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마스다 무네아키
1판 1쇄 펴냄 2015년 11월 2일
1판 11쇄 펴냄 2016년 11월 16일
지은이 마스다 무네아키
옮긴이 이정환
발행인 박근섭, 박상준
펴낸곳 (주)민음사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1길 62(신사동) 강남출판문화센터 5층
- "자유라는 말의 정의가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자유'는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말하는 '부자유'의 반의로 조정된 것이지요. 따라서 부자유를 모르면 자유도 알 수 없습니다. 일본의 지방에 따라서는, 부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는 형태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즉, 선택의 여지가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이런 인식에서 무서운 점은 '선택의 여지가 적다.'라는 상황을 지방의 젊은이들이 전제 조건으로 수용해 버린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럴 경우, 부자유에 대한 자각이 아득해져 자유의 의미와 가치를 알 수 없게 됩니다. [21~22p]
- IT 혁명이 일면서 통신 인프라는 비약적인 진화를 이루었고 그것을 통한 생산력과 생산성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 끼치는 영향은, 그 변화가 본래 갖추고 있는 위력에 비춰 본다면 지극히 한정적인 범위에 머물러 있다. 출퇴근 때나 통화라며 전철 안에서 말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 물론, 이런 풍경은 게임 제작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낳은 것이고 그들의 재능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동시에 이것만 가지고 IT 혁명의 성과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역동성이 너무 결여돼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60~61p]
- 플랫폼이 넘쳐 나는 서드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은 '제안'을 원한다. 서적이나 잡지는 그 한 권, 한 권이 그야말로 제안 덩어리다. 그것을 팔 수 없다면 판매하는 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 문제는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한 가지 해답을 얻게 되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서적이 제안 덩어리라면, 그것을 판매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그리고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는 상점인데 만약 서적을 판매하기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것이라면 서점 사업은 역시 사양 산업이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따라서 그 서적에 쓰여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 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67~68p]
-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이 부분에 있어서는 딱히 확립된 절대적인 방법론은 없다. '만남'은 로맨틱한 말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 그런 우연이나 행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한 가지 덧붙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고도의 접객 담당자들)은 보수나 대우라는 외적 조건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75p]
- 인터넷이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을까. 인터넷은 원래 그런 요소를 고려한 매체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벡터(방향)의 차이다. 편안함이 느껴지는 상수도와 불편한 상수도가 구별되지 않듯, 또는 편안한 철도 노선과 불편한 철도 노선이라는 구별이 없듯(편안한 전철과 불편한 전철이라면 있을 수 있지만) 인터넷은 편안함이라는 감각에서 동떨어진 장소에 존재한다. 한편, 수도나 철도 노선, 또는 인터넷망 등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이 제무자본이었다면 그곳에서 벗어나 편안한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은 지적자본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108p]
- 내가 생각하기에 부산물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당연하다. 산물이 없으면 부산물도 없다. [16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