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Oct 27. 2016

독일에서 진가를 발휘한 시어머니 김치


집안일로 급하게 한국을

다녀온후

아직 몸도 마음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정신없는 가운데

간신히 강습 준비를 하다 보니

늘 챙겨 가던 수강생 들을

위한

간식도 만들 시간이 없었다.

이러다

수업 중에 배고픈 사람들이

속출하면 어쩌나 걱정하다가

언제나

맨 먼저 했던 이론 수업을

 중간중간에 나누어 끼워 넣고

비빔밥부터 만들어 먹는 것으로

수업 내용과 강습 순서를 급 조절했다.

그러면서

머릿속을 스치는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

그래~

내게는 비장의 무기

시어머니가 챙겨 주신

잘 익은 김장 김치와 백김치가

있다.

오늘 독일 사람들과

세 가지 종류의 김치 맛을 비교 평가 해

보는 재미난 시간을 가져 보자!


나는

우리 어머니 표의 시원하고 맛깔 스런

백김치가 인기 만발 일 것이라

예상하고

큰 그릇에 넉넉히 담아 갔다.

숙성된 김장 김치는 보기에도

빨간 것이 매워 보이고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이

익은 김치보다는 새로

버무린 겉절이를 선호하는 터라

조금 더 작은 그릇에 돌려 담았다.

왠지

어머니표 김치들을

하나하나

펼쳐 놓다 보니

어깨에 힘이 저절로 들어가고

 미흡했던 수업 준비도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래, 제대로 된 한국 김치의 참 맛을

독일 사람들 에게 보여 주겠어."

하는 마음으로

수강생들에게 김치에 대한 설명과

김장에 대한 이야기

어머니 들의 손맛까지

두루 소개하고

비빔밥과 함께

초고추장 소스, 간장 소스

그 옆에 우리 시어머니표

 김장 김치와 백김치

그리고

수강생들이 바로

버무린 겉절이

이렇게 세 가지 김치를 각자 한 접시

에 담아 먹고 난 후

 평가하는 시간을 가져 보기로 했다.



그런데

나의 예상 과는 다르게

거의 모든 수강생들이

 맵기는 하지만 김장 김치의

맛이 그중 최고라고 평가했다.  

땀을 삐질 삐질 흘리고

손으로 연신 부채질 해 가며

물을 벌컥벌컥 들어마시면

서도

독일 사람들이 처음 맛 본

한국의 제대로 익은  

새 빨간 김장 김치를 계속해서

맛나게 먹고 있는 진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다른 김치에 비해

왜 김장 김치가 더 맛있느냐?

고 물었다.  


놀라운 것은

김치를 생전 처음 먹어 보는

독일 사람들 에게도  

맵지 않은 백김치의

톡 쏘면서도 알싸한 시원한 맛과

방금 버무려 신선한 겉절이의

아삭 거리는 식감보다

젓갈, 마늘 등의 양념의  날 냄새가 적고

 골고루 베어

 깊은 맛이 우러나는

빨간 김장 김치의 감칠맛 이

탁월하게 어필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들고 온

시어머니표 김장 김치가

독일 사람들에게 그 진가를

발휘한 밤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아이들과 만든 찹쌀부꾸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