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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22. 2016

독일 아이들과 만든 찹쌀부꾸미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의 중부 헤센주는

지금 가을 방학 중이다.

여름 방학 끝나고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 방학이다.

독일에서는 이렇게 학기 중간에

가을 방학이 있는 대신

겨울 방학이 짧다.

일하는 엄마 아빠 들은

아이들 방학이라고 매번 휴가를

낼 수도 없고

할머니 할아버지 댁이 가깝거나

오셔서 아이들을 돌보아 주실 형편이 된다면

그 이상 좋을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꽤 많이 있다.

그래서 방학 이면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방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우리 막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

에서도

이번 주 일주일 동안

방학 특강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나는 그 방학 특강 들 중에

테마 "설탕과 소금 "라는 프로젝트에

합류되어

아이들과 함께 한국 요리를 만드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설탕과 소금의 종류,특성, 사용방법,

등을

다양한 실험과 실습
 요리,

박물관 견학,

다채로 체험을 통해 접하고
배운다. 

선생님 중에 한 분은 밭에 가서 직접 사탕무를 뽑아다

가져오시는 수고도 마다 하지 않으셨고

어느 선생님은 시중에 나와 있는 설탕과

소금  종류 별로 준비하시느라

며칠째 마트를 누비고 다니셨다.

아이들은 기차 타고 다른 동네에 있는

소금 박물관도 다녀왔으며

소금과 설탕으로 할 수 있는 다채

로운 실험 들을 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를 가졌다.

오늘은 나와 함께 설탕과 소금이 들어

가는 한국요리를 체험할 시간.

나는 먼저

 아이들 에게

1. 소금으로 만들 수 있는 저장 음식 들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고

오이김치, 무 깍두기, 배추김치 등의 채소들을
 절일 때

볼 수 있는 소금의 삼투압 현상과

소금이 첨가된

발효 식품으로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소개해 주었다.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독일의 김치와 같은 발효 식품인
 자우어크라우트

양배추 절임과 오이 피클을 예로 들어주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무와 배추를 생전 처음 만나 본

독일 아이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대하는 일상의 밥상 이  

크게는 그 나라의 식문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일회용 앞치마까지 둘르고

느름? 하게 요리할 준비를 마친

아이들과 함께할 오늘의

한국요리 실습은

추억의 요리 찹쌀 부꾸미 되겠다.  

남편에게 아이들과 찹쌀 부꾸미를 만들

것이라 했더니

"그게 뭔데?"

라는 거다.

아마도 한국에 계신 분들 중에서도

드셔 보지 못했다면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겠다.

찹쌀 부꾸미는

찹쌀을 익반죽 해서

속 안에 팥소 또는 녹두 소 등을 넣고

기름에 지지는 떡이다.

어릴 적에 명절이 지나고 나면

빻아 놓은 찹쌀가루들이 많이 남아 있던

부엌에서 엄마가 자주 부쳐 주시던

달콤하고 녹진 녹진 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의

찹쌀 부꾸미

꿀에 꾹꾹 찍어 먹기도 했던 그 떡을

나는 엄마 떡이라고 이름 붙였던

추억의 떡이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추억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독일 아이들 에게는 생소한

찹쌀가루를 보여 주며

신기해하는 아이들 에게

2. 반죽하는 방법을 보여 준 후에

세명씩 앞으로 나와

돌아가며

모두 한 번씩 반죽해 보도록 했다.

아이들과 요리할 때면 두 눈을 반짝 며

모든 과정을

직접 해 보고 싶어 한다.

마치 낯선 곳으로의

탐험이라도 나서듯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위험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되도록 이면 아이들이

그날 정해진 한국요리의 전 과정을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사실 찹쌀가루 익반죽 하는

작업이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니다.

이 동네에서 구입 가능한

펄펄 날리는 마른 찹쌀가루는 물량을 조절 하기도

한국에서 사용하는 젖은 찹쌀가루에 비해

까다로우며

익반죽은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라

아이들 이 하기에 더 어렵다.

그래서

나는 평소보다 훨씬 미지근한 물로

익반죽을 하고

대신 물량을 평소보다 더 많이 잡았다.

그러니

 찹쌀가루의 특성과 충분한 물이 만나

철거덕 철거덕 반죽이 손가락 사이

사이에 붙어 대고 아이들은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손가락 사이에 붙은 반죽을 떼어 내는 것이

찰흙 놀이 보다 더 재미난 다고 난리 들이였다.

3. 열다섯 명의 작은 아이들은

 손으로

조물 조물 반죽한 찹쌀 덩어리를

편평히 펴서

한국에서 공수? 해 온 떡살무늬 모양의 떡 도장으로

예쁜 모양을 쿵덕쿵덕 찍기도 하고

누르기도 하며 신나 했다.



4. 찹쌀 부꾸미는 원래 팬에서

지져 내면서 안에 팥소 또는

녹두 소를 넣고 접어 돌려 지져 내고는

고명으로

위에 대추, 잣, 등으로 예쁘게 장식

하는 떡인데

아이들이 뜨거운 팬에서 꺼낸

 찹쌀떡 위에 장식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미리 예쁜 무늬를 찍어 보는 것으로 대처했다.

그래서

모양은 그리 잘 나오지 않았지만



5. 모양이 좀 부실하면 어떤가?

우리 남편도 모른다는 찹쌀 부꾸미를

독일 초등학생들이 손수 만들어 보지 않았던가?

덕분에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으며

맛나 다고 아이들이 엄지 척 들어 올리니

그것으로 대만족이다.

노릇노릇 다 익은 찹쌀 부꾸미를 들고

 넙적 넙적 생긴 것이 비슷비슷해 보여서

"이게 네 떡이니?"라며 금도끼 은도끼 버전으로

아이들 에게 물었더니

"아니요 내 거는 조기 옆에 거예요"

"내 거는 이거예요"

"내 거는 요 앞에 거예요."

하고 서로 자기가 만든 것을 대번에 알아 내고는

이야기하기 바쁘다.

이름 써놓은 것도 아니고 팬 위에서 떡이 수시로

자리가 바뀌었는데 척하고 알아

맞추는 아이들이 너무 신기해서

웃으며 물었다.

"너네가 만든 건지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아?"

그랬더니

귀여운 아이들이 눈을 또 그락 때 우르르 굴리며

"음... 내가 만든 브크미 는 요... 옆에 물고기 모양이

하나 더 들어갔어요 요기.. "

"내 거는 꽃처럼 생겼어요"

"내 거는 물결 같은 모양이 남아 있어요."

라며

다들 나름대로 각자의 부꾸미를

구별해 낸다.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자잘한 표현에

또 한 번 모두가 크게 웃었다.

수업을 마치고

언제나처럼

오늘 요리수업을 잘 따라와 주어서 주는

상 이라며

모두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이름표를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아무리 봐도 그림 같다며

한글 이름표를 들고 빙그레 웃는 아이들 중에는

이제는 자기 이름이

 한글로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팬 위에서 익어 가던 찹쌀 부꾸미가

만들어 낸 고소하고

달콤한 익숙한 내음이

추억과 소리 없이 버무려져 말랑하고

행복했던 오후

 독일 초등학생 들과 함께 한

 한국요리

수업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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