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미술 모방론

지은이 / J. J. 빈켈만 | 옮긴이 / 민주식

by Joong

그리스 미술 모방론
지은이/ J. J. 빈켈만
옮긴이/ 민주식
처음 찍은날/1995년 1월 10일
처음 펴낸날/1995년 1월 20일
펴낸곳/ 도서출판 이론과실천(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448-6 한국출판협동조합내


- 그리스 민족이 그들의 예술 작품에 부여한 취미는 그들 고유의 것이다. 이러한 그리스인의 취미는 그리스로부터 멀어질수록 그만큼 반드시 무엇인가를 잃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는 훨씬 늦게 알려지게 되었다. [24p]


- 그것은 폴레클레이토스의 카논, 즉 예술의 완전한 법칙이었다. [28p]


- 또한 그리스의 의복은 모두 자연적인 발육에 조금도 압박을 가하지 않게 만들어졌다. 그들의 의복에는 오늘날 우리들이 입는 옷처럼 특히 목이나 허리 혹은 허벅지 등 여기저기를 압박하여 아름다운 형체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스에서는 여성들조차 아름답게 보이려고 몸을 조이는 옷은 입지 않았다. 스파르트의 소녀들은 대개 가볍고 짧은 옷을 즐겨 입어, 사람들은 그녀들을 ‘엉덩이를 드러내 보이는 처녀들’이라고 불렀다. [34p]


- 그리스인들은 질료의 평범한 형식을 초월한 개념에 따라 신과 인간을 만들었다. 따라서 남녀 신들의 이마와 코는 거의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 그리스의 동전에 새겨진 유명한 부인들의 두상도 이와 비슷한 형상(Profil)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것은 결코 예술가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상화된 개념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예컨대 칼미크인은 코가 납작하고 중국인은 눈이 작은 게 그 민족 고유의 특징이듯이 고대 그리스인에게는 이러한 형상이 고유한 것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돌이나 동전에 새겨져 있는 그리스인 두상에서의 커다란 눈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해 준다. [44p]


- 그러나 “인물을 닮게 그리되 동시에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그리스 예술가들이 인식하고 있는 최고의 규칙이었다. 우리들은 이러한 사실에서 거장의 의도가 바로 더욱 아름답고, 더욱 완전한 자연을 그리는 데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46p]


- 자연미의 모방은 단일한 대상으로 방향을 잡거나 상이한 개개 대상을 관찰하여 그것들을 모아서 하나의 전체로 만드는 것이다. 전자는 유사한 복사를 말하며 일종의 초상화를 만드는 것인데 이러한 것은 네덜란드파의 형식과 인물상에 이르는 길이다. 이와는 달리 후자는 보편적인 미와 이상적인 상(象)에 이르는 길인데, 이것은 그리스인이 걸어간 길과 동일한 것이다. [52p]


- 고대를 모방하는 것이 자연을 모방하는 것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은 동일한 재능을 가진 두 젊은이를 선발하여 한 사람에게는 고대를, 다른 사람에게는 자연만을 연구하게 해보면 아주 명백히 드러난다. 자연만을 연구하는 사람은 자연을 그가 본 대로 그릴 것이다. 또 그가 이탈리아인이라면 카라바조풍으로, 네덜란드인이었다면 요르단스풍으로, 프랑스인이었다면 스텔라풍으로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고대를 연구하는 사람은 자연을 그가 원하는 대로 그렸을 것이며 라파엘로풍의 인물을 그렸을 것이다. [58p]


- 그리스 걸작들의 일반적이며 탁월한 특징은 결국 자세와 표현에서의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이다. [74p]


- 예술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년기를 갖는데 이러한 예술의 초기 단계는 초보 예술가들이 과장되고 이상한 것만을 선호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과 같다. [78p]


- 그러나 이 모든 일이 또 이러한 작업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참된 고대의 취미에 따라 탁월한 솜씨로 제작된 원형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켈란젤로는 불멸의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그는 명성과 재정적인 보상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면밀하게 작업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 시대에는 타고난 재능과 노력을 통하여 위대한 경지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으면서 이 방법의 진실함과 정치함을 인정하고 있는 미술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명예보다는 빵을 위해 작업하지 않으면 안 된다. [106p]


