아오는 바이러스성 장염 이 많다. 그래서 한번 유행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돌고 돈다. 마치 감기처럼...
특히나 아이들 유치원, 학교 등에서 한번 시작되면 그 부모들, 그리고 교사들까지 해서 급속도로 넓게 퍼진다. 지금이 딱 그렇게 감기와 장염 이 함께 도는 시기가 시작되었다. 거기에 코로나 까지겹쳤다.
증상만 가지고 구분하기 어렵다.
갑자기 엊그제부터 목이 붓고 침이 삼켜지지 않더니 기침이 나고 콧물이 줄줄 하며 기침이 난다.
간혹 근육통을 동반한다. 또는 종종 두통에 열까지 동반될 경우도 있다. 이것이 흔한 환절기 감기 증상이다.
주말에 자고 일어 나니 속이 미식 거려 계속 토 하고 밤새 설사했다. 이것은 전형적인 장염의 증상이다.
그러면 코로나 19 증상은? 잘 알려진 바 대로 발열, 인후통, 기침, 근육통, 미각상실, 설사 등이다.
사람에 따라 증상이 경미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심각해지면 호흡곤란 등이 올 수가 있다.
그런데 환절기 감기와 장염이 뒤섞여 돌고 있는 이 시기에 세 가지를 증상만 가지고 구분 하기는 어렵다.
이번 주 우리 병원에서 예약 없이 응급으로 진료받은 환자들 중에 80프로 이상이 감기, 또는 장염 그리고 코로나 일지 모르는 환자들 이였다.
전에 쓴 글에도 언급했듯 독일에서는 코로나 선별 진료소가 아니라 선별 검사소 다.
그래서 코로나 감염 의심 환자들을 직접 검사하거나 검사소로 소견 소와 함께 보내는 일들을 모두 하우스 아르츠트 독일의 가정의 들이 맡아하고 있다.
바꿔 말해 독일에서는 감기이던 코로나이던 장염이던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일단 가정의 에게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독일의 가정의 병원
독일의 가정의 병원인 우리 병원은 환자들 중에 고령의 당뇨병, 폐질환 등의 기저질환 환자들 코로나의 고위험군 환자들이 70프로 이상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 중이여도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가 필요한 분들이 대부분인 셈이다.
그러니 인후통, 콧물, 기침, 근육통, 미각 상실, 등의 감기 증상 또는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장염 증상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을 코로나 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 안으로 들여 진료를 할 수는 없다. 검사해 보지 않고 증상만 가지고는 감기인지, 장염인지, 코로나 인지 확실히 구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이런 환자들이 전화로 진료 문의를 할 경우 우리는 되도록 자동차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그렇게 차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 자동차 진료를 받고 선별 검사소로 직행하거나 병가 및 처방전을 받은 후에 집으로 돌아간다.
집이 병원 근처 거나 젊은 사람들 중에 자동차가 없는 사람일 경우 밖에서 진료 때까지 기다려야 함을 알려 주고 만약 몸상태가 진료를 올 수 없는 상태라면 전화 진료 후에 처방전, 병가 등을 팩스 또는 우편으로 보내거나 환자의 보호자들이 찾아가는 것으로 한다.
글로 쓰니 진료 과정이 매우 간단명료해 보이지만 병원의 실제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전화로 진료 문의를 하고 본인의 상세한 증상을 설명하고 의료진의 설명대로 따라 주는 모범 적인 환자들은 열 명 중에 한두 명 될까 말까 이고 열에 여덟 아홉은 무턱대고 병원으로 찾아와서 진료가 필요 함을 이야기한다. 어떤 경우는 증상도 속이고서 말이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감기 증상은 없고 원래 임파선에 문제가 있는 환자 라 해서 초음파 실로 보냈는데 알고 보니 목감기 증상으로 인해 임파선이 부은 것이었다. 거기다가 대형 쇼핑몰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 하니 코로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은가?
그 후에 94세의 환자가 집에서 넘어져 급하게 병원으로 응급으로 진료를 왔다 다행히 감기 환자 들과 접촉하지 않고 무사히 진료를 마치고 귀가했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서로 간의 배려, 방역수칙,
모두 함께 해야 할 일이다.
우리 병원의 경우 열, 인후통, 콧물, 기침, 근육통, 등의 감기 증상 그리고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가진 환자들은 병원 안에서 진료받을 수 없다고 정해 두었다.
그렇다 보니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증상을 모두 말하지 않고 슬며시 병원 안으로 스며 들려는? 꼼수?를 부리는 은근슬쩍 환자들이 생겨 나고 있다.
날씨도 선선해지고 아픈데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힘든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본인의 부주의에 고령의 다른 환자들이 위험해 빠질 수 있고 아울러 병원이 문을 닫게 되어 진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들에게 어려움을 안길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앞으로 날씨는 더 추워질 것이고 감기 인지 코로나 인지 알 수 없는 환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의 배려가 간절한 시기이다. 그래서 나는 매번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환자들에게 한 번 더 양해를 구한다. 우리 병원에는 7080 뿐만 아니라 90대의 환자들도 많다고 그러니 밖에서 기다리기 힘들더라도 배려해 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병원 안으로 진료를 들어오는 환자들에게 독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캠페인하고 있는 아하 규칙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독일의 아하 규칙 AHA Regel이란 각각 Abstand, Hygiene, Altagsmaske라는 독일어 단어의 앞머리를 딴 것으로 거리 유지, 손 씻기 등의 위생, 그리고 마스크 착용을 말한다.
우리 병원의 경우 마스크를 쓰고 병원의 현관문을 통과하면 가림막이 되어 있는 접수처 앞에서 손 소독을 한번 하고 환자 대기실에 들어간다.
이때도 대기실에 창문은 열어 두고 그곳에 3명이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한다.
진료실, 초음파실, 채혈실 등으로 이동할 때 환자와 환자가 마주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번 더 손 소독을 한다.
이제 독일에서는 9월 말부터 10월 초 가 되면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독일의 가정의 병원에서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고령의 환자들이 모이는 시기다.
생각 만으로도 벌써부터 머리가 무거워진다. 그러나 모두가 서로를 위해 조금씩만 더 배려하고 모두가 방역수칙을 함께 지켜 나간다면 올 겨울 생각보다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