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엔 의외로 먹을 것이 없다.
삼각지역 근처에 위치한 대구탕 전문집이다. 오래된 집 답게 메뉴는 딱 하나다, 곁들여서 볶음밥과 맥주, 소주, 음료수정도는 같이 판다. 탕국물에 볶음밥이라니 의아하지만, 다시마육수 같은 것으로 밥을 짓는 식문화도 이미 있으니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국식 요리후에 볶아주는 볶음밥은 꽤 천편일률적이다. 김치를 넣느냐 마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고(그 와중에 김치를 넣는 곳은 최악이다. 원재료를 다 죽여버리는 김치볶음밥을 먹자고 돈을 내는게 아닌데...) 십중팔구는 김에, 적당한 야채, 참기름 따위가 전부다. 뜨거운 맛과 배부른 맛으로 먹는다.
가격은 엄청 저렴한 수준으로 1인분에 만원이 넘지 않는다. 버거킹 스테이크 버거 셋트 같은게 대구탕 1인분보다 비싸다. 반대로 생각하면 물가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한 걸지도 모르겠다. 다만 가격에 비해 생선이 신선한 편으로 꽤 괜찮다.
그러나 좁디좁은 오래된 건물의 매장 내부에 잔뜩 테이블을 꽉채우고 더운 날 에어컨도 없이 영업하고, 과연 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어떻게 보면 꽤 적절한 가격인 것이다. 이런 가게를 보고 낭만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전에 간 세진식당하고는 다르다. 이곳은 이미 생업과 멀어져있다. 거리의 유명세로 여러 개의 대구탕집이 밀집한 것은 안동찜닭거리와 흡사하다. 된다 싶으니 몰리고, 가게들이 가격경쟁을 하며 하향편준화된다. 딱 동네수준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로 머물고 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고있자면 대한민국 서비스 업종의 현주소가 생각난다. 옴니아폰 같은게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맛으로 치자면 차라리 광장시장 매운탕집들이 훨씬 낫다. 거기엔 시장이라는 든든한 배경 속에서 다양한 탕의 재료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가장 상징적인 차이는 민물새우의 유무인데, 그것도 신선한 새우를 쓰는 집은 이제 찾기가 어렵다.
한국에서 전통을 외치는 가게들, 특히 삼대째 ㅇㅇ을 하고 있다는 식당들은 대부분 발전이 없다. 그것도 전후 시기의 어수선한 틈을 타 운7기3으로 자리잡은 가게에 일절 노력없이, 독점에 가까운 상징적인 지위에 무임승차한다. 이런 가게에서 새로운 매뉴를 위한 실험이나, 대외적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장기적인 노력을 들이는 것은 본적이 없다. 찾아오는 단골이야 옛 추억에, 싸고 양이 많으니까- 오는 것이지만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는 인색한 가게의 거리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적당한 맛에 가성비 효율 좋다. 그런 것이 좋은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만족할 만한 가게다. 하지만 적당한 마음으로 요리하는 가게는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썸은 껌처럼 언젠가 단물이 빠지면 뱉게 마련이다.