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초판 1쇄 펴낸날 2016년 4월 25일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옮긴이 양윤옥
펴낸곳 (주)현대문학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로 321 잠원동, 미래엔)
- 상상력과 대척점에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효율'입니다. 수만명에 달하는 후쿠시마 사람들을 고향 땅에서 몰아낸 것도 애초의 원인을 따져보면 바로 그 '효율'입니다. '원자력발전은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고 따라서 선이다'라는 발상이, 그런 발상에서부터 결과적으로 날조되어진 '안전 신화'라는 허구가,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을, 회복하기 어려운 참사를, 이 나라에 몰고 온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가진 상상력의 패배, 라고 말해도 무방할지 모릅니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효율'이라는 성급하고 위험한 가치관에 대항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고와 발상의 축을 개개인 속에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229p]
- 내가 말하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소설가는 소설을 창작하는 것과 동시에 소설에 의해 스스로 어떤 부분에서는 창작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53p]
- 발 사이즈에 구두를 맞추는 게 아니라 구두 사이즈에 발을 맞추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일단 안 될 일이지만 소설가로 오래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집니다. 왜냐하면 그건 가공의 일이니까. 그리고 가공의 일이란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똑같은 것이니까. 꿈이란- 그것이 자면서 꾸는 꿈이건 깨어서 꾸는 꿈이건-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지요. 나는 기본적으로 그 흐름에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따르는 한, 온갖 '안 될 일'이 자유롭게 가능해집니다. 그것이 바로 소설 쓰는 일의 큰 기쁨입니다. [255p]
- 내가 작가가 되고 정기적으로 책이 출간되는 동안에 한가지 몸으로 배운 교훈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쓰든 결국 어디선가는 나쁜 말을 듣는다'는 것입니다. -중략- 불평을 늘어놓는 쪽에서야 간단하겠지만 (생가나는 대로 입에 올릴 뿐 구체적인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말을 듣는 쪽에서는 일일이 진지하게 상대했다가는 우선 몸이 당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절로 '뭐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쁜 말을 들을 거라면 아무틑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대로 쓰자'라고 하게 됩니다. [26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