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화장실 문 앞에 붙어 있던 스티커. 도대체 가족 중에 (가족 중이 아닐 수도 있지만-) 누가 붙였는지 취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귀여우면서도 키치스러운 새 그림 스티커. 어렸을 땐 스티커 붙이는 걸 굉장히 좋아했지만, 더 이상 붙일 곳이 마땋치 않자 붙인 곳에 또 붙여서 결국 스티커를 덮어나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돌아가는 광고의 이미지들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통짜 색연필. 나무 없이 전체가 하나의 안료 덩어리로 이루어진 색연필이다. 처음엔 꽤 사용감이 좋아 여러 자루 샀으나, 부러지기 쉽고, 안료가 너무 연하게 나와서(연필로 치면 HB의 기분) 실망이었다. 막상 사귀고 나니 별로인 타입이랄까 -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재료.
애플 펜슬. 아날로그 재료 위주로 소비하느라, 요새 거의 쓰질 못한다. 실제 연필을 쓰는 느낌을 거의 구현해 낸 것은 칭찬할 만 하지만, 충전이 꽝이다. 특히 지하철에서 12.5인치 아이패드 프로 모델에 꼽고 충전하는 순간 굉장히 창피했던 경험이 있다.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개발팀 불려 가서 대차게 혼나지 않았을까- 개선되길 기대하지만, 주력상품이 아니라서 요원한 일일 듯하다. 가끔은 배터리도 필요 없고, 블루투스 연결도 없이 그냥 바로 쓸 수 있는 jot pro pen이 더 좋다는 생각도 든다.
제본실. 친구 B가 제본실이 떨어졌다고 하니 챙겨주었다. 내가 쓸 노트를 쓰고 싶은 종이를 구해 만들 수 있다는 건 뒤늦게 알게 된 행복.
와콤 태블릿 펜 거치대. 거치대만 몇 개가 굴러다니고 있는데, 결국엔 잘 쓰지 않게 되는 물품 중 하나. 차라리 젓가락 받침대처럼 만들어줬으면 활용도가 더 높아을 것 같다. 그렇다고 버리기엔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이라 애매하다.
디지털카메라용 CF 메모리. 옛날엔 32MB도 꽤 큰 용량이었는데, (한때는 데스크톱 하드 디스크의 용량이 512MB인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지금 이걸로 찍으면 사진 2장 정도가 최대치 일듯.
몽당 색연필. 꽤 오래전에 사둔 색연필들이 하나 둘 다 써가고 있는데, 요즈음 구매한 색연필들보다 단연 퀄리티가 좋은 것 같다. 아니면 묵혀두어야 색연필은 쓰기 좋은 상태로 눅눅해지는 걸지도- 어쨌거나 요즈음의 색연필(특히 수채)들은 어딘가 끈덕한 맛이 없다. 다음에 다시 사게 된다면 잘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