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생 택쥐페리 | 옮긴이 / 김은영
어린왕자(The Little Prince)
초판 1쇄 인쇄 2007년 2월 23일
초판 11쇄 발행 2009년 9월 5일
지은이 : 생 택쥐페리
옮긴이 : 김은영
펴낸곳 : 꿈과희망(서울특별시 용산구 원효로 1가 112-4 디아뜨센트럴 217
- 어른들은 언제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10p]
- “이건 양의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바로 그 안에 있어.”[19p]
- 그 소행성은 딱 한 번, 1909년에 터키 천문학자에 의해 망원경에 포착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국제 천문학회에서 자신이 발견한 것에 대해 훌륭한 증명을 해보였었다. 그러나 그는 터키 고유의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었다. 어른들이란 모두 이런 식이다.
터키의 한 독재자가 국민들에게 양복을 입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는 법을 만든 것은 소행성 B-612호의 명예를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아주 우아한 옷을 입고 다시 증명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 그의 말을 믿었다.[34p]
- “그 애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애는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지는 않니?” 같은 말을 그들은 결코 하는 법이 없다. 그 대신 그들은 “그 애는 몇 살이니? 형제는 몇이니? 몸무게는? 그 애 아버지의 수입은 얼마니?” 따위만 묻는다. 그런 숫자를 통해서야 그들은 그 애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35p]
- 물론 가능한 한 실물에 가까운 초상화를 그려 보도록 애를 쓰겟다. 그러나 꼭 성공할지 정말 자신이 없다. 어떤 그림은 괜찮은데 어떤 그림은 닮지를 않았다. 키도 조금씩 틀린다. 여기서는 어린왕자가 너무 크고 저기서는 너무 작다. 나는 그의 옷 색깔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더듬더듬 그려본다.
보다 중요한 어떤 부분들을 잘못 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용서해 주어야 하겠다. 내 친구는 설명을 해주는 법이 없었다. 내가 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양을 볼 줄 모른다. 나도 약간은 어른들과 비슷한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나이가 들 수밖에 없으니까.[37p]
- “바람막이는 어떻게 됐죠?”
“찾으려고 했는데 당신이 말을 하고 있어서…….”
그러자 꽃은 여하튼 어린왕자에게 가책을 느끼게 할 양으로 더 심하게 기침을 했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좋은 뜻으로 해석하려는 그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곧 그 꽃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말들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몹시 기분이 나빠졌다.
어느 날 그는 나에게 털어놓았다.
“그 꽃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했어. 꽃들이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면 안 돼. 그냥 바라보고 향기를 맡기만 해야 해. 내 꽃은 내 별에 향기를 떨치고 있었는데 난 그걸 즐길 줄 몰랐거든. 그 가시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사실은 가엽게 생각했어야 되는 건데…….”
그는 계속 이렇게 말했다.
“그때 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 꽃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풍겨주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어. 결코 도망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그 하찮은 꾀 뒤에 애정이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꽃들이란 모순덩어리거든!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그 꽃을 사랑할 줄을 몰랐어…….”[71~72p]
- 나비와 쐐기벌레가 아니라면 누가 나를 찾아 주겠어요?[81p]
- “짐이 어떤 장군에게 나비처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라든지, 한 편의 비극을 쓰라고 한다든지, 혹은 물새로 변하도록 명령했는데 그 장군이 명령을 받고 복종하지 않는다면 그와 짐 중에서 누가 잘못하였겠는가?”
“폐하의 잘못이시죠.”
어린왕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옳도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명령해야 하느니라.”[90p]
-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라. 다른 사람을 재판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재판하는 게 훨씬 어려운 법이니라. 네가 자신을 훌륭히 재판할 수 있다면 너는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니라.[92p]
- “어떻게 하면 모자가 떨어지나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그러나 허영심 많은 사람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허영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찬양의 말 이외에는 남의 말이 들리지 않는 법이다.[103p]
- "찬양한다는 건 내가 이 별에서 가장 미남이고, 가장 옷을 잘 입고, 가장 부자이고, 가장 지적이라고 인정해 주는 일이지.“
“하지만 이 별에는 아저씨 혼자뿐이잖아요.”