- 원근법에선느 근대 화가들이 고대인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무리 고대인을 옹호하더라도 원근법에 대한 지식에서는 근대 화가들이 더 우월하다. 고대인들은 구도와 배치의 법칙(설령 에키온이 이 점에서 탁월했다 해도)을 부분적으로 불완전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스 미술이 로마에서 번성했떤 당시에 제작된 부조 작품을 통하여 그러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색채에서도 고대의 기록에 나오는 설명이나 잔존하는 고대 회화 작품을 보면 역시 근대 화가가 고대 화가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회화의 대상에 대한 다양한 기술도 근대에 이르러 고도의 완전함에 도달했다. 이를테면 가축화와 풍경화에서 우리 시대의 화가는 십중팔구 고대 화가를 능가하고 있다. [114p]


- 따라서 공백에 대한 혐오가 벽면을 채우게 한다. 즉 사상이 없는 그림들이 공허한 벽면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는 자유로운 예술가가 우의적인 상의 결핍에서, 그 작품을 바친 사람에게 명예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풍자가 될 법한 제재를 선택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 그래서 조심성있는 고객은 그런 풍자를 방지하기 위하여 화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을 그려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발견하기조차도 어렵다. 그리고 결국은 병든 자의 몽상과 같이 공허한 망상을 그린다. [126p]


참고도판 및 해설
부록I 『그리스 미술 모방론』해설
- 내용에 관해 비판하는 글이 나타난 것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경과한 후였다. 그 최초의 사례가 1770년 클로프슈토프(F. G. Klopstock, 1724~1803)의 『비평』(Nordischer Aufseher, Ⅲ, St. 150)이다. 클로프슈토크는 먼저 이 책의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 후, 세 가지의 중요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견을 제시했다. 첫째. “우리가 위대하게 되는 유일한 길은 그리스인을 모방하는 것이다”라는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기독교 회화의 자율성을 옹호했다. 그에 의하면 인류의 속죄자를 그리는 사람은 그리스인이 말하지 않았던 많은 것을 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둘째, 자연적인 것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클로프슈토크에 의하면 “만약 하나의 그림에서 분산된 미를 종합한 것이 여전히 자연이라고 한다면 이상미란 무엇이며 또 자연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우의론에 대하여 적절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 신화를 우의 속에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호메로스의 시를 읽는 사람은 신을 역사적 인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의도 적은 수의 단순 명료한 우의라면 장식이나 동판화 및 메달에 사용해도 좋겠지만 최고의 미술 작품에서는 우의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216~217p]


-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모방론』이 세상에 나온 시기는 그러한 바로크의 최전성기가 아니라 이미 이에 대한 반동이 나타나기 시작한 무렵이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17세기가 지나면서 베르니니의 매력이 사라지고 루이 14세의 죽음(1715년)과 함께 로코코가 시작되었다. [218~219p]


- 그러므로 우리들은 빈켈만이 자부하는 거소가 같이 단순히 잊고 있었던 그리스 미술의 탁월한 이유와 근거를 겉으로 드러내어 밝혀주었다는 점보다도, 오히려 구체적인 그리스 조각 작품에 근거하여 조형 예술이 준거로 해야할 보편적 이념을 수립하고 새로운 미술 관조의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 『모방론』의 의의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223p]


- 당시 18세기는 미학사의 견지에서 볼 때 취미의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취미 판단과 예술 비평이 활발한 시대였다. 프랑스와 영국의 미학에서, 예컨대 뒤보(T. B. Dubos, 1670~1742)는 취미를 감성적 계기 위에 확립하고, 허치슨(F. Hutcheson, 1694~1746)은 특수한 내적 감각을 설정하는 등 여러 가지의 시도가 나타나고 있듯이, 취미의 문제는 근대 미학 초기의 근본 문제로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빈켈만의 취미론에서는 시대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잇는 당시 미학과의 직접적인 이론적 관련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252~2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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