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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g Feb 12. 2022

잡지의 사생활

잡지의 사생활


지은이 박찬용

초판 1쇄 발행 2019년 1월 14일


펴낸곳 세이지 (경기도 군포시 용호2로 54번길 11)


- 아디다스 스탠스미스와 푸마 스웨이드와 나이키 코르테즈는 발을 보호하고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운동화의 기능적 측면에서 모두 같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나이키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아디다스에서 잠깐 고개를 갸웃하다 푸마 앞에서 인상을 찌푸린다. [44~45p]


- 사람은 여전히 읽는다. 여느 때보다 많이 읽는다. 스마트폰과 무제한 인터넷 요금제와 SNS 덕분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은 페이스북 피드와 각종 유머게시판과 네이버 기사 등의 채널을 통해 온갖 뉴스와 글을 접한다. 좋은 뉴스와 글은 칭찬하고 공유한다. 나쁜 뉴스나 글은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비웃고 욕한다. 그 과정이 조금 소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지금 사람들은 유사 이래 가장 많이 쓰고 읽고 토론한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사람들은 정보를 접하기 위해 돈도 계속 끈다. 잡지사나 언론사나 서점에게 쓰지 않을 뿐이다. 사람들은 이제 정보를 구매하기 위해 통신사에 돈을 낸다. 무제한 인터넷 요금제 말이다.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아도 통신사에 데이터요금을 내기 때문에 사람들이 즐길거리를 구매하는 비용 자체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따는 말도 있다. [166p]


- 흔히 인터넷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긴 글을 안 읽게 됐다는 말도 하는데 내가 체험하기로는 반대다. 사람들은 긴 글을 끝까지 읽고, 성의 있는 답글을 달고, 내가 간과했던 일에 대해 타당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이 글을 여기까지 읽는 당신이 그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축약어나 간헐적인 욕설처럼 눈에 당장 보이는 것과 통찰력의 날카로움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나는 진지하게 21세기 최고의 텍스트 웹 콘텐츠 중 하나는 네이버 베플이라고 생각한다. [167p]


- 정보기술의 발전은 유명인이라는 특수 직군을 만들었다. 방금 유명인을 직업이라고 적은 건 실수가 아니다. 유명인은 연예인이나 배우, 가수와는 다른 별도의 직군이다. 세상에는 페리스 힐튼이나 클라라처럼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하고 유명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꽤 많은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놀이와 대중오락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력을 설명한 책 <원더랜드>를 쓴 스티브 존슨은 초당 12프레임이라는 기술에서부터 유명인이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초당 12프레임을 넘는 영상은 사람의 뇌를 속여 직접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친밀감을 준다는 논리다. 거기 더해 지금은 온갖 개인용 스크린이 사람들의 일상에 가득 덮여 있다. 스티브 존슨의 표현을 빌리면 매스미디어의 시대는 "화면에 등장했다는 사실 말고는 별 업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엄청난 투자를 하게 되는" 세상이다. [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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