“나를 즐겁게 해다오. 여하튼 날 찬양해다오.”
“난 아저씨를 찬양해요.”
어린왕자가 어깨를 약간 으쓱 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게 아저씨에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104p]
- “내가 머플러를 지니고 있다면 그것을 목에 두르고 다닐 수가 있어요. 또 꽃이 있을 때는 그 꽃을 꺾어 가지고 다닐 수가 있어요.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을 딸 수가 없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은행에 그걸 맡길 수는 있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건 말이야. 종이 조각 위에 내 별들의 숫자를 적어 그것을 서랍 속에 넣고 잠근단 말이야.”
“그리고 그뿐이에요?”
“그것뿐이지.”
‘그것 참 재미있군.’
어린왕자는 생각했다.
‘아주 시적(詩的)이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군.’
어린왕자는 중대한 일에 대해서 어른들과 매우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에겐 꽃이 하나 있는데, 매일 물을 줘요, 세 개의 화산도 가지고 있는데 주일마다 그을음을 청소해 주지요. 불이 꺼진 화산도 청소해 주니까 세 개가 되지요.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거든요.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화산이나 꽃에게 이로운 일이거든요. 하지만 어저씨는 별들에게 유익하지 않아…….”
사업가는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으나 대답할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떠났다.[117p]
- "안녕, 아저씨. 왜 방금 가로등을 끄셨나요?“
“그건 명령이야.”
가로등 켜는 사람이 대답했다.
“안녕”
“명령이 뭐예요?”
“가로등을 끄라는 명령이야. 잘 자.”
그리고 그는 다시 불을 켰다.
“왜 또 바로 가로등을 다시 켰어요?”
“명령이야.”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 대답했다.
“이해할 수 없어요.”
어린왕자가 말했다.
“이해할 건 아무것도 없어.”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명령은 명령이니까. 안녕.”[126p]
- 어른들은 물론, 이런 말을 하면 여러분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굉장히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바오밥나무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그들에게 계산을 해보라고 일러주어야 한다. 그들은 숫자를 좋아하니까 그들은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라. 그것은 불필요한 일이다.[152p]
- "사람들?“
꽃이 말했다.
“여섯 내지 일곱 명 정도 있는 것 같아. 여러 해 전에 그들을 보았어. 하지만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어. 바람따라 다니거든. 그들에겐 뿌리가 없어. 그래서 무척 어렵게들 살고 있지.”[162~163p]
- 그래서 그는 풀밭에 엎드려 울었다.[172p]
- “난 친구를 찾고 있어. ‘글들인다’는 게 뭐니?”
“사람들은 그걸 너무 무시하고 있어.”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라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 그렇지.”
여우가 말했다.
“넌 아직 나에게는 다른 수많은 꼬마들과 다를 바 없는 한 꼬마에 불과해. 그러니 나에겐 네가 필요없어. 또한 너에게도 내가 필요없겠지. 난 너에게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지.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될 거고…….”
“이제 좀 이해하겠어.”
어린왕자가 말했다.
“꽃 한 송이가 있는데…… 난 그 꽃이 나를 길들였다고 생각해…….”
“그럴 수도 있지.”
여우가 말했다.
-중략-
“난 병아리를 사냥하고 사람들은 날 사냥해. 모든 병아리는 모두 똑같고 사람들도 모두 똑같아. 그래서 약간 심심해. 그러나 만일 네가 날 길들인다면, 마치 태양이 떠오르듯 내 생활은 환해질 거야. 나는 다른 모든 발자국 소리와 구별되는 발자국 소리를 알게 될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는 나를 땅 속으로 들어가게 하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음악 소리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은 안 먹어. 밀은 나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어. 밀밭은 나에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래서 슬픈 거야. 그러나 넌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까 네가 날 길들이게 된다면 얼마나 근사하겠어! 밀 역시 금빛이니까 나에게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그러면 난 밀밭에서 부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야…….”
여우는 오랫동안 어린왕자를 쳐다보았다.
“제발……나를 길들여 줘!”
그는 말했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어린왕자가 대답했다.
“그러나 나에겐 시간이 많지 않아. 난 친구를 찾아야 하고 알아볼 일도 많거든.”
“우린 우리가 길들이는 것만을 알 수 있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아무것도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가게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물건들을 사거든. 그러나 친구를 파는 가게는 아무 곳에도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친구가 없는 거야. 네가 친구를 원한다면 날 길들여 줘.”
“너를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어린왕자가 물었다.
“넌 참을성이 아주 많아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나에게 약간 떨어져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난 곁눈질로 널 볼테야.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그리고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 앉는 거야…….”
그 다음날 어린왕자가 다시 왔다.
“같은 시각에 노는 것이 더 좋을 텐데.”
여우가 말했다.
“예를 들어.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난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행복을 느낄 거야. 4시가 되면 이미 흥분되어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넌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보게 되겠지!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난 몇 시에 널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갖춰야 하는지 모르잖아…… 올바른 의식이 필요하거든…….”
“의식이 뭐야?”
어린왕자가 물었다.
“그것도 사람들은 흔히 무시하고 있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과 다르게, 어느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것이야. 예를 들면, 내가 아는 사냥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매주 목요일이 되면 그들은 마을 쳐녀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내게 신나는 날이야! 난 포도밭까지 먼 거리를 산보할 수도 있거든. 그러나 만일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들이 다른 날과 마찬가지가 되거든. 그렇게 되면 난 하루도 휴가가 없게 될 거야.”[177~182p]
-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결코 같지 않아.“
그가 말했다.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 역시 그 누구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예전에 길들이기 전의 내 여우와 같아. 그는 다른 수많은 여우와 똑같은 여우에 불과했었지. 그러나 내가 그를 나의 찬구로 만들었거든. 그래서 이제 그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 여우야.”
그러나 장미꽃들은 무척 당황을 했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텅 비어 있어.”
그는 계속 말했다.
“너희들을 위해 죽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거야.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 꽃이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 꽃 한송이가 내겐 너희들 모두보다도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주었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 덮개로 덮어 주었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야. 내가 쐐기벌레를 잡아준 것(나비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두세 마리 남겨둔 것을 제외하고)도 그 꽃이기 때문이야. 불평을 하거나 뽐내거나 때로는 아무런 말 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내가 들어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야. 그 꽃은 나의 장미이기 때문이지.”[183~185p]
-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서는 안 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넌 네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난 나의 장미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186p]
- “그들은 뭘 찾고 있나요?”
“기관사도 그건 몰라.”
철도원이 말했다.
그러자 반대 반향에서 불을 밝힌 두 번째 급행열차가 우렁찬 소리를 냈다.
“그들이 벌써 돌아오는 건가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같은 사람들이 아니란다.”
철도원이 말했다.
“서로 엇갈리는 거야.”
“그들이 있던 곳에서 만족하지 않았나 보지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자기가 있는 곳에서 만족해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단다.”
철도원이 말했다.[196p]
- “그들은 누더기 인형 때문에 그들이 시간을 소비하지요. 그리고 인형은 그들에게 매우 소중하게 되지요. 그래서 만일 누군가 그들로부터 인형을 빼앗아가면 어린아이들은 울어요…….”
“아이들은 행복하군.”
철도원이 말했다.[197p]
-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것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야!“[208p]
- "모든 사람은 별들을 가지고 있어.“
그가 대답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별들은 서로 다른 존재야. 여행하는 사람에게 별은 길잡이야.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하늘에서 빛나는 희미한 불빛에 불과해. 학자인 사람에게는 연구 대상이고, 내가 아는 사업가에겐 재산이야. 하지만 모든 별들은 말이 없어. 아저씨는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별들을 갖게 될거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니?”
“내가 그 별들 중의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들 중의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아저씨가 밤하늘을 바라볼 때면, 모든 별들이 마치 웃고 있는 듯이 보일 거야…… 아저씨…… 단지 아저씨만 웃을 수 있는 별들을 갖게 될 거야!”[233~234p]
- 이것은 대단한 수수께끼이다. 어린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과 나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한 마리 양이 한 송이 장미꽃을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에 따라서 세상이 온통 달라지는 것이다.[25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